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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넘게 日서 부품 수입하는데···韓반도체·스마트폰 초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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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일방적 경제보복, 한국 타격은  

1일 열린 수출상황점검회의. [중앙포토]

1일 열린 수출상황점검회의. [중앙포토]

일본 수출 규제 품목 중 일부 항목의 대일본 수입 비중이 9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물량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국 반도체 산업과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강화한 소재는 ▶투명 폴리이미드(Polyimide) ▶포토 레지스트(Photoresist·감광액) ▶고순도 불화수소(HF) 등 세 가지다. 그동안은 필요할 경우 언제든 수입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계약 건당 최대 90일에 걸쳐 허가·심사를 받아야 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1일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1일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투명 폴리이미드는 스마트폰이나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 액정 소자를 고정하는 일종의 투명한 필름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이 수입하는 투명 폴리이미드의 대부분은 일본산이다. 금액을 기준으로 올해 국내 수입 투명 폴리이미드(1296만4000달러) 중 93.7%(1214만2000달러)를 일본에서 도입했다(2019년 1~5월 기준). 투명 폴리이미드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 국내 수출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TV·스마트폰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포토레지스트도 일본산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일본에서 대부분을 수입(1억352만달러·91.9%)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이후 대일본 수입 비중이 90% 밑으로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다. 이 소재가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 반도체 공장 가동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고순도 불화수소도 반도체 공정에서 필수 소재다. 반도체 웨이퍼에서 회로 패턴을 깎거나 세정하는 공정에서 고순도 불화수소가 사용된다.
투명 폴리이미드나 포토레지스트와 비교하면, 고순도 불화수소는 대일본 제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2010년 72.2%였던 고순도 불화수소의 대일 수입의존도는 올해 43.9%(2843만6000달러)까지 낮아졌다. 한국은 일본보다 중국(46.3%)에서 더 많은 고순도 불화수소를 수입 중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을 대신해 참석한 전세원 삼성전자 부사장(왼쪽 세번째) 등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수출상황점검회의에 참석했다. [중앙포토]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을 대신해 참석한 전세원 삼성전자 부사장(왼쪽 세번째) 등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수출상황점검회의에 참석했다. [중앙포토]

반면 일본에서 생산하는 고순도 불화수소가 한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다. 일본산 고순도 불화수소의 대부분(85.9%)이 한국으로 간다. 이는 리지스트(11.6%)·플루오드 폴리이미드(22.5%)의 대한국 수출 비중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고순도 불화수소의 경우 규제를 시작하면 일본도 상당히 타격을 입는다는 뜻이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소재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 이를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는 한국은 밸류 체인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본이 한국의 아픈 부위를 건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재고량이 줄어들수록 우리나라 수출이 받는 타격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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