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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허스트 작품이 백화점 앞에? 외국인도 놀라는 이 공간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허유림의 미술로 가즈아(18)

아라리오 김창일 회장. 그는 기업인, 전문 컬렉터, 미술가라는 세 가지 직업을 수행해내는 진정한 멀티 플레이어다. 그는 적자를 내던 고속버스터미널을 흑자로 전환하며 사업가의 면모를 다지고, 미술에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 [중앙포토]

아라리오 김창일 회장. 그는 기업인, 전문 컬렉터, 미술가라는 세 가지 직업을 수행해내는 진정한 멀티 플레이어다. 그는 적자를 내던 고속버스터미널을 흑자로 전환하며 사업가의 면모를 다지고, 미술에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 [중앙포토]

한 우물만 파서 성공하기 힘든 시대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내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기를 요구받는 이유다. 그러나 멀티플레이어 되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망해가는 사업장을 번듯하게 일으켜 세운 기업인, 2007년 아트리뷰 매거진이 선정한 영향력 있는 세계 예술계 인사 100인에 이름을 올린 전문 컬렉터, ‘씨킴 (Ci Kim)’ 이라는 이름으로 회화부터 설치까지 다양한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미술가라는 세 가지 직업이자 경력이 따라다닌다. 바로 김창일(68) 아라리오 회장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그는 어머니로부터 천안 고속버스터미널 사업을 물려받았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월세까지 꼬박꼬박 나가는 이중고를 겪었지만, 매점을 임대방식에서 직영으로 돌리며 6개월 만에 흑자기업으로 전환했다. 이후 종합터미널, 유통, 멀티플렉스, 외식, 미술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아라리오그룹을 일궜다.

백화점 앞 광장에 세계 유명 조각품 전시

지난 2011년에는 신세계백화점과의 제휴로 신세계백화점 충청점(천안시 신부동)을 운영 중이다. 그는 사업 시작과 비슷한 시기에 미술품 수집도 시작했다. 안국동과 닿아있던 그의 중고등학교 등하굣길은 그림과 친해지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1978년 청전 이상범과 남농 허건의 그림을 구매했다. 그림을 배운 적도 없고, 누가 옆에서 조언한 것도 아니어서 그의 그림 구매는 과감한 선택이었다. 이때부터 작품 수집을 시작했다.

왼쪽부터 데미안 허스트의 'Charity'와 'Hymn'. [사진 허유림]

왼쪽부터 데미안 허스트의 'Charity'와 'Hymn'. [사진 허유림]

동양화에서 출발한 그의 컬렉션은 점점 현대미술로 넘어왔다. 그는 2014년 아라리오 뮤지엄 개관 때까지 4000점 가까이 수집했다. 대단한 집념인 동시에 훌륭한 안목이었다. 김 회장은 백화점 앞 광장에다 일본 작가 코헤이 나와의 높이 13m 대형조형물 ’매니폴드'를 비롯해 데미안 허스트, 키스 해링, 아르망의 50억~150억 원대 조각 등 총 26점으로 야외 조각공원 ‘아라리오 스몰시티’를 조성했다.

독일의 권위 있는 미술잡지 ‘Art’는 한국에 방문하면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천안의 ‘아라리오 스몰시티’를 꼽았다. 이 잡지는 “한국의 수도는 서울이지만, 충남 천안이야말로 예술적으로 가장 핫한 도시다. 데미안 허스트의 유명한 조각 ‘Hymn(찬가)’과 ‘Charity(채러티)’ 등 7m짜리 대형조각이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광장에 놓여있다. 믿을 수 없는 광장으로, 전 세계 미술 지도에 꼭 표기되어야 할 곳”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컬렉션은 고객을 위한 것”

김 회장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한 것일까?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은 컬렉션을 취미생활로 치부하지만, 제게는 고객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수 십억원을 주고 작품을 산 건 고객이 그 정도의 대접은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죠. 어렵게 시작한 사업이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미술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대목이지만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미술작품은 단순히 취향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사회와 시대를 읽고, 결국 그 속에서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하게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산다는 것이 바로 예술’이라고 말했다. 전문 기업인이자 컬렉터를 넘어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창일의 작품세계는 아직 무어라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가 삶에서 미술을 통해 건져 올린 것만큼은 진짜라는 생각이 든다.

허유림 RP' INSTITUTE. SEOUL 대표 & 아트 컨설턴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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