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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중독된 건 도박이었을까? 사랑이었을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현예슬의 만만한 리뷰(62) 영화 '트리트 미 라이크 파이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엘라(왼쪽)의 인생에 어느 날 위험한 남자 아벨(오른쪽)이 나타났다. [사진 목요일 아침]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엘라(왼쪽)의 인생에 어느 날 위험한 남자 아벨(오른쪽)이 나타났다. [사진 목요일 아침]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엘라(스테이시 마틴 분)는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있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그의 삶에 한 남자가 들어옵니다. 가게 직원 모집에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온 그는 이력서 한장 없이 그냥 자신에게 하루 동안 일을 시켜보라고 권하는 데요.

엘라는 밑져야 본전이니 일단 일을 시켜보기로 합니다. 다음날 식당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는지 덕분에 수월하게 일을 마쳤는데요. 이 때문에 그에게서 받았던 첫인상이 조금은 바뀌려던 차에 그가 하루 매출을 가지고 도망칩니다. 엘라는 돈을 찾으려 바로 뒤를 쫓는데요. 그의 꾀임에 이끌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가게 된 곳은 바로 돈을 걸고 카드 게임을 하는 도박의 세계입니다.

그의 이름은 아벨(타하르 라힘 분). 이쪽 세계에서 나름대로 인지도가 있는 그는 엘라에게 게임의 법칙에 대해 알려줍니다. 엘라는 ‘게임'이라는 신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됨과 동시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에게 점점 끌리게 되는데요. 자극적이고 짜릿한 게임 세계 안에서 이 위험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영화에서 아벨은 엘라를 카드게임의 세계로 안내한다. 엘라는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자극적이고 위험한 상황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사진 목요일 아침]

영화에서 아벨은 엘라를 카드게임의 세계로 안내한다. 엘라는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자극적이고 위험한 상황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사진 목요일 아침]

영화를 보다 보면 사랑과 도박이 어쩐지 좀 비슷한 것 같습니다. 한순간에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처럼 도박의 세계도 한번 발을 들이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죠. 또 상대방에게 마음을 주었을 때(도박에서는 금전적인 거래가 오고 갔을 때) 비로소 두 사람의 관계가 발생합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관계를 마무리한다고 해서 그 관계가 완벽하게 끝나지 않는 경우도 많죠. 여기에서 공통적인 키워드로 ‘중독'을 꼽을 수 있습니다. 감독의 말을 통해 이 점이 의도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중독의 주제를 다룰 때 종종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열렬한 열정에 관한 것이며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길을 잃은 것을 보거나 그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강렬한 모험을 보여주는 영화이길 원한다”

이 이야기는 감독이 몇 해 전 친구와 함께 간 매혹적이고 은밀한 게임 클럽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여러 해 동안 이 게임 클럽의 플레이어들과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을 인터뷰했고 이는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엘라는 그의 모든 것을 믿고 함께 하고 싶어하지만 아벨은 이런 그를 끝까지 이용만 하는 나쁜 남자의 전형이다. [사진 목요일 아침]

엘라는 그의 모든 것을 믿고 함께 하고 싶어하지만 아벨은 이런 그를 끝까지 이용만 하는 나쁜 남자의 전형이다. [사진 목요일 아침]

엘라는 아벨에게 점점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그를 믿고 그와 모든 것을 함께 하고 싶어하지만 아벨의 생각은 달랐죠. 엘라의 사랑을 끝까지 이용만 하는 나쁜 남자의 전형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한 남자를 끝까지 믿었던 바보 같은 여인 엘라 역을 맡은 배우는 프랑스를 이끌 차세대 아이콘 스테이시 마틴입니다. 거장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님포매니악'에서 어린 '조' 역할로 데뷔한 그는 프랑스와 할리우드를 넘나들며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습니다.

반면 엘라를 끝까지 이용한 나쁜 남자 아벨 역을 맡은 배우는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예언자'를 통해 프랑스 괴물 신인이라는 별명을 얻은 타하르 라임입니다. 장르와 역할에 구애받지 않고 탄탄한 연기력으로 작품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프랑스 영화계에서 연기파 배우로 떠오르고 있죠.

한 남자를 끝까지 믿은 바보 같은 여인 엘라(위) 역은 프랑스를 이끌 차세대 아이콘 스테이시 마틴이 맡았다. 그를 끝까지 이용한 나쁜 남자 아벨(아래) 역에는 연기파 배우로 떠오르고 있는 타히르 라임이 연기했다. [사진 목요일 아침]

한 남자를 끝까지 믿은 바보 같은 여인 엘라(위) 역은 프랑스를 이끌 차세대 아이콘 스테이시 마틴이 맡았다. 그를 끝까지 이용한 나쁜 남자 아벨(아래) 역에는 연기파 배우로 떠오르고 있는 타히르 라임이 연기했다. [사진 목요일 아침]

감각적인 연출로 스타일리시한 멜로를 탄생시킨 젊은 여성 감독 마리 몽쥬는 단편 '마르세이유의 밤'의 연출을 거쳐 이 영화를 통해 성공적인 첫 장편 데뷔를 했습니다. 제71회 칸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되어 신인 감독에게 주어지는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앞으로 그가 어떤 영화를 연출할지 기대가 됩니다. 엘라와 아벨의 사랑과 이 위험한 중독의 끝은 어떨까요? 과연 그들의 삶은 비극이 될지 희극이 될지 영화 속에서 확인해보세요.

트리트 미 라이크 파이어

영화 '트리트 미 라이크 파이어' 메인 포스터. [사진 목요일 아침]

영화 '트리트 미 라이크 파이어' 메인 포스터. [사진 목요일 아침]

감독: 마리 몽쥬
각본: 마리 몽쥬, 로맨 콤핑, 줄리앙 게타
출연: 타하르 라힘, 스테이시 마틴
촬영: 폴 길옴
음악: 니콜라스 베커
장르: 드라마, 멜로
상영시간: 107분
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
개봉일: 2019년 6월 27일

현예슬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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