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 만큼이나 주식시장도 혼란스러운 모양새다. 국내 증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혔던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휴전에 돌입한 뒤 처음 열린 증시가 횡보하고 있다.
1일 오전 9시 55분 코스피는 전날보다 0.17포인트(0.01%) 오른 2130.79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0.78% 상승 출발한 코스피는 개장 후 1시간 동안 상승분을 전부 반납했다. 같은 시간 코스닥은 전날보다 2.74포인트(0.39%) 오른 693.24에 거래되고 있다.
무역 분쟁의 긴장 완화에 따른 손익 계산이 복잡한 데다 일본발 소재 대란 우려 등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탓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는 등 남ㆍ북ㆍ미 세 정상이 손을 맞잡았다는 소식에 남북 경제 협력 관련주는 일제히 상승했다.
금강산에 골프리조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난티는 전날보다 500원(3.29%) 오른 1만5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북한 내 인프라 건설 관련주도 강세다. 시멘트주인 부산산업(10.48%), 한일현대시멘트(4.56%), 성신양회(2.76%), 아세아시멘트(3.24%)를 비롯해 철도주 현대로템(3.56%), 에코마이스터(3.48%), 푸른기술(3.53%) 등도 상승세다.
전력주인 제룡전기(3.49%), 선도전기(3.12%), 광명전기(3%) 등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 기대감에 개성공단 입주 업체의 주가도 올랐다. 좋은 사람들(6.49%)을 필두로 인디에프(4.81%), 신원(3.98%), 제이에스티나(3.46%) 등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협상 재개가 현실화되면 남북경협주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됐다"며 "실무회담이 진행되면 남북경협주의 주가 모멘텀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휴전에 들어갔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가를 일단 미루고,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도 완화하기로 했다.
올 상반기 내내 국제 경제의 리스크였던 무역 갈등이 완화되는 건 희소식이지만 그 영향에 대한 손익 계산은 제각각이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압박 수위가 낮아진다는 소식에 국내 증시 시가총액 1, 2위 반도체 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시가총액 2위 SK하이닉스는 반등했다. 같은 시간 코스피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800원(1.15%) 오른 7만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도체 생산 업체 SK하이닉스는 전체 매출에서 화웨이 스마트폰 납품 D램 매출 비중이 상당히 큰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시간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700원(1.38%) 내린 4만6350원에 거래 중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에서 화웨이에 납품하는 반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와 경쟁 관계에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화웨이에 대한 제재에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됐던 국내 기업 중 하나가 SK하이닉스"라며 "삼성전자에는 이번 화웨이 제재 완화 효과가 득실이 있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