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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안 터져 속터지는데, 이통사들 “속도 1등”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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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김영인 KT 네트워크전략담당 상무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웨스트에서 기자들에게 KT의 5G 속도 및 커버리지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김영인 KT 네트워크전략담당 상무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웨스트에서 기자들에게 KT의 5G 속도 및 커버리지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LG유플러스가 27일 SKT와 KT를 겨냥해 5세대(G) 이동통신의 속도를 공개 검증하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SKT와 KT가 전날 기자 간담회를 열고 LG유플러스의 속도 1등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한 데 대한 반격이다. 5G 가입고객들은 정작 안 터지는 곳이 많아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는데 통신사끼리 진흙탕 싸움을 벌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LGU+ “서울 181곳 1위” 주장에 #SKT “객관성 결여된 테스트” #KT “LG폰으로 잴 때만 최고” #LGU+ “공개검증이 최선” 역공

5G 속도 논쟁은 LG유플러스가 불을 붙였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서울 185개 지역에서 측정한 결과 181개 지역에서 LG유플러스가 속도 1위를 차지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근거로는 LG유플러스가 통신속도 측정 어플리케이션 ‘벤치비’로 측정한 지역별 수치들을 공개했다.

SKT와 KT는 일제히 부인하고 나섰다. 류정환 SK텔레콤 5GX 인프라그룹장은 간담회에서 "통신 속도에는 다운로드, 스트리밍 등 여러가지 척도가 있다. 이들 척도들을 각각 이동하면서 측정하느냐 서서 측정하느냐에 따라서도 수치가 많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단말기 종류, 건물 내·외부에 따라서도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객관성이 결여된 테스트 결과를 5G 대표 품질로 이야기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품질 고도화라는 과도기적인 시기에 진행된 측정은 신뢰하기 어렵다”며 "LTE 때도 속도 논쟁 벌였지만 결과적으로 SKT의 속도품질이 가장 좋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들의 이용 경험이 축적되면 품질 평가도 시장에서 이뤄진다는 의미다.

KT도 이날 설명회에서 통신 3사의 5G 속도를 직접 테스트해 본 결과 LG유플러스가 공개한 내용과는 전혀 다른 결과값이 나왔다고 밝혔다. KT에 따르면 LG유플러스와 호환성이 잘 맞는 LG전자 V50 씽큐로 측정했을 때를 제외하면 모두 KT와 SK텔레콤보다 느린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김영인 KT 네트워크전략담당(상무)은 "연세대, 홍대 등 대학가에서는 측정 결과가 (LG유플러스의 주장과) 전혀 달랐고 V50 씽큐로 측정했을 때만 LG유플러스가 가장 앞섰다”며 "부정확한 근거로 5G 품질이 가장 좋다고 속이면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김 상무는 초고속 인터넷 속도 측정 도구인 벤치비는 이동하면서 주로 쓰는 5G 통신망을 측정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가 서울지역에서 5G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주요 매장에 붙인 포스터. [사진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가 서울지역에서 5G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주요 매장에 붙인 포스터. [사진 LG유플러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속도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공개 검증이 최선”이라고 역공했다. 그러면서 "벤치비는 국내 대표 모바일 속도 측정 앱으로 100만 이상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다”며 "신뢰성과 공신력을 인정받아 가장 많이 이용되는 앱이고 따라서 통신 관련 빅데이터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앱”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LTE의 속도 품질을 조사해 공개하고 있지만 5G 통신에 대해서는 시험 측정만 진행할 뿐 공식적으로 측정하거나 공개하지 않는다. 속도 품질을 측정한 기준도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3사가 자체 측정한 결과로 서로 최고라고 주장하면 소비자 혼선만 가중될 것”이라며 "과기정통부가 명확한 기준과 측정 체계를 마련해야 속도 경쟁이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돌아가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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