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할매가 고울까 꽃이 고울까, 해바라기로 물든 시골 마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행복마을 ① 논산 돌고개솟대마을 

논산평야 한가운데 틀어박힌 충남 논산 돌고개솟대마을. 초록의 논이 전부였던 이곳이 해바리가 가득한 꽃 마을로 거듭났다. 3년 전부터 주민이 힘을 모아 마을을 가꾼 덕분이다.

논산평야 한가운데 틀어박힌 충남 논산 돌고개솟대마을. 초록의 논이 전부였던 이곳이 해바리가 가득한 꽃 마을로 거듭났다. 3년 전부터 주민이 힘을 모아 마을을 가꾼 덕분이다.

행복마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중앙일보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동 진행한 ‘제5회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수상한 우수 마을을 알리는 기획입니다. 20개 마을 중 충남 논산 돌고개솟대마을(경관·환경 은상), 제주도 금능리마을(문화·복지 동상), 강원도 홍천 열목어마을(경관·환경 금상)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세 마을 모두 여름 휴가철 놀러 가기 좋은 행복마을입니다. 편집자

마을 어귀마다 해바라기밭 #할머니 공예품으로 마을 장식 #28일 해바라기 축제 열어

돌고개솟대마을은 논산평야 한가운데 틀어박힌 조용한 동네다. 55가구 104명이 산다. 행정구역상 이름은 야화1리. 사람보다 들꽃이 많아서 야화리(野花理)란다. 주민 대부분이 논농사를 하고, 자투리땅에서 고추·땅콩·깨 등을 키우는 전형적인 농촌이다. 이맘때 풍경이라고 해봐야 초록의 논이 전부였지만, 3년 전 해바라기를 심기 시작하며 고운 풍경의 마을로 거듭났다.

꺽다리 해바라기밭에 풍덩

할머니들이 손수 만든 공예품을 들고 들로 나왔다.

할머니들이 손수 만든 공예품을 들고 들로 나왔다.

돌고개솟대마을은 대대로 서울과 호남을 잇는 길목이었다. 마을 고갯길을 따라 조선 시대 선비들이 유학을 떠났고, 보부상이 짐을 날랐단다.

“원님들 지나는 길목이라 주막도 많고 마을이 꽤 컸다”고 신총균(68) 새마을지도사는 말한다. 물론 까마득한 옛이야기다. 산업화로 생긴 각종 도로와 철로는 마을의 풍경을 금세 바꿔 놓았다. 머물다 가는 사람이 줄자 빈집과 빈 땅이 늘어갔다.  마을은 생기를 잃어갔다. 주민이 똘똘 뭉쳐 마을을 가꾼 사연이다.

마을의 표정이 달라진 건 꽃과 솟대 덕분이다. 수로와 놀고 있는 땅에 해바라기를 심고 솟대를 세우자 거짓말처럼 구경꾼이 들기 시작했다. 2016년부터는 축제도 열었다. 인구 100명 남짓한 이 작은 마을에 지난여름 관광객 약 3000명이 들었단다. 2016년 불과 500㎡(약 150평)에 불과했던 해바라기밭이 이제 3300㎡(약 1000평)를 넘본다.

“요놈들 또 키 큰 것 좀 봐, 꽃이 할매들 얼굴보다 더 크네.”

할머니들 손에 이끌려 꽃밭에 들었다. 족히 2m에 달하는 해바라기들이 일제히 땡볕을 받으며 고개를 들고 있었다. 사방이 노란빛으로 물들었다.

아기자기 야외 갤러리

담벼락마다 아기자기한 벽화가 있다.

담벼락마다 아기자기한 벽화가 있다.

해바라기는 마을 입구, 새마을회관 앞, 채운초등학교 언덕 아래 등 곳곳에 뿌리내려 있었다. 하여 꽃만 따라 다녀도 제법 그럴듯한 걷기길이 완성됐다. 1㎞ 남짓한 마을 길이지만 아기자기한 벽화 하며, 이것저것 볼 게 많았다.

특히 ‘5花 갤러리’가 독특했다. 옥황상제의 명을 받은 다섯 선녀가 논산평야에 내려앉았다는 ‘오화지지(五花地之)’ 전설에서 착안한 다섯 가지 테마 공간. 이를테면 ‘진또배기 갤러리’는 장승과 장대가 어우러진 야외 정원이었다. 마을회관 역 벽면을 빌린 ‘이야기 담장 갤러리’에는 마을 옛 사진이 잔뜩 걸려 있었다. 새마을운동 시절의 마을 모습이 정겨웠다.

빈집을 수십 종의 꽃으로 꾸민 ‘마을 정원 갤러리’는 웬만한 화원보다 운치가 대단했다. 낡은 담장 너머로 버들마편초·원추리·천인국·램스이어 등의 꽃들이 흐드러져 있었다.

모둠 창작 갤러리는 할머니들의 공예 작품 공간이란다. 한 주에 한 번씩 농사일을 마치고 배운 솜씨라는데,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벼농사하는 민경심(81) 할머니는 일회용 숟가락을 색칠하고 이어 붙여 큼지막한 꽃을 만들었다. 축제 때 ‘할매야 놀자 展’에서도 볼 수 있다.

“축제야 하루뿐이지만, 마을 풍경은 안 변하지, 해바라기도 오래 피어 있을 거고. 여름 내내 고울 거여.”

여행정보

서울시청에서 돌고개솟대마을까지 자동차로 약 2시간 30분 걸린다. 대중교통으로 찾아가려면 논산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야화1리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야화1리 새마을회관 일대에서 28일 하루 해바라기 축제를 연다. 문화 공연, 메기 맨손 잡기, 승마 체험 등 나름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논산=글·사진 백종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