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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앞둔 수경 김태군 “양의지 선배처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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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 중인 포수 김태군. 다음 달 12일 전역해 NC에 합류한다. [중앙포토]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 중인 포수 김태군. 다음 달 12일 전역해 NC에 합류한다. [중앙포토]

“(제대하니까) 당연히 좋죠. 그래도 아직 설레진 않습니다.”

다음달 제대 앞둔 NC 안방마님 #밀어치기 연마, 2군서 3할대 유지 #올 시즌 끝나면 FA 자격 얻어 #“경찰 출신 성공한 포수 되고파”

경찰 야구단에서 복무 중인 ‘수경’ 김태군(30)에게 “제대를 앞둔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전역을 한 달 앞둔 현역치곤 좀 심드렁한 반응이다. 바깥세상 반응은 다르다. 벌써 프로야구판에선 김태군에 관해 관심이 많다. 원소속팀 NC 다이노스엔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 시즌 뒤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 때문에 다른 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30일 고양 경찰야구장에서 마지막 홈 경기를 치른 그를 만났다.

2008년 부산고를 졸업한 포수 김태군은 LG의 ‘미래 안방마님’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12시즌이 끝난 뒤 LG를 떠났다. 신생팀 특별지명을 통해 NC 유니폼을 입었다.

결과적이지만 이적은 선수와 구단, 모두에게 좋은 결정이었다. 화려하진 않아도 착실한 수비와 투수 리드로 포수 출신 김경문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주전 포수로 2016년 NC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와 수염 세리머니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2017시즌 뒤 김태군은 경찰 야구단에 입단했다. 경찰에서도 특유의 성실함은 변함없었다. 동기보다 나이가 많은 만큼 솔선수범했다. 그는 “군에서 야구 경기를 하는 걸 특혜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특혜라는 점에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경찰 야구단 선수들도 다른 군인처럼 맡은 임무를 하면서 최선을 다해 야구를 한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딸을 혼자 키우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며 “딸이 아빠가 포수란 걸 아는지 블로킹 흉내를 내곤 한다”며 가족에게 돌아가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기량도 늘었다. 지난해엔 타율 0.320 (147타수 47안타)·8홈런·35타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타율은 0.356(104타수 37안타)이다. 그런데 홈런이 없다. 사연이 있다. 유승안 경찰청 감독이 “네가 (1군에서) 홈런을 쳐봐야 몇 개 치겠냐. 우측으로 밀어치는 연습을 하는 게 더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고, 열심히 밀어쳤다.

경찰 야구단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의무경찰제도 축소 및 폐지에 따라 김태군이 속한 11기가 마지막 기수다. 오는 10일 서산 한화전이 마지막 경기다. 다음 달 12일엔 남은 선수들이 모두 전역한다.

마지막 홈경기 직전 “덤덤하다”던 김태군은 “여기는 야구는 물론, 생활을 같이하기 때문에 정이 많이 든다. 최종전이 되면 기분이 묘할 것 같다”고 했다. 또 “양의지 선배나 최재훈 등 경찰 출신으로 성공한 포수가 많다. 나는 좀 늦게 입대했지만,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고 말했다. 최종전을 끝내면 NC 연고지인 창원을 찾는다. 모아놓은 휴가를 모두 사용해 NC 선수단과 훈련할 계획이다. 김태군은 “이동욱 감독님, 구단과도 상의했다. 전역 후 최대한 빨리 1군에 합류하도록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2017년 WBC 당시 함께 안방을 지킨 양의지(왼쪽)과 김태군.

2017년 WBC 당시 함께 안방을 지킨 양의지(왼쪽)과 김태군.

김태군이 자리를 비우자 NC는 그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 2017년 NC 포수들의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WAR·스탯티즈 기준)는 0.27로 10개 팀 중 6위였다. 그가 떠난 2018시즌엔 9위(-1.59)로 급락했다. NC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 KBO리그 최초로 외국인 포수 크리스티안 베탄코트(28·파나마)를 영입했고, FA 양의지(32)까지 잡았다.

양의지가 있지만, 김태군의 합류는 NC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종종 포수 마스크를 썼던 베탄코트가 성적 부진으로 투수 에디 버틀러와 함께 3일 웨이버 공시됐다. NC는 이날 왼손 투수 크리스천 프레데릭(32·미국) 영입을 발표했다. 외국인 타자는 부상 중인 나성범을 대신할 외야수가 유력하다. 김태군은 전역 후 양의지와 함께 안방을 지킨다. 둘은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도 함께 출전했다.

양의지는 김태군의 롤모델이라 볼 수 있다. 양의지도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FA로 대형 계약(4년 125억원)에 이르렀다. 김태군은 올해 38일만 1군에 이름을 올리면 FA 자격을 얻는다. 에이전트가 없는 김태군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에이전시도 많다. 김태군은 “지금 나는 경찰 신분이다. 전역 때까지는 경찰 야구단 소속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자세한 계획은 이후에 정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고양=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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