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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숙명여고 쌍둥이 딸 뉘우치지 않는다"···결국 기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숙명여고에서 학생들이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교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숙명여고에서 학생들이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교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숙명여고에서 시험지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1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은 전 교무부장 현모(52)씨의 쌍둥이 딸도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김유철)는 현씨의 쌍둥이 자매를 업무방해죄로 불구속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아버지 현씨만 재판에 넘겼지만 지난달 서울가정법원에서 두 딸도 형사처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숙명여고는 지난해 11월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의결을 거쳐 쌍둥이 딸 성적을 0점으로 재산정했고, 서울시교육청은 최종 퇴학 처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숙명여고 재학 당시 아버지인 교무부장과 공모해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모두 5차례의 교내 정기고사에서 학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현씨는 시험 관련 업무를 맡으면서 알아낸 답안을 유출해 두 딸에게 넘겨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수서경찰서가 지난해 공개한 숙명여고 쌍둥이 문제유출 사건 압수품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유출 정황. [사진 수서경찰서]

서울 수서경찰서가 지난해 공개한 숙명여고 쌍둥이 문제유출 사건 압수품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유출 정황. [사진 수서경찰서]

 서울가정법원 소년3단독(윤미림 판사)은 지난 4일 심리를 진행한 뒤 사건을 다시 검찰로 돌려보내는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열린 현씨의 결심 공판에서 “아버지와 두 딸이 같이 재판을 받는 것은 너무 가혹하고, 시간이 지나면 미성년자인 딸들이 뉘우칠 수 있다고 봤지만 기대와 달리 두 딸이 법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미성년자인 두 딸까지 재판에 넘기는 건 가혹하다는 판단에 따라 아버지와 함께 재판에 넘기지 않았지만,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반성의 태도도 보이지 않자 법원과 검찰의 태도도 바뀐 셈이다. 소년법은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사실이 발견된 경우, 그 동기와 죄질이 형사처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검찰로 송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검찰에서 가정법원으로 보낸 소년보호사건이 다시 검찰로 돌아가는 경우도 흔하지 않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달까지 서울가정법원에서 접수한 소년사건은 1만9319건으로 이중 다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98건에 그쳤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소년보호사건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경우가 많아 보호처분 1~10호(교육‧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가 내려지거나 처분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드물게 검찰로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현씨도 1심에서 3년6월 실형을 선고받은 만큼 법원에서 두 딸에 대해 유사한 판단을 내린다면 징역형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있다. 소년법에 따르면 미성년자에게는 징역형을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두고 선고할 수 있다.

 다만 현씨 측 변호인은 두 딸의 기소로 형사재판에서 다시 한번 무죄를 증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씨가 정답을 빼돌려 두 딸에게 전달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데다, 단기간에 성적이 급상승한 유사 사례를 내세워 변호할 방침이다. 변호인은 오는 12일에 시작되는 현씨의 2심에서도 이같은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공개할 예정이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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