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0~21일 방북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비핵화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청와대가 27일 밝혔다.
시 주석은 이날 오후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오사카 웨스틴호텔)에서 이런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고 대변인 브리핑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새로운 전략적 노선에 따른 경제발전과 민생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외부환경이 개선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이어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풀고 싶고, 인내심을 유지해 조속히 합리적 방안이 모색되길 희망한다”며 “한국과 화해협력을 추진할 용의가 있으며 한반도에서의 대화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도 함께 전달했다.
시 주석은 이어 “(비핵화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대화는 강화돼야하고 북·미 3차 정상회담을 지지한다”며 “북·미가 유연성을 보여 대화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고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회담과 북·미친서 교환 등은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높였다고 생각한다”며 “북·미간 조속한 대화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이날 회담에서는 미국이 요청하고 있는 ‘반(反)화웨이’ 전선에 대해 “화웨이라는 말은 아예 언급이 없었고, 5G에 대해서는 원론적 얘기만 나왔고 문 대통령은 이를 청취했다”고 말했다. 다만 시 주석은 무역에 대한 일반론을 먼저 꺼내며 “다자무역 체제는 보호돼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이는 한국이 미국의 ‘반화웨이’ 전선에 가담하지 않기를 요청하는 뉘앙스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문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은 한국에게 1ㆍ2위 교역국으로 모두 중요하다”며 “어느 한 나라를 선택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기를 바란다. 원만히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또 시 주석은 아직 완전히 해결이 되지 않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문제에 대해서도 먼저 언급했다. 청와대는 시 주석의 발언을 구체적으로 전달하지 않은 채 “사드 관련한 해결 방안들이 검토되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고만 전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사드는 비핵화 문제와 연동돼 해결돼야 한다”고 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가 선행돼야 사드 문제가 풀린다는 ‘선후 관계’의 발언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발 미세먼지와 관련해 “양국민 모두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양 정부가 함께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만으로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면서도 “중국은 환경보호에 대해 (과거에 비해) 10배의 노력을 기울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끝으로 “빠른 시일 안에 방한해 달라. 이는 한국 국민에게 양국 관계 발전에 큰 기대를 줄 것”이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시 주석은 “각국의 사정을 고려해 구체적 시간은 외교 당국을 통해 협의하자”고 말했다.
이에앞서 회담 모두 발언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주 시 주석이 취임한 뒤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하는 등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 건설적 역할과 기여를 한 데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은 한국과 양국 관계가 끊임없이 발전하는 것을 추진할 것이고, 한반도와 이 지역 평화 안전 유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은 예정보다 10분 길어진 40분간 진행됐다. 이번 한ㆍ중 정상 회담은 지난해 11월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7개월 만으로, 문 대통령 취임 이후 5번째다.
한편 이번 G20 정상회의는 미ㆍ중 무역전쟁과 중동의 긴장 고조 속에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담판은 국제 무역ㆍ안보 질서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오후 일본으로 향하는 중간 기착지인 앵커리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오전 11시 30분 오사카 현지에서 시진핑 주석과 양자 회담을 한다”고 공개했다. 오사카=강태화 기자, 김상진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