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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양정철 여러번 만나…총선 출마 제안 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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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는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2015년 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으로부터 총선 출마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정치적 소질이 없고 정치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인사청문회 “올핸 1·2월쯤 본 듯” #당시 수사 경찰 “영장 여러 번 기각” #여당 “황교안 장관 때 불기소” 공세 #야당 “이게 황교안 청문회냐” 반발

윤 후보자는 이날 ‘올해 4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자 최측근인 양 원장과 만난 게 사실이냐’는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4월은 아니고) 올해 1·2월 정도에 만난 것 같다”고 인정했다. 올해 초는 양정철 원장이 ‘칩거’ 상태에서 벗어나 민주당으로부터 인재영입 총괄 역할을 제안받았던 시기다.

윤 후보자는 또 과거에도 양 원장과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이 있음을 밝히며 “2015년 말 대구고검 근무 시절 가까운 선배가 저녁을 먹자 해서 식사 장소에 나갔더니 그분(양 원장)이 있었다”고 첫 만남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양 원장이 총선 출마를 제안했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6년에도 (양 원장이) 몇 차례 전화로 ‘다시 생각해볼 수 없냐’고 했으나 저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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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런 사실을 처음 밝힌 윤 후보자는 “만약 총장으로 취임한다면 많이 유의하고 부적절한 것은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는 청문회 시작 무렵에도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정치 논리에 따르거나 타협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지만 강자 앞에 엎드리지 않았고 불의와 적당히 타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당 “윤대진 친형에 변호사 소개했나” 윤석열 “골프는 쳤지만 그런 적 없다”

그러나 양 원장과의 관계는 청문회 내내 쟁점이었다. 2017년 5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뒤에도 두 차례 만난 사실도 논란이 됐다. 윤 후보자는 중앙지검장이 된 후 양 원장과의 만남에서 무슨 얘기를 주고받았는지에 대해선 “특별한 얘기를 나눈 게 없다. 술 한잔 마시고 헤어지는 자리였다”고 했다.

윤 후보자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 개입 의혹에 대해선 거듭 강하게 부인했다. 윤 전 세무서장은 윤 후보자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윤대진 검찰국장의 친형이다. 2013년 육류 수입업자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해외로 도피했고, 이후 태국에서 체포돼 강제 송환됐는데 검찰 수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야권은 이에 대해 윤 후보자가 당시 사건 무마에 힘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윤 후보자는 이날 ‘사건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 출신 이남석 변호사를 윤 전 세무서장에게 소개한 적이 있느냐’는 김도읍 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2012년 12월 한 주간지 보도를 언급하며 “당시 윤 후보자는 인터뷰에서 ‘2012년 5~6월께에 윤 전 세무서장에게 같이 일한 적이 있는 L변호사를 소개해 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 후보자는 “제가 이렇게 말했다고 기사에 나면 제가 그대로 그 말을 한 거라고 봐야 하느냐”고 반문하며 “저는 이렇게 말한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또 윤 전 세무서장과 골프를 친 적이 있었느냐는 질의엔 “2010년 이전에 한두 번 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돈은 각자 냈다”고 답했고, 2010년 용산의 한 호텔 식당에서 만난 의혹과 관련해선 “제가 1년에 한두 번 윤씨를 만나 식사한 것은 맞지만 고급 양주를 먹거나 저녁 식사를 과하게 한 기억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윤우진 사건’ 당시 수사를 총괄한 장우성 서울 성북경찰서장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그 당시 (검찰이 방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복적으로 영장이 기각되는 부분에 대해 굉장히 의아하게 생각했다. 당시 윤 전 세무서장의 친동생(윤우진)이 당시 부장검사였는데, 그 부분이 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라고 분명히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야권이 윤 후보자에게 공세를 퍼붓는 사이 여권에선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거듭 불러내 여야 간 설전이 거셌다. 첫 질의자였던 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윤우진 전 세무서장 의혹을 꺼내자마자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불기소 처분을 내린 당시 법무부 장관은 황교안 대표다. 왜 윤 전 세무서장을 불기소했는지 궁금하면 황 대표를 여기에다가 증인 신청해서 물어보자”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2013년 윤 후보자가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팀을 이끌 당시 윗선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며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무관치 않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지금도 생각에 변함이 없느냐”고 물었다. 윤 후보자가 "그렇다”고 답하자 박 의원은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은 국민 앞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여권 의원들이 계속 황 대표를 거론하자 정점식 한국당 의원은 "이게 윤석열 청문회인지 황교안 청문회인지 구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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