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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잡자고 경기에 신도시 지정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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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전익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전익진 경인총국장

전익진 경인총국장

“서울에서 저지른 일(집값 상승)은 서울에서 해결해야죠. 왜 애꿎은 일산신도시 주민들이 희생양이 돼야 합니까.”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입주 초기인 1999년 후곡마을 아파트로 입주한 회사원 이모(51)씨의 하소연이다. 서울 회현동 회사에 다니는 그는 당시 분당과 일산을 놓고 저울질하다 일산을 택했다. 서울 회사와 가깝고, 주변에 전원 지역이 넓은 자족도시를 표방하는 일산이 좋아 보여서였다.

입주 초기만 하더라도 분당과 경쟁하며 계획대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일산신도시 주민이라는 자부심이 컸다고 한다. 하지만 나날이 발전하는 분당을 택하지 않고,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다시피 한 일산에 들어온 걸 후회하고 있다. 그는 올 초 내놓은 집만 팔리면 일산을 떠나려 한다. 하지만 최근 고양시 창릉에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이 발표된 뒤 집 보러오는 발길이 끊겼다고 탄식한다. 이씨는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서울 경계 1㎞ 거리 고양 창릉에 신도시 입지를 정하면 서울에서 10㎞가량 떨어진 일산신도시 주민들은 어떡하란 말이냐”며 불통을 터뜨린다. 창릉 신도시 발표로 가뜩이나 분당에 비해 낮은 수준의 일산 지역 집값과 교통난이 직격탄을 맞은 꼴이 됐다는 것이다.

창릉 등 3기 신도시 발표 후 고양 등 3기 신도시 지역에서는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3기 신도시 철회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미 토지거래 허가 등 재산권 행사 제한에 들어간 상황에서 원점으로 돌릴 경우 큰 역풍이 예상된다.

그러나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일산 주민들의 반발을 지역 이기주의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일산 주민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후속대책을 완비해야 한다. 지구 선정이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도 더 늦기 전에 재점검해봄 직하다. 도면 유출 의혹과 그린벨트 훼손 문제점에 대해서도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서울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유로 인접한 경기 지역이 선의의 피해를 보게 하는 일은 무책임한 행정이다. 이러고도 정부가 지향하는 ‘공정한 사회’라고 할 수 있나.

전익진 경인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