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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운드 들어선 천왕동 주꾸미집 논란…반대 청원 구의회 만장일치 통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식당 짓는데 학생들한테 피해? 내로남불 이기적 주민들” -tera****

[뉴스AS]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는 문제를? 몰상식한 민원” -jeon****

“건물을 왜 구로구 보고 사래? 세금이 남아도나?” -su82****

지난달 16일 ‘“주꾸미 맛집 생긴다는데…주민 1300명 ”결사반대“, 왜’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서울 구로구 천왕동에 들어설 예정인 주꾸미 식당(현재 경기 광명시 소재)의 건물 건축을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다. 이 기사에 달린 “내로남불 이기적 주민들”이라는 댓글에는 6502명이 동의 버튼을 눌렀다.

비난 여론에도 지난달 25일 구로구의회는 “주꾸미 식당 건물 건축을 막아달라”는 주민들의 청원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주민들은 해당 청원이 지역 이기주의로 몰린 데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주민 대표와 주민들의 변호인에게 반대 이유를 다시 들었다.

주꾸미 업체가 짓고 있는 건물과 인접한 주택에 건축을 반대하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편광현 기자

주꾸미 업체가 짓고 있는 건물과 인접한 주택에 건축을 반대하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편광현 기자

현재 주민들은 법적 문제를 부각하고 있다. 주꾸미 식당 건물 허가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이들은 “이 건물에 대한 건축허가를 취소해달라”는 소송도 냈다. 주민 측 이영근 변호사(온마음 법률사무소)는 “주꾸미 업체가 짓는 건물은 ‘주차장을 가장한 식당 건물’”이라고 주장했다.

주꾸미 업체가 짓는 건물이 들어설 땅은 ‘자동차 관련 시설’로 지정돼있다. 이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주꾸미 식당 측이 이 땅에 주차장을 짓고 있는 중인데, 식당은 주차장의 부대시설로 만들어지고 있다. 국토계획법에 따라 자동차 시설 부지 중 30%의 공간엔 식당이 포함된 부대 시설을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꾸미 업체가 짓고 있는 건축물의 건축허가표지판. 주용도에 '자동차관련시설'이라고 적혀있다. 편광현 기자

주꾸미 업체가 짓고 있는 건축물의 건축허가표지판. 주용도에 '자동차관련시설'이라고 적혀있다. 편광현 기자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주차장 이용객 편의를 위해 부대시설을 지을 수 있다는 게 법 취지인데, 이곳은 주꾸미 식당 이용객을 위한 주차장을 짓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 제정 취지를 거꾸로 이용한 건축 허가가 났기 때문에 취소 사유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이와 유사한 문제 때문에 2015년 서울 내곡동의 한 차량 정비센터 허가가 취소된 대법원 판례도 있다”며 승소를 자신했다.

이 사건이 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으려면 3~4년이 걸릴 수도 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해당 건물이 완성되면 주민과 주꾸미 업체 사이의 갈등이 더 커질 수 있고, 소송 과정에서 공사가 중단된다면 해당 부지가 지역 흉물로 남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과 구의회는 구로구의 부지 매입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구의회는 주민 청원을 만장일치 통과시킨 날(지난달 25일) 구로구에 “해당 땅과 건물에 대한 매입을 권고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20억원가량의 식당 부지를 구로구가 사들이면 법적 다툼 없이도 논란이 해결된다는 생각에서다.

해당 건물로 가는 길목 지도. 하얀색 길은 1차선 도로다. [사진 네이버지도 캡처]

해당 건물로 가는 길목 지도. 하얀색 길은 1차선 도로다. [사진 네이버지도 캡처]

김희서 구로구의원은 “주민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의회에 전달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라며 “해당 건물이 지역 환경에 맞게 이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민 대표단의 A씨도 “단순한 이기주의가 아니라 해당 건축물을 원래 부지 용도에 맞게 사용하라는 합리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주꾸미 식당 측도 “구로구가 땅을 사들인다면 팔 뜻이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은 상태다. 주꾸미 식당은 중앙일보 기자에게 “구청에서 건축허가를 내줄 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라며 “그래도 구청에서 건물을 매입한다면 지금이라도 팔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로구는 구의회의 결정 이후에도 건물 매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구로구 관계자는 2일 “구청이 20억원이 넘는 해당 건물을 사라는 주민들의 요청을 받아들일 만한 예산이 없다”며 “현재 진행 중인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대응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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