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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아내 3시간 맞아 갈비뼈 골절, 남편은 “언어 안 통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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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베트남인 아내를 폭행한 남편 B씨가 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트남인 아내를 폭행한 남편 B씨가 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내와)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도 달랐다. 그것 때문에 감정이 쌓였다.”

“남편 권투 배워, 샌드백 치듯 때려 #낙태 강요해 베트남에서 출산 #안 때린다 약속 믿고 한국행” #영장심사 4시간 만에 초고속 구속

8일 오전 전남 목포시 광주지법 목포지원. 두 살배기 아들이 보는 앞에서 베트남 출신 아내 A씨(30)를 무차별 폭행한 혐의(특수상해·아동학대)로 긴급 체포된 B씨(36)가 ‘할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한 말이다. B씨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영장 심사후 B씨는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면서 “베트남에 있던 아내와 영상통화를 할 땐 한국말을 곧잘 했는데 한국에 와선 한국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고 했다. 갑자기 말이 안 통하니까 폭행했다”고 했다.

나윤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B씨에 대한 실질 심사를 22분 만에 끝냈다. 이후 3시간 45분 만에 영장을 발부했다. 통상 영장 발부 여부는 심사 후 7~10시간 뒤 결정된다. 전남 경찰청 관계자는 “외국인 아내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남편을 엄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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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지난 4일 오후 9시부터 3시간 넘게 영암군 자신의 집(다세대주택)에서 아내 A씨를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리고 소주병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폭행 현장에 있던 아들(2)에게 정서적 충격을 안긴 혐의도 받고 있다. B씨 폭행으로 갈비뼈 골절 등 전치 4주의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중인 A씨는 베트남 매체 ‘징’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샌드백 치듯 나를 때렸다”고 호소했다. 매체는 이날 A씨의 전화 인터뷰를 온라인을 통해 공개했다. A씨는 “남편이 옛날에 권투를 연습했었다”며 “맞을 때마다 참을 수밖에 없었다.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번엔 (폭행이) 너무 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갈비뼈와 손가락이 부러졌다”고 밝혔다.

A씨는 “낙태를 강요하는 B씨를 피해 2016년 4월 베트남으로 돌아가 혼자 아이를 낳았다”고 밝혔다. B씨는 이미 두 번의 결혼 전력이 있었다. 지난 4월 ‘아이가 보고 싶다’며 베트남에 가 아들 친자확인 검사를 한 B씨는 베트남에서도 A씨를 폭행했다고 한다. A씨는 “‘더는 때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믿고 한국으로 왔다”고 했다. 한국에 온 지 한달도 안돼 폭행은 시작됐다.

A씨는 “제 친구들도 (자신들의)남편에게 많이 맞았지만, 한국말이 서툴고 경찰이 한국인 편이라는 우려로 신고를 거의 안한다”며 “저도 샌드백처럼 맞았지만 증거가 없어 신고하지 못했었다”고 덧붙였다. A씨가 돌보고 있는 아들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A씨 지인이 지난 6일 A씨가 맞는 2분 33초 분량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부각됐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또 람 베트남 공안부 장관과의 치안총수 회담에서 “베트남 결혼 이주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사건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철저한 수사와 피해자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은 베트남과 한국 경찰 총수가 만나 ‘치안 협력’을 논의하는 일정이었다.

이날 방한한 또 람 베트남 공안부 장관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뉴스1]

이날 방한한 또 람 베트남 공안부 장관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뉴스1]

◆이 총리, 베트남 장관 만나 사과=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또 람 장관을 만나 “베트남 정부 요인들을 자주 만나 반갑지만 이번엔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며 “한국에 사는 베트남 국민의 인권보호와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또 람 장관은 “이주여성 일은 안타깝지만, 한국 정부가 잘 처리해줘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목포=김준희 기자, 김태호·이민정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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