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후계자 없이 기술 경쟁력을 이어갈 수 없다.” 미야케 스구루(三宅卓 ·사진) ‘니혼M&A센터’ 대표는 최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후계자 부재 등으로 기업이 문을 닫으면 종업원들은 설 자리를 잃고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인수·합병(M&A)을 통해서라도 기업을 존속시키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니혼M&A센터는 일본의 최대 중소·중견기업 M&A 전문 회사다. 일본 경제의 버블붕괴가 시작된 1991년 창업해 ‘단카이(團塊)’ 세대 창업자들의 은퇴가 본격화한 2000년대 급성장했다. 도쿄증시1부 상장사로, 시가총액은 4288억 엔(약 4조6341억원)에 이른다.
일본 M&A 중개회사 미야케 대표 #일 중소기업 66% 후계자 없어 #수도권 흑자 회사도 매각 고려 #M&A 통한 기업 구조조정 필요
미야케 대표의 말마따나 최근 일본 중소·중견기업들은 심각한 후계자 부재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대기업에 취업한 창업자의 고학력 자녀들이 고된 제조 업체를 물려받지 않으려 해서다. 여기에 상속세 세율이 최고 55%에 이르고, 저출산·고령화로 직원 채용까지 어려워져 가업을 승계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일본의 민간시장조사 업체 제국데이터뱅크(TDB)에 따르면 일본 중소기업의 후계자 부재율은 66%(2017년 기준)다. 2025년에는 일본 기업의 3분의 1에 이르는 127만 개가 폐업 리스크에 직면할 전망이다. 일본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수많은 일자리도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미야케 대표는 “지방 소도시뿐만 아니라 가나가와현 같은 수도권 공업지역에서도 회사를 팔려는 기업인이 많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문제는 매각을 고려하는 대부분의 기업이 현재 돈을 잘 벌고 있는 흑자 기업이라는 점이다. 흑자여야 회사를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어서다. 적자 기업의 경우 차입금 상환 부담 때문에 매각이나 폐업이 어렵다. 미야케 대표는 “당장 돈을 벌고 있는 흑자 기업은 폐업을 할 수도 없으니, 매각을 고려하게 된다”며 “현재 매각 의사를 밝힌 기업 중 50%가 제조업이며, M&A 대부분이 일본 국내 자본으로 성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야케 대표는 M&A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인구 감소와 후계자 부재 등 구조적 변화는 피할 수 없으니,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끼리 합병해 기술력을 유지하는 한편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M&A로 규모를 키우는 게 일본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일본은 기술 개발과 마케팅의 본거지가 되고, 노동력과 시장은 싱가포르·베트남·인도네이사·말레이시아·태국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재정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한국 기업도 일본 기업 인수로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며 “다만 비용 감축이나 인적 구조조정 등을 단행할 곳보다는 피인수 회사 임직원의 행복을 지향하는 한편, 새로운 비즈니스에 뛰어들려는 인수 후보자를 찾는다”고 덧붙였다.
도쿄=김유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