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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반지 찾으러 가던 길···잠원동 건물 붕괴 예비신부 참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신사역 인근의 5층 건물 외벽이 붕괴돼 소방대원들이 건물에 깔린 인명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신사역 인근의 5층 건물 외벽이 붕괴돼 소방대원들이 건물에 깔린 인명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4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지나가던 차량을 덮쳐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붕괴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추가 매몰자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 중이다.

서초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20분쯤 철거 작업 중이던 신사역 인근 지상 5층 지하 1층 건물이 무너졌다. 이로 인해 철거물 잔해와 가림막 등이 지나가던 차량 3대를 덮쳤다. 차량 한 대에 타고 있던 60대 여성 2명은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차량을 빠져나왔으며, 이들은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목격자 명모(33)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순식간에 건물이 무너져서 지나가던 차들을 덮쳤다”며 “여성 2명이 지나가던 시민들의 도움으로 구조됐고, 여성은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펑 소리와 함께 스파크가 튀면서 전기가 나갔고, 다들 놀라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방차가 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차량에 타고 있던 남녀 2명은 매몰돼 4시간 넘게 구조작업이 진행됐다. 사고 발생 약 3시간30분 후인 5시59분 남성 운전자 황모(31)씨가 구조돼 인근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겨졌다. 황씨는 의식은 있으나 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관계자는 “부상자의 아버지와 연락이 닿았으며, 현재 병원에서 응급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오후 6시33분 매몰 차량 조수석에 타고 있던 여성 이모(29)씨가 구조됐으나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 관계자는 “구조 뒤 서초구 보건소 흉부외과 의사가 바로 조치에 나섰으나 2분 뒤인 6시35분 사망 판정이 났다”고 설명했다. 이씨와 황씨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로 이날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는 길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은 처참했다. 건물을 둘러싸고 있던 노란색 가림막의 천은 갈기갈기 찢겼고, 안전을 위해 설치됐던 철제 안전구조물은 45도로 기울어져 아슬아슬하게 건물 가장자리에 매달려 있었다. 구조를 위해 출동한 소방차 및 포크레인 등으로 건물 앞 4차선 도로가 통제되면서 인근 차량정체가 심해지는 등 신사역 일대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해당 건물은 1996년 준공된 건물로 지난 6월29일부터 7월10일까지 새 건물을 올리기 위해 철거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절반가량 철거가 완료된 상태였으며 지하 1층 천장 부분에 대한 철거작업을 진행하던 중 건물이 기울어졌다고 관계자가 소방당국에 진술했다. 사고 당시 일을 하던 인부 4명은 건물이 쓰러진 도로 반대 방향에 있어 안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로 전신주 3대가 함께 무너지면서 인근 건물이 정전됐다. 소방 관계자는 “당시 전신주에서 스파크가 튀었지만 화재로 번지지는 않았다”며 “복구 작업을 진행해 오후 7시 10분을 기점으로 모든 건물에 전기 복구가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추가 매몰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어 잔해물을 부숴 들어 올리는 방법으로 수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철우 서초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인명구조견을 투입해 확인했으나 매몰된 사람은 없는것으로 보이며 폐쇄회로TV(CCTV)에도 보행자는 없는것으로 나왔다” 며 “만일의 가능성에 대비해 끝까지 인명구조 작업을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서초구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철거 전 안전 심의가 한 차례 부결돼 재심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현석 서울시 도시관리국장은 언론브리핑에서 “1차 심의 때 부결돼 2차 때 보완해서 재심을 청구했다”며 “정확한 부결 이유는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서초구청과 서초경찰서는 사고 관계자들을 불러 정확한 붕괴 원인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사고 전날부터 건물의 붕괴 조짐이 있었다는 목격자 진술이 나온 상황이다. 목격자 김모(35)씨는 “인근 아파트 5층에 사는 아주머니께서 어젯밤부터 해당 건물에서 시멘트가 떨어져 내려 소음을 들었다고 했다”며 “어젯밤부터 건물 배 부분이 불뚝 튀어나오는 등 이상 증상이 보였다고 하더라”고 했다.

밤 늦게까지 이어진 수색작업에 현장 관계자 A(49)씨가 쓰러지는 일도 일어났다. A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박해리 기자

밤 늦게까지 이어진 수색작업에 현장 관계자 A(49)씨가 쓰러지는 일도 일어났다. A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박해리 기자

밤늦게까지 지속된 구조 작업에 현장 관계자 A(49)씨가 쓰러지는 일도 일어났다. 소방 관계자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쓰러진 것으로 보이며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김다영·박해리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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