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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어업 취업자 급증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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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손해용 기자 중앙일보 경제부장
손해용 경제정책팀장

손해용 경제정책팀장

도시를 떠나 시골로 내려가는 귀농·귀촌 인구가 6년 만에 줄었다. 2013년부터 매년 증가해 2017년 51만6817명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2만6487명 감소한 49만330명을 기록했다.(2018년 귀농·귀촌인 통계) 정부는 지난해 고용참사 속에 농림어업 일자리가 늘어난 배경 중 하나로 귀농·귀촌 증가를 꼽았는데 되려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농·어·임가는 116만 가구로 2% 이상 줄었다는 ‘2018년 농림어업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농림어업 분야의 고용 증가 현상의 원인을 찾는 것은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농림어업 취업자는 134만명으로 전년보다 6만1000명이나 증가했다. 2017년도 증가분(6000명)의 10배가 넘는다. 21개 산업 가운데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12만5000명)에 이어 두 번째로 증가 폭이 크다.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2017년(31만6000명)에서 70% 줄어든 9만7000명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독보적인 성과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농림어업의 취업자 증가는 미스터리다. 농림어업 취업자는 꾸준히 감소세를 유지하며 전체 고용을 갉아먹는 ‘애물단지’였다. 월 기준으로는 2014년 3월부터 2017년 4월까지 딱 한 달을 빼놓고는 취업자 수가 모두 전년 대비 마이너스였다. 그러다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0’을 기록하더니, 그해 6월을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36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전문가들이 꼽는 농림어업 고용 호조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도시 거주자가 일자리를 찾아 근교 농촌 지역에서 ‘아르바이트’를 뛰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취업자에는 포함되나, 귀농·귀촌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도시지역 실직자와 은퇴자들이 직장을 못 구하고 귀농해 취업자로 잡혔다는 분석이다. 실제 통계청의 원시 자료를 따로 분석하면 농림어업 취업자 증가 수 가운데 58%는 돈을 받지 않고 집안 농사일을 돕는 ‘무급가족종사자’다.

세 번째는 경기 침체를 알리는 신호다. 한국에서 1990년대 이후 농림어업 취업자가 증가한 때는 2017~2018년을 제외하고는 외환 위기가 터졌던 1998년(11만2000명 증가)밖에 없다. 그리스·스페인도 경제위기에 몰렸을 때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물론 명쾌한 원인을 찾는 것은 좀 더 시간을 갖고 분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농업국가 꼬리표를 뗀 지 한참 지난 한국에서 이런 기현상이 나타난 것을 정상으로 보긴 힘들 것 같다.

손해용 경제정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