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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BMW 럭셔리의 정점, 더 뉴 7시리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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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플래그십(flagship)은 원래 함대의 기함(旗艦)을 일컫는 말이다. 제독의 배에 함대를 상징하는 깃발을 달았던 데에서 유래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다른 의미로 쓰이는데 완성차 메이커의 최상위급 모델을 지칭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가 대표적이고 국산차 중엔 제네시스의 G90이 해당한다.

‘영원한 맞수’처럼 보이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지만 플래그십 모델에서만큼은 사실 상대가 되지 않는다. 4세대 7시리즈가 S클래스의 아성에 도전한 적이 있지만 최고급 세단 경쟁에서 7시리즈는 S클래스에 열세인 게 사실이다.

'뱅글 엉덩이(The Bangle Butt)'이라 불렸던 4세대 7시리즈 후면부. 당시 수석 디자이너였던 크리스 뱅글이 창조한 디자인이다. [사진 BMW그룹]

'뱅글 엉덩이(The Bangle Butt)'이라 불렸던 4세대 7시리즈 후면부. 당시 수석 디자이너였던 크리스 뱅글이 창조한 디자인이다. [사진 BMW그룹]

4세대 7시리즈는 ‘뱅글 엉덩이(The Bangle Butt)’라 불리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했다. BMW 수석디자이너(1992~2009) 크리스 뱅글은 트렁크와 펜더를 입체적인 면으로 분리한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2000년대 자동차 디자인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순수한 드라이빙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을 표방하는 BMW의 기술력엔 의심이 없지만 플래그십 경쟁에선 S클래스에 늘 밀렸다. 4세대 7시리즈를 앞세워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영 위기 속에 프리미엄 브랜드 글로벌 판매 1위(2005년)에도 올랐지만 2017년 다시 역전당했다.

S클래스 판매량의 3분의1, 자존심 회복할까
국내 수입 플래그십 세단 경쟁도 비슷하다. 지난해 S클래스의 판매량은 7019대였지만 7시리즈는 2351대에 그쳤다. 올해 5월까지 판매량도 S클래스가 2243대, 7시리즈는 770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해 불거진 화재 사태로 브랜드 이미지까지 하락했다. 와신상담하던 BMW코리아가 올해 신차를 대거 선보이며 실지(失地) 회복에 나선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BMW코리아는 26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더 뉴 7시리즈’의 출시 행사를 열었다. 2015년 출시한 6세대 모델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이지만, 풀 체인지급의 디자인 변화를 감행했다. 부분변경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는 독일 브랜드의 보수성을 생각하면 이례적이다.

 최근 BMW 신차들의 키드니 그릴(콩팥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점점 커지면서 인터넷에선 장난스러운 합성 사진도 발견할 수 있다. 한 자동차 커뮤니티에 올라온 2030년 BMW 자동차 예상도. [보배드림 게시물 캡처]

최근 BMW 신차들의 키드니 그릴(콩팥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점점 커지면서 인터넷에선 장난스러운 합성 사진도 발견할 수 있다. 한 자동차 커뮤니티에 올라온 2030년 BMW 자동차 예상도. [보배드림 게시물 캡처]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거대해진 키드니(kidney) 그릴이다. 콩팥 모양의 좌우대칭 라디에이터 그릴은 BMW의 상징이지만 커져도 정말 커졌다. 이전 모델 대비 50%나 커진 키드니 그릴은 올해 출시를 앞둔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7에도 적용됐다.

6세대 7시리즈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던 헤드램프와 전면 디자인은 잘 다듬어졌다. 하단 공기 흡입구는 대형 디플렉터(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장치)와 통합됐다. 측면 공기흡입구도 수직 형태로 바뀌었다. 후면 디자인은 최근 국내 출시된 3시리즈처럼 영문 L자 형태로 바꿨다.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형태다. 배기 파이프 주변의 크롬 장식은 플래그십 세단치곤 좀 가벼운 느낌이다.

실내의 변화는 크지 않다. 퀼팅 박음질이 늘어난 나파 가죽 시트와 가죽으로 덮은 대시보드가 최고급 세단다운 고급감을 준다.

BMW코리아는 ‘더 뉴 7시리즈’를 출시하면서 3종류의 가솔린 엔진과 2종류의 디젤 엔진, 플러그인하이브리드까지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등 구동장치) 전 라인업을 들여왔다.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국내 소비자 특성상 전 라인업이 잘 팔릴 것 같지는 않다.

