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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울린 이민자 부녀 비극 美 의회 움직여…5조 예산 법안 통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으로 건너가려다 함께 목숨을 잃은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 아버지와 23개월 딸의 비극이 미 의회를 움직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반(反) 이민정책에 전 세계적 비난이 쏟아지자 상·하원이 5조원 넘는 예산안을 전격 통과시키는 등 이민자 지원에 발빠르게 나섰다.

이민자 보호에 쓸 46억달러 긴급 구호 예산 가결 #“잔혹한 상황이 압력 가해”

2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고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붙잡힌 이민자 보호를 위해 46억 달러(약 5조3000억원)의 긴급 구호 예산을 지원하는 법안을 찬성 305명, 반대 102명으로 가결했다. 전날 상원에서도 찬성 84표와 반대 8표라는 압도적 표 차이로 법안이 통과된 바 있다.

미국-멕시코 국경 리오그란데 강에서 익사한 엘살바도르 이민자 부녀의 사진. [Julia Le Duc/AP=연합뉴스]

미국-멕시코 국경 리오그란데 강에서 익사한 엘살바도르 이민자 부녀의 사진. [Julia Le Duc/AP=연합뉴스]

미 언론들에 따르면 상원에서 만든 이 법안은 구금된 이민자들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경순찰대에 의해 억류된 이민자의 임시 주거와 식사 지원에 10억 달러 이상 투입되며 미 보건복지부에 인도된 이민자 아동을 돌보는 데도 30억 달러가 쓰일 예정이다.

당초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진보 성향의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상원 발의 이 법안이 이민자 자녀를 위한 충분한 보호를 제공하지 못한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었다.

이들은 이민자 아동의 시설 수용 기간을 3개월 이내로 제한하고 이민세관단속국(ICE) 예산을 줄이는 내용 등 수정 입법을 추진했지만, 백악관과 공화당의 반대에 결국 포기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백악관이 일부 행정상 보완조치를 할 수 있단 뜻을 밝혔다. 실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본회의 전 펠로시 의장과의 통화에서 구금시설에서 이민자 아동이 사망할 경우 24시간 이내에 의회에 통지하고, 이민자 아동의 시설 수용 기간을 90일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멕시코 매체 라호르나다의 사진기자는 멕시코 리오그란데 강기슭에서 엘살바도르 출신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25)와 23개월 딸이 꼭 끌어안은 채 익사한 사진을 공개했다. 이후 이민자 아동 수용시설의 열악한 주거 실태에 대한 후속 보도가 잇따랐고 트럼프의 이민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했다.

AP통신은 “억류된 아이들에 대한 잔혹한 상황이 의원들에게 압력을 가했다”며 “다음 달 4일부터 10일간의 휴회에 앞서 민주당원들이 법안을 빨리 처리해야 한단 압박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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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는 즉시 발효된다.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 통과 소식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남부 국경을 위한 초당적인 인도주의 지원법이 방금 통과됐다. 아주 잘 됐다”라며 “이제 우리는 망명 제도를 고치고 구멍을 없애기 위해 일해야 한다”고 썼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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