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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 주역’ 김대업 필리핀 호텔 찾았다가 체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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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도피했다가 3년 만에 필리핀에서 체포된 김대업씨. 김씨는 2002년 대선 ‘병풍 사건’의 주역이다. [연합뉴스]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도피했다가 3년 만에 필리핀에서 체포된 김대업씨. 김씨는 2002년 대선 ‘병풍 사건’의 주역이다. [연합뉴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이른바 ‘병풍(兵風) 사건’으로 유명한 김대업(57)씨가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도피한 지 3년 만에 필리핀 현지에서 체포됐다.

2016년 사기혐의 수사 중 도피 #게스트하우스·카지노 떠돌아

2일 경찰과 검찰, 법무부 등에 따르면 검거작전은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지난 6월 필리핀 수도 마닐라 말라떼 거리에서 ‘김대업’씨로 보인다는 인물이 다닌다는 첩보가 코리안데스크(현지 파견 한국경찰)에 입수됐다. 그는 지난 2011년 강원랜드 내 폐쇄회로(CC)TV 교체 사업권 등을 따주겠다며 업체 영업이사로부터 로비자금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피소됐다. 이후 사기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던 2016년 해외로 도피한 뒤 행방이 묘연했었다.

말라떼 첩보는 현지의 믿을만한 정보원을 통한 거였다. 하지만 코리안데스크 경찰관의 눈에 띄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말라떼의 한 호텔에 김씨로 의심되는 인물이 머물고 있다는 첩보가 또 다시 들어왔다. 코리안데스크는 필리핀 이민청과 합동 검거 작전에 나섰다. 우선 호텔 출입문 2곳부터 막았다. 이상한 낌새를 채고 도주하려던 김씨가 붙잡혔다. 3년의 해외도피가 막을 내렸다. 민소매 옷을 입은 그는 전에 비해 수척한 모습이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김씨는 도피 기간 사업을 벌이거나 특별한 직업은 갖지 않았다. 여권 만료로 불법체류자 신세였다. 하지만 현지 관광객 처럼 카지노를 자주 찾았다고 한다. 말라떼는 관광도시로 코리아타운처럼 한인 밀집지역이 있다. 김씨는 도피기간 동안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주로 게스트하우스를 전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호텔’을 찾았다 붙잡혔다. 현지 조력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필리핀 정부와 협의해 현재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에 있는 김씨를 송환할 예정이다. 서울남부지검은 김씨를 송환하는 데로 수사를 재개한다. 경찰 관계자는 “필리핀 이민청이 일요일이라는 이유로 합동 검거작전을 거부했다 코리안데스크의 협조 요청에 결국 작전에 나서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민욱·김민상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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