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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몸값 치솟는 금과 달러화, 둘 중 하나만 선택한다면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29)

사람들은 불안하거나 위기를 느끼면 금을 찾는다. 최근 골드바 인기가 높아지고 금 수요가 폭등한 것도 '화폐개혁' 루머가 한몫했다. 열풍이 불 때면 금을 사두지 않으면 바보가 될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중앙포토]

사람들은 불안하거나 위기를 느끼면 금을 찾는다. 최근 골드바 인기가 높아지고 금 수요가 폭등한 것도 '화폐개혁' 루머가 한몫했다. 열풍이 불 때면 금을 사두지 않으면 바보가 될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중앙포토]

요즈음 골드바 인기가 대단하다. 달러화 예금도 크게 늘었다고 신문 방송에서 요란하다. 둘 중 어느 하나 사두지 않으면 바보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한다.

과연 그럴까. 국내외 금 시세가 많이 뛰었다. 국제시세는 1년 전 트로이온스(약 31.1g) 당 1200달러 정도 하던 것이 7월 초에는 1400달러를 넘어서 16% 이상 뛰었다. 미·중 무역 전쟁이 심화하고 글로벌 경기 불안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원 달러 환율은 연초 1120원에서 지난 5월 말 1195원을 정점으로 최근에는 하향 안정세다.

사람들은 불안하거나 위기를 느끼면 금이나 달러를 찾는다. 최근 금 수요가 폭등한 것은 리디노미네이션(화폐개혁) 루머도 한몫한 것 같다. 당국이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이런 때에는 금을 사두어야 할까.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금은 부의 상징이다. 엘도라도(El Dorado)는 아메리카 대륙에 있다는 ‘황금의 도시’로, 황금으로 지은 집에 몸에 황금을 칠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16세기 새로 발견된 신대륙에 엘도라도가 있다는 루머를 듣고 많은 유럽 남자가 그곳을 찾아 몰려갔다. 그러나 욕망이 과하면 그 대가도 크다. 대지에 피만 많이 뿌리고 노다지 황금을 찾은 사람은 극소수였다.

불안한 때아닌 금 열풍

달러화의 힘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통용된다는 데 있다. 우리가 외환 위기를 겪은 것은 바로 이 달러화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무역적자가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나라이지만 달러를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사진 pixabay]

달러화의 힘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통용된다는 데 있다. 우리가 외환 위기를 겪은 것은 바로 이 달러화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무역적자가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나라이지만 달러를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사진 pixabay]

지금도 여전히 금은 사람을 흥분시키고 있다. 여기에는 금을 팔고 수수료를 챙기는 금융기관의 호들갑과 언론의 무분별한 동조가 한몫했다. 금이 왠지 커다란 행운을 갖다 줄 것 같은 환상 때문이었을까. 때아닌 금 열풍이다.

IMF 외환위기 때 달러화 부족에 따른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전 국민이 참여한 ‘금 모으기 운동’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나라의 외채를 갚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금이었다. 국민이 그토록 아끼는 재산목록 1호인 금을 장롱 속에서 꺼내 3년여 만에 25만t, 약 22억 달러의 금을 모아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다. 전 세계가 감동했으며 역사적인 기록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달러화는 어떤가. 달러라는 명칭은 16세기 보헤미아 산악지방의 작은 마을 지명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미국 외에도 세계 20여 개국에서 화폐 명칭으로 달러를 쓴다. 달러화의 힘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통용된다는 데 있다. 미국 재무성 조폐국에서 하루에 찍어내는 달러화는 평균 5억 4200만 달러 정도며 그중 절반이 1달러짜리 지폐라고 한다. 달러화의 수명은 1달러짜리는 18개월, 10달러짜리는 3년, 100달러짜리는 10년이라고 한다. 사용빈도가 높을수록 마모되는 속도도 그만큼 빠른 것이다.

