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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대표부터 당원까지 한국당 자책골…민주당 “야당 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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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황교안, 아들 스펙 거짓말 논란에 ’점수 낮춘 게 왜 문제냐“. [연합뉴스]

황교안, 아들 스펙 거짓말 논란에 ’점수 낮춘 게 왜 문제냐“. [연합뉴스]

“우리가 야당 운이 있어.”

여성 당원들 엉덩이춤 비판 쇄도 #황교안은 외국인·아들 발언 논란 #국회정상화 의총서 뒤집기 겹쳐

최근 식사를 함께한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한 얘기다. 여야 3당이 국회를 열기로 합의한 지 두 시간도 안 돼 자유한국당이 합의를 뒤집은 일을 언급하면서다. 경제 사정이 안 좋은 데다 여권도 비판받을 사안이 꽤 있지만, 야당에서 계속 사고를 쳐주니 국면을 돌파하기 편하다는 의미로 읽혔다. 굳이 그의 표현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요즘 한국당의 모습이 참으로 가관이란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당의 얼굴이자 차기 유력 주자인 황교안 대표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100개 넘는 의석을 가진 원내 정당이 응당 있어야 하는 국회를 떠난 게 마뜩잖지만, 전국을 순회하며 집토끼인 보수층 중심으로 주가를 올린 건 원외 대표로서 합리적 선택이었다고 치자.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외연 확장을 노리고 주제를 노동과 청년으로 바꾸자마자 헤매기 시작했다.

나경원, 당내 의원 항의 거세자 국회 정상화 합의 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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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한두 세대 전까지 해외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며 외화를 벌어 가족을 부양한 게 ‘아버지 세대’고, 이들이 일군 게 산업화다. 산업화는 한국당의 훈장 아닌가. 그런데도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을 차등 지급해야 한다”는 별나라식 주장을 했다. 청년 이슈에선 한술 더 떴다. 황 대표는 아들의 ‘스펙’을 고의로 낮춰 가며 청년 대상 강연을 했고, 거짓말 논란이 일자 “낮은 점수를 높게 얘기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반대도 거짓말이라고 해야 하나”고 항변했다. 국립국어원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대어 말을 하는 것”을 거짓말이라고 정의한다.

당의 2인자인 나경원 원내대표는 또 어떤가. 국회를 열기로 합의한 지 두 시간 만에, 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약속을 번복했다. 정치에서 ‘만약’만큼 허무한 게 없다지만 그럼에도 만약, 국회가 열려 있는 상태에서 북한 목선이 넘어왔다면 상황이 어떨까. 기자들의 질문을 거부한 채 90초짜리 대국민 사과라는 걸 내놓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금처럼 아무렇지 않은 듯 버틸 수 있을까. 국민은 궁금한 게 너무나 많은데, 기자들의 질문권은 봉쇄당했다. 이를 대신해 물어줄 야당 의원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나.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힘을 발휘한다.

경남도당 ‘2019 우먼 페스타’ 행사 바지 내리고 엉덩이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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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당원들도 질세라 나섰다. 경남도당의 일부 여성 당원들이 26일 당 행사에서 바지를 내리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것도 ‘2019 한국당 우먼 페스타’라는 행사에서다. 그들이 엉덩이를 흔들며 전하려던 메시지가 ‘한국당 승리’라는 것은 블랙 코미디다. 지금이 70년대였다면 웃고 넘어갔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2019년, 특히나 젠더 이슈가 민감한 때다.

다시 여당 중진 얘기다. 그는 “정당에 대한 단순 지지율보다 더 유심히 보는 게 특정 정당을 얼마나 싫어하느냐 하는 것이다. 싫어하면 그쪽 후보 못 찍는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 격차는 10% 안팎이지만 싫어하는 정도는 더 크게 차이 난다”며 내년 총선 전망을 밝게 봤다.

가장 최근의 정당 호감도 조사는 3월 첫째 주 한국갤럽 조사로, 민주당을 싫어하는(호감이 가지 않는다) 응답자는 41%였고, 한국당을 싫어하는 응답자는 66%였다.

내년 총선은 문재인 정부 4년 차에 치러진다. 통상적으로 정권 평가의 성격을 띠게 마련인데, 이대로라면 야당 심판 선거로 프레임이 짜질지도 모를 일이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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