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의 정치적 지위가 격상된 것으로 관측된다. 김여정은 8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김일성 동지 서거 25돌 중앙추모대회’에서 당 국무위 및 중앙위 간부들로 구성되는 주석단 가운데 쪽에 자리했다. 이날 조선중앙TV가 오후 3시 방영한 추모대회 녹화 영상에서다.
주석단 서열은 정중앙에 앉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중심으로 오른편·왼편 순으로 통상 정해진다. 김 위원장에 가까울수록 권력 서열이 높은 것으로 간주한다. 주석단에서 김 위원장 좌우 6~7번째 자리까지는 당정 고위직 간부들이 앉는다고 보면 된다.
김여정은 김 위원장 왼편으로 박봉주 당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이만건·이수용 당 부위원장에 이어 4번째로 앉았다. 김 위원장 오른편엔 최용해 당 국무위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재룡 내각 총리, 박광호·김평해 당 부위원장 등이 자리했다.
김여정의 직책은 공식적으로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추모대회 주석단에서 당 부위원장들 사이에 앉은 것이다. 이번 주석단 배치로만 보면 김여정의 권력 서열은 김 위원장(1위)을 포함해 9위다. 권력 서열 10위권 안에 진입한 게 된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여정의 직책 상승이 읽히는 부분”이라며 “주석단 서열만 봤을 때 정치적 지위가 상승한 게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여정의 지위 상승은 지난달 20~2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 때부터 제기됐다. 김여정이 정치 행사에서 도맡았던 의전 대신 당 간부들 사이에서 평양국제공항에 내린 시 주석을 영접했기 때문이다. 김여정 대신 현송월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의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국가정보원은 시 주석 방북 이후 김여정의 지위 상승 가능성을 국회 정보위에 보고했다. 국정원은 “김여정 제1부부장은 사진을 보면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이수용 당 부위원장과 같은 반열에 찍혀 있어 정치적 지위가 격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주석 탄생 107년 기념 중앙보고대회 때는 주석단에 김여정이 자리하지 않았다. 2016년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 5주기 때 추모대회에서도 김여정은 주석단에 오르지 못했다.
다만 이번 행사가 김여정의 조부인 김일성 서거 25돌 추모대회인 만큼 백두혈통인 김여정을 주석단 중심부로 배치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김정은·여정 남매의 스위스 유학 시절 이들을 돌봤던 게 이수용 당 부위원장”이라며 “할아버지의 추모대회인 만큼 김여정을 가장자리에 앉히긴 그렇고, 대부 격인 이 부위원장 옆자리에 앉혔을 수도 있다”고 봤다. 이어 “북한 매체가 김여정의 직책을 공식 호명하기 전까지 지위 상승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당 전원회의 등에서 김여정의 직위 변화가 별도로 공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일성 서거 25돌 중앙추모대회' 주석단 중심부 자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북 이후 정치적 위상 급상승
최근 판문점 회담 등에서 북핵 외교 실세로 등극한 최선희 제1부상은 이날 추모대회에서 가장자리이긴 하지만 주석단 앞줄에 앉았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