우리가 외환위기를 겪은 것은 바로 이 달러화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무역적자가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나라이지만 달러를 맘대로 찍어내는 나라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중국이 위안화를 국제 통화의 하나로 키우겠다고 공언하고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도 국제통화로 인정받으면 이점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IMF 외환위기 당시 나라의 외채를 갚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금이었다. 국민이 아끼는 재산목록 1호인 금을 장롱 속에서 꺼내 3년 여만에 25만t의 금이 모아졌다. 사진은 IMF 외환 위기 당시 전국 각지에서 전개되었던 '금모으기 운동' 모습. [중앙포토]

IMF 외환위기 당시 나라의 외채를 갚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금이었다. 국민이 아끼는 재산목록 1호인 금을 장롱 속에서 꺼내 3년 여만에 25만t의 금이 모아졌다. 사진은 IMF 외환 위기 당시 전국 각지에서 전개되었던 '금모으기 운동' 모습. [중앙포토]

어쨌든 달러화는 위기 시에 찾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국제적인 통용이 어려운 원화와 달리 유동성과 환금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부잣집을 터는 도둑이 찾는 것도 금과 달러화다. 그중에서도 한 가지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느 것이 좋을까. 일장일단이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금보다 달러화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먼저 금과 달러화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역의 상관관계가 있다. 달러화 가치가 올라가면 금값은 떨어지고,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금값이 오른다. 금리가 올라가면 금값은 일반적으로 떨어진다. 국제정세가 불안하거나 세계 경제가 나쁜 국면일 때 금값은 오른다.

금은 투자 가치가 있을까. 살 때 기분만 좋지 투자가치는 별로다. 금융기관에서 골드바를 사거나 금 펀드에 가입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익을 기대하면 안 된다. 이유는 거래 수수료와 세금을 제하면 거의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실물 금은 사는 즉시 15~20% 정도 손해를 보고 들어간다는 사람도 있다. 부가세 10%에 매매, 보관 등 각종 수수료, 거래 마진을 고려하면 상당한 거래 비용이 든다. 돈 있는 사람이 불안해 재산 분산을 위한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금을 사둔다면 모를까 재테크로서 의미는 없다. 금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는 한 손해 볼 가능성이 더 크다.

금과 달러화, 투자가치는 별로

달러화가 강세면 환차익을 조금 거둘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환율 변동은 귀신도 모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측이 쉽지 않다. 금이나 달러화에 무턱대고 뛰어드는 것이 현명한 재테크 방법은 아니다. [사진 pixabay]

달러화가 강세면 환차익을 조금 거둘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환율 변동은 귀신도 모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측이 쉽지 않다. 금이나 달러화에 무턱대고 뛰어드는 것이 현명한 재테크 방법은 아니다. [사진 pixabay]

달러화 어떨까. 이것도 투자가치 측면에서는 접근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달러화가 강세면 환차익을 조금 거둘 수 있을지는 모르나 환전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환율 변동은 귀신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다만 금보다는 달러화 예금이 장점이 있다.

왜 달러화가 금보다 나을까. 우선 금은 들고 다니기 어렵고 자칫 가짜 금을 살 수도 있다. 반면 달러는 외국에 가서도 필요하면 외화예금 통장에서 인출하면 된다.

거래 수수료도 금에 비하면 무시할 정도다. 그리고 금은 장기적으로 가격 등락에 따른 위험 부담도 크다. 2011년 9월 트로이온스 당 1850달러에서 2015년 12월 1060달러까지 폭락한 적도 있다. 수익 측면에서도 달러화 강세이면 조금의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금은 시세가 폭등하지 않는 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론은 금이나 달러화를 사는 것은 거래비용만 지불하고 이익을 거둘 가능성은 희박하다. 금을 사서 만져보는 재미는 있을지 모르나 일반인의 재테크 대상은 아니다. 경제 위기에 대응, 굳이 안전 자산을 찾는다면 달러화가 금보다 낫다. 그마저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금이나 달러화에 투자한다고 ‘친구 따라 강남 갈’ 일은 아닌 것 같다.

강정영 청강투자자문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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