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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오타니 뜰까… 투수 데뷔전 성공 거둔 맥케이

중앙일보

입력

6월 30일 텍사스전에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러 6이닝 무실점 승리를 따낸 맥케이. [AP=연합뉴스]

6월 30일 텍사스전에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러 6이닝 무실점 승리를 따낸 맥케이. [AP=연합뉴스]

'제2의 오타니'가 뜰까. 탬파베이 레이스 브렌던 맥케이(23)가 성공적인 빅리그 투수 데뷔전을 치르며 '투타겸업'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해 메이저리그를 가장 뜨겁게 달군 선수는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일본)였다. 1973년 아메리칸리그(AL)에 지명타자 제도가 생긴 뒤 거의 사라졌던 투타 겸업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오타니의 시도는 '성공'이라고 부르긴 애매했다. 팔꿈치 부상으로 투수(10경기, 4승 2패 평균자책점 3.30)로는 풀 시즌을 치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수(114경기, 타율 0.285·22홈런·61타점·10도루)로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서 AL 신인왕을 차지했다.

그리고 올 시즌 또 한 명의 선수가 '투 웨이(two-way)' 플레이어로 주목받고 있다. 탬파베이 유망주 맥케이다. 맥케이는 루이빌대 1학년 때부터 3년 연속 미국 대학 리그에선 2010년부터 그해 투타겸업을 가장 잘한 선수에게 주는 '존 올러루드 상'을 받았다. 2017년엔 투수로서는 15경기에 등판해 97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며 9승3패, 평균자책점 2.31, 탈삼진 131개를 기록했다. 타자로는 58경기에서 타율 0.357, 17홈런·55타점을 올렸다. 그는 오타니처럼 선발 등판 이후 불펜 투구를 하는 날은 아예 쉬고, 나머지 날엔 1루수로 출전했다.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오타니 쇼헤이. [AP=연합뉴스]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오타니 쇼헤이. [AP=연합뉴스]

왼손 투수 맥케이는 최고 시속 151㎞ 빠른 공와 컷패스트볼, 커브를 구사한다. 전형적인 슬러거는 아니지만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 스카우팅 리포트에선 야수와 투수로서 모두 55~60점 정도를 받았다. 20-80 스케일 스카우팅 리포트에선 리그 평균 정도 수준을 50점으로 매긴다. 맥케이가 투수와 타자로서 모두 평균 이상의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단 뜻이다. 고교 시절 34라운드란 낮은 순번을 받았던 맥케이는 3학년이 된 2017년엔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지명됐다.

탬파베이는 맥케이의 재능을 모두 살리기로 했다. 마이너리그에서도 투타 겸업을 하기로 한 것이다. 맥케이는 지난해 싱글A에서 주로 뛰며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올 시즌 마이너리그에서 재능을 폭발시켰다. 투수로선 12경기에 선발 등판해 6승 무패·평균자책점 1.22를 기록한 것이다. 타자로도 트리플A에서 타율 0.265(49타수 13안타)·4홈런·10타점을 올렸다. 맥케이는 "홈런을 칠 때와 삼진을 잡을 때, 어느 쪽이 더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지 고르기가 힘들다"며 투타 겸업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일본 방송들도 오타니의 길을 이어 걷는 맥케이를 집중 취재하기도 했다.

Tampa Bay Rays starting pitcher Brendan McKay throws against the Texas Rangers in the first inning of his Major League debut in a baseball game Saturday, June 29, 2019, in St. Petersburg, Fla. (AP Photo/Mike Carlson)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Tampa Bay Rays starting pitcher Brendan McKay throws against the Texas Rangers in the first inning of his Major League debut in a baseball game Saturday, June 29, 2019, in St. Petersburg, Fla. (AP Photo/Mike Carlson)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탬파베이는 지난달 30일(한국시각)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맥케이를 먼저 투수로 빅리그에 데뷔시켰다. 맥케이는 1회 선두타자 추신수를 가볍게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그리고 무려 16명의 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했다. 1사 이후 데니 산타나에게 우전 안타를 맞은 맥케이는 2사 1루에서 추신수에게 볼넷을 주며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딜라이노 드실즈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5와 3분의 1이닝 퍼펙트는 탬파베이 투수 데뷔전 최다 이닝 퍼펙트 신기록이기도 하다. 맥케이는 내야 뜬공과 번트 수비도 침착하게 해냈다.

탬파베이는 이날 5-2로 이겼다. 6이닝 1피안타·1볼넷·3탈삼진·무실점한 맥케이는 맥케이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데뷔 첫 승까지 따냈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은 "아주 재밌게 봤다. 첫 경기를 치르는 선수답지 않게 흔들림이 없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2위 탬파베이는 1위 뉴욕 양키스에 7경기 뒤져 있다.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선 가장 앞서 있다.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위치다.  팀 사정상 아직까진 신인에게 기회를 많이 주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맥케이의 타자 데뷔전은 아직 불투명하다. 하지만 곧 타자로도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MLB에서 혁명적인 '오프너' 전략을 먼저 실천한 팀이 바로 탬파베이기 때문이다. 맥케이는 6일 열리는 뉴욕 양키스전에서 두 번째 등판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해 투수 타석에서 대타로 나와 만루홈런을 때린 로렌젠의 타격 장면. [AP=연합뉴스]

지난해 투수 타석에서 대타로 나와 만루홈런을 때린 로렌젠의 타격 장면. [AP=연합뉴스]

사실 맥케이보다 먼저 투타겸업을 실천한 선수도 있다. 신시내티 레즈 구원투수 마이클 로렌젠(27)이다. 로렌젠은 지난해 81이닝을 던지면서 4승 2패, 평균자책점 3.11의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로렌젠이 화제가 된 건 타격 때문이었다. 대학 시절 외야수를 겸업했던 로렌젠은 지난 시즌 대타로도 자주 기용됐다. 타율 0.290(31타수 9안타), 4홈런·10타점. 자신감을 얻은 로렌젠은 올 시즌부터는 외야수로도 나서며 본격적인 투타 겸업에 나섰다. 대타, 대주자, 대수비, 구원투수를 오가며 활약하고 있다. 바야흐로 메이저리그에선 '팔방미인'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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