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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입관식 사진 공개···'영욕의 95년' 에콰도르서 마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2018년 12월 장례식으로 추정되는 사진. 지난달 22일 체포된 정한근(55)씨가 검찰에 제공했다. [사진 서울중앙지검]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2018년 12월 장례식으로 추정되는 사진. 지난달 22일 체포된 정한근(55)씨가 검찰에 제공했다. [사진 서울중앙지검]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에콰도르에서 사망했을 당시 입관식 사진과 사망증명서 등이 공개됐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예세민)는 정태수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관에 누워 있는 모습과 현지 사망증명서 등을 유족으로부터 전달 받아 4일 공개했다. 정 전 회장의 4남인 한근(55)씨는 지난달 22일 파나마에서 붙잡힌 뒤 국내로 송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2010년부터 에콰도르에서 정착했다. 그는 한보학원 산하 강릉 영동대학교의 교비 65억원을 횡령한 사건으로 2006년 2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아 항소한 상태에서 2007년 5월 말레이시아로 출국했다. 서울행정법원에는 신병치료를 이유로 일본에 간다며 출국금지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받았지만 이를 속이고 말레이시아로 도피했다.

 이후 정 전 회장은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즈스탄을 거쳐 에콰도르로 갔다. 검찰은 2008년 1월과 2009년 4월 두 차례 각각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즈스탄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지만 각 국가가 소재를 파악할 수 없다고 알려와 진행되지 못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2010년 7월 현지에서 고려인 이름으로 추정되는 ‘쯔카이콘스탄틴(TSKHAI KONSTANTIN)’이라는 키르기즈스탄인의 인적사항을 이용하여 여권을 불법 발급받아 에콰도르 입국에 성공했다. 정 전 회장은 1923년생이지만 현지 여권엔 29년생으로 위장했다. 이후 정 전 회장은 에콰도르의 제2 도시인 과야킬로 이주했다. 검찰은 그가 과야킬 인근에서 유전 개발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유골함으로 추정되는 사진.오른쪽은 정 전 회장의 사망확인서. 지난달 22일 체포된 정한근(55)씨가 검찰에 제공했다. [사진 서울중앙지검]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유골함으로 추정되는 사진.오른쪽은 정 전 회장의 사망확인서. 지난달 22일 체포된 정한근(55)씨가 검찰에 제공했다. [사진 서울중앙지검]

 체포된 정한근씨가 제출한 노트북에서는 정 전 회장의 사망 직전과 입관 당시 사진이 발견됐다. 장례식을 치르는 내용이 담긴 사진과 1분 분량의 동영상도 나왔다. 정씨는 국내에 있는 형에게 보낸 정 전 회장의 위독한 상태를 알리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검찰에 보였다. 이밖에도 에콰도르 과야킬 시청이 발급한 사망등록부와 장례식장 비용 영수증도 증거로 제출됐다. 정씨는 검찰 조사에서 정 전 회장이 2018년 12월 1일 에콰도르 과야킬시에서 사망했고, 2일 화장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의 사망등록부에 사망원인은 만성신부전으로 의사가 확인한 것으로 기재됐다. 또 현지에서 정씨와 정 전 회장 모두 다른 사람의 인적사항을 사용했기 때문에 서류상 부자(父子) 관계가 인정되지 않자 ‘모든 사망 절차를 책임지겠다’는 내용의 현지 공증인(변호사)의 공증을 받아 사망신고와 같은 행정 절차를 진행했다. 에콰도르에서 정씨는 ‘신 헨리 류(SEAN HENRY LIU)’라는 미국 국적자로 생활했다. 검찰은 정씨가 제출한 유골함은 한국에 있는 유족에 인도했다고 밝혔다.

 김민상‧정진호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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