BMW 더 뉴 7시리즈의 전면부. 키드니 그릴과 엠블럼이 커졌고 공기 흡입구 주변이 간결해졌다. [BMW그룹]

BMW 더 뉴 7시리즈의 후면부. L자형 리어램프가 적용돼 간결하면서도 입체적인 느낌을 준다. [BMW그룹]
BMW 더 뉴 7시리즈의 측면 공기 흡입구는 수직형태로 바뀌었다. [BMW그룹]
BMW 더 뉴 7시리즈에 달린 바이와이어(BW) 방식의 기어시프트레버. 주변에 각종 조작버튼이 위치해 있다. [BMW그룹]
BMW 더 뉴 7시리즈의 후석 암레스트에는 '터치 커맨드'란 이름의 인포테인먼트 조작 패널이 있다. 태블릿PC처럼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BMW그룹]
BMW 더 뉴 7시리즈의 라이브 콕핏 프로페셔널 계기반. 12.3 인치 풀 디지털 방식으로 운전자에게 주행 및 편의 장비의 작동 상태를 한눈에 전달한다. [BMW그룹]
BMW 더 뉴 7시리즈의 운전석과 조수석. 퀼팅 패턴이 적용된 나파 가죽 시트가 고급스럽다. [BMW그룹]

훌륭하지만 감동적이진 않은 뒷좌석
시승은 워커힐 호텔에서 경기도 가평군을 왕복하는 200㎞ 구간에서 이뤄졌다. 운전의 즐거움을 강조하는 BMW라지만 1억원이 넘는 고급세단이라면 쇼퍼드리븐(Chauffeur-driven·운전기사가 모는 자동차)의 특성이 중요하다.

2인 1조의 시승에서 우선 뒷좌석을 체험해 봤다. 시승 차량은 740Li 모델. 리클라이닝(좌석이 뒤로 제쳐지는 것) 기능이 달린 뒷좌석은 충분히 안락했다. 손이 닿는 모든 곳은 고급 나파가죽으로 감쌌고, 뒷좌석 모니터는 스마트폰 미러링 기능을 갖췄다.

암레스트에는 태블릿PC 형태의 조작패널이 달렸는데, ‘터치 커맨드’라 불리는 사용자 경험(UX)으로 차량의 공조장치·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조작할 수 있다.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손쉽게 사용할 수 있었다. 선택 사양으로 영국 하이엔드 오디오인 바워스 앤드 윌킨스(B&W)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장착할 수 있지만 시승 차량엔 하만 카돈 시스템이 달려 있었다.

BMW 더 뉴 7시리즈는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풀 체인지급의 외관 변화를 줬다. 경쟁 브랜드와 플래그십 세단 경쟁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BMW코리아]

BMW 더 뉴 7시리즈는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풀 체인지급의 외관 변화를 줬다. 경쟁 브랜드와 플래그십 세단 경쟁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BMW코리아]
BMW 더 뉴 7시리즈는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풀 체인지급의 외관 변화를 줬다. 경쟁 브랜드와 플래그십 세단 경쟁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BMW코리아]
BMW 더 뉴 7시리즈는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풀 체인지급의 외관 변화를 줬다. 경쟁 브랜드와 플래그십 세단 경쟁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BMW코리아]

굽은 도로에서도 뒷좌석은 충분히 안락했다. 전자제어식 에어 서스펜션이 달려 노면의 요철을 읽지만 불쾌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탑승자 체형에 따라 다르겠지만 헤드레스트는 다소 불편한 느낌. 안마 기능도 달렸지만 자주 사용할 것 같지는 않았다.

조용하고 안락하며, 고급스럽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플래그십 세단과 비교해 특별히 감동적이진 않았다. BMW라면 이 정돈 해야 한다는 기대감이 커서였을까. 훌륭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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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역동적인 동력성능
750Li 이상급에 달리는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뒷바퀴 조향기술)’ 등을 경험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최고 출력 340마력의 엔진은 모자람이 없다. 직선 가속에서도 산길 오르막길에서도 발끝을 움직이는 만큼 정확하게 출력을 전달해줬다.

뒷바퀴 조향을 하지 않더라도 ‘면도날 같은’ BMW의 조향 능력은 그대로다. 5.2m의 길이에 2t이 넘는 덩치를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 코너에서 과격하게 몰아붙여도 안정적인 자세와 거동을 놓치지 않는다. 운동능력, 거동, 제동력까지 BMW의 명성에 모자람이 없다.

BMW가 세계 최초로 적용한 인포테인먼트 조작 다이얼 ‘아이 드라이브’는 조작감은 물론 소재의 고급감까지 최고다.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이란 이름이 붙은 반(半) 자율주행 기능은 흐릿한 차선도 정확히 인식한다.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차선을 따라 달리고 멈췄다가 다시 출발한다. 현세대 자율주행 기술 중에선 가장 앞서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티어링휠을 잡지 않았을 때 다소 빨리 경고신호를 보내고, 앞차와의 거리를 넉넉히 유지하는 건 독일 브랜드 특유의 보수적인 철학 때문이다.

3시리즈에서 선보인  ‘기능적 섬(functional island)’이 차세대 모델에 적용될지는 알 수 없다. 3시리즈에선 변속 레버 주변에 각종 조작 장치를 간결하게 모아놔 훨씬 편리한 UX로 선보였다. ‘풀 체인지급’ 변화라지만 인테리어나 UX는 크게 바뀌지 않아 BMW 특유의 첨단 기술 느낌은 덜 하고 다소 산만한 느낌도 든다. 모델 체인지가 이뤄지면 7시리즈에서도 새로운 UX가 적용될 듯싶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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