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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경 강 넘으려다 익사한 부녀, 고국으로 돌아와 안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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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멕시코 국경 리오그란데 강에서 익사한 엘살바도르 이민자 부녀. [AP=연합뉴스]

미국-멕시코 국경 리오그란데 강에서 익사한 엘살바도르 이민자 부녀. [AP=연합뉴스]

미국과 멕시코 국경 리오그란데강를 건너다 익사한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 부녀의 시신이 고국으로 돌아왔다고 AFP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녀의 시신을 실은 영구차는 이날 긴 애도 차량 행렬과 함께 과테말라 국경 근처에 있는 라 아차두라 마을에 도착했다.

부녀는 하루 동안 이어지는 장례식을 마친 뒤 수도 산 살바도르 남부에 있는 공동묘지로 옮겨져 안치될 예정이다.

지난 23일 엘살바도르 출신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25)와 23개월 딸 발레리아는 리오그란데강의 지류인 리오 브라보에서 익사한 채로 발견됐다.

이들은 지난 4월 3일 라미레스와 아내 타니아 바네사 아발로스(21)와 함께 멕시코 남부 국경 타파출라의 이민자 보호소에서 2개월 머문 뒤 23일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도착했다. 부인 타니아 바네사 아발로스는 강 건너 둑에서 가족의 죽음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당시 매체들은 이들이 미국 망명신청을 하려 했으나 수 주가 걸린다는 말에 도강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먼저 딸을 데리고 멕시코 마타모로스에서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 미국 쪽 강둑에 닿는 데 성공한 라미레스는 두고 온 아내를 데려 오기 위해 강물로 다시 들어갔다. 그때 혼자 남겨진 발레리아가 겁을 먹고 아빠를 따라 강으로 뛰어 들었다. 라미레스는 발레리아를 간신히 붙잡은 뒤 자신의 티셔츠 안으로 품어 넣었다. 티셔츠는 안전벨트 역할을 했다. 그러다 급류에 휘말렸고 다음날 오전 사고 지점에서 1㎞ 떨어진 곳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딸은 아빠의 목에 팔을 걸고 매달려 있었다.

국경을 건너다가 거센 물살에 휩쓸려 안타깝게 숨진 부녀의 꼭 껴안은 모습을 담은 사진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CNN 등은 난민들의 위험을 무릅쓴 월경시도로 사망자가 더 늘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반 이민 정책이 다시 논란에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을 바꿀 가능성은 적다는 전망이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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