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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핀테크앱 따라잡기…대출비교·계좌조회 서비스로 맞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시중은행이 핀테크 기업을 따라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속속 개편하고 있다.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시장 선점을 위해 신생기업(핀테크)과 전통의 강자(시중은행)가 맞붙는 모습이다.

KB금융그룹은 1일 그룹 통합의 신용대출 플랫폼 ‘KB 이지대출’을 ‘리브메이트’ 앱에 개설했다. 4개 계열사(은행·카드·캐피탈·저축은행) 신용대출의 금리와 대출한도를 한꺼번에 조회하고 대출 실행까지 원스톱으로 이어지는 플랫폼이다. 기존에 제2금융권 계열사만 모아놨던 원클릭 대출조회 서비스에 개인금융 선두주자 국민은행이 가세해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

KB금융이 선보인 'KB 이지대출' 서비스. [자료: KB금융지주]

KB금융이 선보인 'KB 이지대출' 서비스. [자료: KB금융지주]

KB금융지주 관계자는 “4개 계열사의 7개 신용대출 상품의 대출조건을 한번에 비교, 가입할 수 있다”며 “대상 상품을 더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KB 이지대출 플랫폼은 핀테크 업체들이 출시를 앞둔 ‘대출상품 비교 플랫폼’과 많이 닮았다. 고객이 대출희망금액을 넣으면 여러 회사의 대출조건과 금리를 한번에 비교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단, 핀테크 기업은 여러 금융그룹과의 제휴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소개할 수 있지만 KB금융 같은 전통 금융회사는 아직까진 자기네 그룹 상품만 비교가 가능하다.

핀다·핀셋·비바리퍼블리카(토스)·마이뱅크·핀테크 등 5개 업체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적용 받고 이달 중 대출비교 플랫폼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있다. NHN페이코·팀윙크·핀마트·머니랩스·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처럼 8월 이후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인 곳도 5곳이나 된다.

SC제일은행은 지난달 말 모바일뱅킹 앱을 개편하면서 선보인 ‘통합계좌정보’ 기능을 탑재했다. 스크래핑(필요한 데이터 추출) 방식을 활용해 SC제일은행 앱에서 고객의 다른 은행 계좌까지 한눈에 조회할 수 있게 했다. 이런 서비스는 은행권 앱 중에서는 최초다. 토스·뱅크샐러드 같은 핀테크 업체들이 제공 중인 서비스를 은행 앱이 같은 방식으로 구현한 것이다.

SC제일은행의 통합계좌정보 서비스. [자료: SC제일은행]

SC제일은행의 통합계좌정보 서비스. [자료: SC제일은행]

타행 계좌 조회는 앞으로 다른 은행도 따라올 수밖에 없는 서비스다. 금융결제원은 10월부터 ‘은행권 공동결제시스템(오픈뱅킹)’을 시범운영하는데, 대형 핀테크 기업과 기존 은행도 여기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오픈뱅킹 시스템이 갖춰지면 단순히 은행 앱에서 다른 은행 계좌를 조회만 하는데 그치지 않고, 타행 계좌의 이체까지 가능해진다. 계좌조회·이체 서비스만 놓고 볼 때는 사실상 은행 간, 은행과 핀테크 간 장벽이 거의 사라진다.

익명을 원한 은행권 관계자는 “(규제 완화로) 핀테크 업체엔 기회가 열리고 있다”며 “기존 은행은 단순한 금리·수수료 혜택이 아닌 핀테크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편리함과 차별화된 자산관리 기능으로 승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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