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눈꺼풀 위로… 별이 쏟아진다

중앙일보

입력 2019.06.28 19:12

[더,오래] 주기중의 오빠네 사진관(5) 
시퍼런 밤하늘을 수놓은 별 무더기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더욱 또렷해졌다. 무지개 은하수, 이원규 [사진 마루갤러리]

시퍼런 밤하늘을 수놓은 별 무더기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더욱 또렷해졌다. 무지개 은하수, 이원규 [사진 마루갤러리]


이원규 詩사진전 〈별나무〉에 부쳐

별은 본능적인 그리움의 대상이다. 여름날이면 대청마루에 누워 하염없이 별을 헤아렸다.

시퍼런 밤하늘을 수놓은 별 무더기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더욱 또렷해졌다. 별을 세다 지치면 노래를 불렀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노래를 부르다 엄마 무릎에서 잠이 들었다.

사람들은 ‘돛대도, 삿대도 없는 배’를 타고 샛별을 등대 삼아 ‘서쪽 나라’로 갔다. ‘반달’을 타고 떠나는 서쪽 나라는 유년시절의 이상향이다. 별은 우리의 분신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저마다의 탄생 별자리를 찾으며 소원을 빌었다. 은하수 반영, 이원규 [사진 마루갤러리]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저마다의 탄생 별자리를 찾으며 소원을 빌었다. 은하수 반영, 이원규 [사진 마루갤러리]

인간이 두 발로 서는 것은 별을 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프로메테우스는 강물로 흙을 반죽해 사람의 형상을 만들고 영혼을 불어넣어 인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인간에게 별이 어떻게 뜨고 지는지, 그리고 별을 보고 미래를 어떻게 점치는지를 가르쳐주었다.

물병자리, 물고기자리, 양자리, 황소자리, 쌍둥이자리….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저마다의 탄생 별자리를 찾으며 소원을 빌었다. 별이 없는 세상은 삭막하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주변에서 별이 사라졌다. 고층 건물과 뿌연 스모그가 하늘을 가리고 눈을 아프게 자극하는 도시의 불빛이 별빛을 앗아가 버렸다.

이제 별은 도시와 멀리 떨어진 산꼭대기에 올라가야 볼 수 있는 희귀한 대상이 됐다.

반딧불이가 별과 어우러져 춤을 춘다. 길게 이어지는 은하수가 세상을 품는다. 반딧불이 은하수, 이원규 [사진 마루갤러리]

반딧불이가 별과 어우러져 춤을 춘다. 길게 이어지는 은하수가 세상을 품는다. 반딧불이 은하수, 이원규 [사진 마루갤러리]

별 볼 일 없는 세상, 별 보기 힘든 세상, 별이 없는 세상이다. 그런데 시인 이원규가 우리에게 시와 사진으로 별을 보여준다. 스스로 별이 됐다.

전국을 발로 뛰며 사진을 찍고, 시를 붙였다. 시사진집 <그대 불면의 눈꺼풀이여>를 내고, 사진전 <별나무>를 연다.

족필(足筆)로 쓴 시다. 오체투지로 찍은 사진이다. 나무 위로 별이 쏟아진다. 반딧불이가 별과 어우러져 춤을 춘다. 길게 이어지는 은하수가 세상을 품는다.

아름다운 별밤이다. ‘불면의 눈꺼풀’ 위로 별이 내려앉는다. ‘스르륵’ 잠이 든다.

이원규 시사진전 <별나무>. 서울 인사동 마루갤러리. 6.26(수)~7.2(화).

주기중 아주특별한사진교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