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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낮추려고 형 이름 빌려 가입, 사고 보험금 나올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경영의 최소법(8)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보험 가입을 하면서 중요한 사항을 보험 회사에 고지해야 한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 사항을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고지하여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연합뉴스]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보험 가입을 하면서 중요한 사항을 보험 회사에 고지해야 한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 사항을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고지하여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연합뉴스]

사례1. A는 아들 B를 피보험자로 하여 X 보험회사가 판매하는 2개의 질병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계약 당시 B는 아르바이트로 치킨집에서 오토바이 배달을 하고 있었다. 보험상품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오토바이를 주기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별도로 특별약관이 추가돼 보험인수가 이뤄진다’는 내용이 있었다. A는 보험 가입 청약서에 첨부된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란 오토바이 운전 여부를 묻는 항목에 ‘아니오’라고 답변해 오토바이 상해보장 특별약관은 추가되지 않았다. B는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A는 보험금을 청구했다. X는 주기적인 오토바이 운전 사실은 중요사항인데, A가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은 고지의무 위반이라며 보험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A는 X를 상대로 법원에 보험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사례2. C는 덤프트럭을 사면서 Y보험회사의 영업용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했다. 영업용 자동차 종합보험의 경우 운전자의 나이가 많은 경우 보험료율이 낮았다. C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6촌 형 D를 주운전자로 고지했고, 실제 운전은 주로 자신이 했다. C는 트럭을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켰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Y는 주운전자를 D로 고지한 것은 고지의무 위반이므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C는 Y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 설명의무, 계약자 고지의무보다 중요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보험회사가 중요 사항을 설명하지 않은 경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사진 pixabay]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보험회사가 중요 사항을 설명하지 않은 경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사진 pixabay]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보험 가입을 하면서 중요한 사항을 보험 회사에 고지해야 합니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 사항을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고지하는 경우 보험계약을 해지당해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반면 보험 회사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보험 회사가 중요 사항을 설명하지 않은 경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보험계약의 경우 계약 당사자들은 고지의무나 설명의무를 잘 지킵니다만 간혹 이를 제대로 안 해 분쟁이 생깁니다. 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보험계약에서 중요 사항이란?

주기적으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경우 특별약관이 부가돼 계약 조건이 달라진다. 주기적인 오토바이 운전 사실을 보험회사에 알리지 않은 것은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중앙포토]

주기적으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경우 특별약관이 부가돼 계약 조건이 달라진다. 주기적인 오토바이 운전 사실을 보험회사에 알리지 않은 것은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중앙포토]

고지의무든 설명의무든 그 대상은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입니다. 보험계약자든 보험회사든 중요사항에 대해 고지하고 설명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사항이란 무엇일까요?

법원은 “보험자가 보험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책임 부담의 개연율을 측정해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보험료나 특별한 면책조항의 부가와 같은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사항으로서, 객관적으로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든가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되는 사항”이 중요사항이라고 설명합니다. 간단하게 계약을 하지 않거나 계약 조건을 변경하게 만드는 사항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사례1에서 주기적으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경우 특별약관이 부가돼 계약 조건이 달라지므로 중요사항입니다. A가 B의 주기적 오토바이 운전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명백히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입니다.

법원은 보험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는 사항이라 하더라도, 보험계약자가 그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에게 약관의 내용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하고 있다. [사진 pxhere]

법원은 보험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는 사항이라 하더라도, 보험계약자가 그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에게 약관의 내용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하고 있다. [사진 pxhere]

그러면 X가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정당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찍이 법원은 보험 회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 보험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사례에서 X는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으로 오토바이 운전 여부의 확인만을 요구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① B가 주기적으로 오토바이를 운전할 경우에는 특별약관을 추가해야 하고 ② B의 오토바이 운전 여부는 중요 사항으로 고지의무의 대상이고 ③ 고지하지 않으면 보험계약이 해지되어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 등도 설명해야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단지 오토바이 운전 여부의 확인만을 요구한 것만으로는 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X가 설명의무를 위반했으므로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하면서 A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면 보험계약자가 보험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경우에도 보험회사에 설명의무가 있을까요? 이에 대해 법원은 보험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는 사항이라 하더라도 보험계약자가 그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경우에는 당해 약관이 바로 계약 내용이 되어 당사자에 대해 구속력을 가지므로 보험자로서는 보험계약자에게 약관의 내용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계약자가 잘 아는 내용은 설명의무 없어

일반인은 보험계약의 내용과 효력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법원은 보험계약의 비전문가인 소비자보다 전문가인 보험사의 설명의무를 더 중요하게 보지만, 보험계약자가 잘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한 설명은 필요없다고 하고 있다. [사진 pixabay]

일반인은 보험계약의 내용과 효력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법원은 보험계약의 비전문가인 소비자보다 전문가인 보험사의 설명의무를 더 중요하게 보지만, 보험계약자가 잘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한 설명은 필요없다고 하고 있다. [사진 pixabay]

사례 2의 경우 C는 주운전자의 나이가 많은 경우 보험료가 낮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주운전자를 E로 고지한 것입니다. 따라서 보험사 Y는 주운전자의 개념, 나이나 경력에 따라 보험료율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Y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통상 일반인은 보험계약의 내용 및 효력에 관해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법원은 보험계약의 비전문가인 소비자보다 전문가인 보험사의 설명의무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다만 보험계약자가 잘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한 설명은 필요 없다고 해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김경영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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