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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달인·일본통 포진했는데…제대로 대응 못한 외교안보 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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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의 반도체 핵심 부품 등에 대한 수출규제 건이 터지기 전 청와대 주변에선 개각 얘기가 무성했다.

“미국에 미리 중재 요청했어야” #청와대 “무대책 아닌 무대응 전략”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당초 문 대통령이 7월 중순 이후 개각을 검토했던 분위기였다”며 “그러나 일본 문제가 본격화되면서 청와대 내에서는 개각의 시점에도 다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개각은 대통령이 결단할 사안으로, 참모들이 말하는 데엔 한계가 있지만 확실한 건 지금 개각과 관련된 의견을 낼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소 혼조세인 셈이다.

김현종. [연합뉴스]

김현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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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이 시선은 외교안보 라인에 모이고 있다. 공교롭게 통상 전문가와 일본통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일본과 통상 이슈가 불거져서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행된 4일 청와대는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 등을 직접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국가 외교안보에까지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김 차장이 통상 전문가(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용. [뉴시스]

정의용. [뉴시스]

김 차장만이 아니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외교부에서 주로 통상 관련 업무에 종사하다 국회의원을 거쳐 문재인 정부 초대 안보실장에 올랐다. 취임 초기부터 “대미(對美) 외교를 비롯한 한반도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느냐”는 우려는 있었지만, 통상에 대해서만은 자신감을 보여 왔다.

남관표

남관표

김현종 차장의 전임자인 남관표 전 2차장은 주일 일본대사가 됐다. 청와대 출신 인사를 통해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도로 해석됐다. 동시에 외교부 1차관에 외교부 내 대표적 ‘일본통’으로 불리는 조세영 1차관을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조세영. [뉴스1]

조세영. [뉴스1]

외교가에선 “이런 라인업에도 일본의 보복 조치의 시기와 방식을 예상하지 못한 건 의외”란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가 보복의 가능성을 예견하고 준비했다고는 하지만, 정확한 진단이 가능했다면 실제 보복 조치가 이뤄지기 전에 미국에 중재 요청이라도 해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일본의 보복 조치가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달 29~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정상회담 전에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주요국 정상들과 직접 소통했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는 ‘8초 악수’로 상징되는 짧은 만남 외에는 별다른 의견 조율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당시 “일본이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회담은 어렵다. 회담은 선거 이후에나 검토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본이 사실상의 보복 조치를 결정한 이유는 정치적인 배경 때문”이라며 “보복의 방식이 통상이라는 방식을 통해 발현됐을 뿐 ‘통상 전문가로 구축된 외교안보 라인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가 각 부처를 비롯해 기업들과도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대책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정확히는 ‘무대책이 아닌 무대응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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