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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보수 윤석열 "프리드먼 책 감명, 사회 점진적 변화 중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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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윤석열

윤석열

“원칙적인 보수주의자.”

오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박영선 “스스로 보수라고 얘기” #국회 답변서에 “우리 주적은 북한” #“수사권 조정은 국회 결정 존중 #국민 권익과 직결, 시행착오 없어야”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주변인들의 공통된 평가다.

윤 후보자와 연수원 동기인 판사 출신의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후보자와 함께 연수원에 있을 당시 자치회 멤버였다”며 “당시 격동의 시대라 현안이 많았는데 여러 토론회를 할 때 보면 윤 선배는 꽤 보수적인 입장이란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지난달 18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윤 후보자는) 스스로 자기가 ‘보수’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는 8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보낸 답변서에 ‘본인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를 꼽기도 했다. 미국의 대표적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프리드먼은 이 책에 “자유보다 평등을 앞세우는 사회는 평등과 자유, 어느 쪽도 얻지 못한다”고 적었다. 8일 청문회에서 야당은 ‘보수주의자’ 윤 후보자와 문재인 정부의 간극에 대해 집중 질의할 예정이다.

윤 후보자는 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보낸 답변서에도 보수적인 시각을 일정 부분 드러냈다. 정치적 성향을 묻는 질의에는 “검사로서 법을 집행하는 업무의 특성상 급진적 변화보다는 사회의 점진적 변화를 중시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주적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북한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는 등 보수적 안보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에서 지명된 검찰총장 후보자인 만큼 일부 현안에 대해선 현 정부와 비슷한 시각을 나타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도화선이 된 촛불집회에 대해선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큰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란 긍정적 평가를 했다. 동성 결혼이나 군대 내 동성애자를 처벌하는 군 형법에 대해선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선 윤 후보자가 정부의 검찰 개혁 방안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보일지에 대한 관심이 많다. 국회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상태다. 두 법안 모두 검찰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법안이다. 여당에선 “(검찰)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는 윤 후보자가 정부의 검찰 개혁 방안과 동조하지 않을 가능성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윤 후보자는 두 법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국회 답변서를 통해 일부 공개했다. 윤 후보자는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이며 공직자로서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형사사법 시스템은 국민의 권익과 직결돼 한 치의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단서를 달았다.

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해서도 국회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다만 제도 개편을 통해 국가 전체적으로 부정부패 대응 능력의 총량이 지금보다 약화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공수처 설치에 대해 “겸허히 수용하겠다”던 문무일 검찰총장보다 더 유보적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윤 후보자가 검찰 개혁 법안의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안과 상충하는 검찰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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