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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과 올스타, 그리고 아리랑볼

중앙일보

입력

류현진(32·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에서 '아리랑볼'을 던질까.

10일 MLB 올스타전 선발 등판 #한국서는 '아리랑볼' 던지기도 #최고 무대서 어떤 공 던질지 기대

MLB 사무국이 1일(한국시각) 발표한 올스타전(7월 10일 클리블랜드) 명단에는 예상대로 류현진이 포함돼 있었다. 게다가 내셔널리그 올스타를 사령탑인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이 올스타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2019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선발투수로 나서는 다저스 류현진. [사진 LA 다저스 SNS]

2019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선발투수로 나서는 다저스 류현진. [사진 LA 다저스 SNS]

한국인 선수가 MLB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건 박찬호(2001년), 김병현(2002년), 추신수(2018년)에 이어 류현진이 4번째다. 이 가운데 선발로 등판하는 건 류현진이 처음이다. KBO리그 출신으로도 한국인 최초다.

류현진의 MLB 올스타전 등판에는 여러 영광스러운 기록이 따라오고 있다. 그에 못지 않게 류현진이 올스타전에서 어떤 피칭을 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2006년 데뷔하자마자 특급 투수로 활약한 류현진은 KBO리그 올스타전에 6차례 출전했다. 신인 시절부터 2010년까지 5년 연속 출전했고, 2012년에 다시 올스타 무대에 선 뒤 2013년 MLB로 향했다.

류현진은 언제나 리그 최강 투수였지만 2010년엔 특히 그랬다. 16승(다승 2위)을 거뒀고, 평균자책점 부문에서는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1점대(1.82)를 기록하며 타이틀을 차지했다.

시즌 내내 압도적인 투수였던 류현진은 그해 7월 24일 열린 KBO리그 올스타전에서는 가장 만만한 투수였다. 웨스턴리그 선발로 나선 류현진은 1회 홍성흔과 가르시아에게 홈런을 맞는 등 2이닝 동안 3피안타 3실점했다.

이날 류현진은 '아리랑볼'을 주무기로 던졌다. 사흘 전 롯데와의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뒀던 류현진은 "휴식이 충분하지 않다. 천천히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예고한 대로 시속 100㎞를 겨우 넘을 것 같은 느린 공을 던졌다.

2010년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 참가했던 류현진. 임현동 기자

2010년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 참가했던 류현진. 임현동 기자

당시 류현진에게 올스타전은 경쟁이 아닌 놀이에 가까웠다.마운드에서는 몸을 풀 듯 살살 던졌지만, 올스타 홈런 더비에 참가해 투수로는 유일하게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타석에 서는 류현진에게 팬들이 홈런을 기대하는 이유다.

신인으로 올스타전에 나선 2006년에는 구원으로 등판해 1과 3분의 2이닝 4피안타 4실점 했다. 이 경기도 전력으로 던졌다고 보기 어려웠다. 데뷔하자마자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 201과 3분의 2이닝을 던졌던 시즌이다.

류현진이 2012년 올스타전에서 팀 선배 김태균과 장난을 치는 모습. 이 경기가 류현진의 KBO리그 마지막 올스타전 출전으로 남았다. [중앙포토]

류현진이 2012년 올스타전에서 팀 선배 김태균과 장난을 치는 모습. 이 경기가 류현진의 KBO리그 마지막 올스타전 출전으로 남았다. [중앙포토]

그렇다고 류현진이 올스타전에서 항상 '아리랑볼'만 던진 건 아니다. 2007년(선발 2이닝 퍼펙트), 2008년(구원 2이닝 퍼펙트), 2009년(구원 1이닝 1피안타 무실점), 2012년(선발 2이닝 퍼펙트) 올스타전에서는 뛰어난 피칭을 했다. 상황과 컨디션에 따라 완급을 조절한 것이다.

MLB 올스타전도 KBO리그와 비슷하게 축제처럼 열린다. 올스타전 승리 팀에게 주어진 월드시리즈 홈 어드밴티지(1,2,6,7차전을 홈에서 개최)가 폐지됐지만 최고 선수들이 모인 만큼 자존심 대결이 펼쳐진다.

류현진은 KBO리그 올스타전에서 능글맞게 '아리랑볼'을 던졌지만 MLB 올스타전에서는 그럴 확률이 높지 않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인 무대에서 보여줄 게 많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와 인터뷰에서 "올스타전 선발 등판은 엄청난 영광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전반기를 보냈다"고 말했다.

최근 리치 힐의 부상으로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이 변경됐다. 때문에 류현진의 전반기 마지막 등판은 5일 오전 10시10분 샌디에이고와의 홈경기다. 이후 나흘을 쉬고 올스타전에 나서기 때문에 류현진은 힘을 비축할 수 있다.

류현진은 10승 문턱을 네 차례나 넘지 못했다. 올스타전에서 무리하게 힘을 썼다가 리듬이 흔들려 후반기에 고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류현진은 처음 출전한 MLB 올스타전에서 어떤 피칭을 할까. 1회 첫 타자에게 던지는 초구를 보면 류현진의 마음을 알 수 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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