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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코웨이 두번 팔게 된 윤석금, '샐러리맨 신화'도 깨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0월 29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코웨이 인수를 발표하고 있다. 웅진은 27일 지난해 MBK파트너스로부터 사들인 코웨이 지분을 다시 팔겠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9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코웨이 인수를 발표하고 있다. 웅진은 27일 지난해 MBK파트너스로부터 사들인 코웨이 지분을 다시 팔겠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웅진코웨이가 다시 매물로 나왔다. 지난해 10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MBK파트너스로부터 인수를 결정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앞서 윤 회장은  2013년 MBK에 코웨이를 매각했다.

웅진코웨이 매각 일지

웅진코웨이 매각 일지

웅진그룹은 재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웅진코웨이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웅진은 계열사 웅크씽크빅을 통해 웅진코웨이 지분 25.08%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주식 가치로 치면 약 1조5000억원이다.

웅진그룹은 "어렵게 인수한 웅진코웨이를 다시 매각하게 돼 안타깝다"며 "더 큰 위기가 닥치기 전에 선제적으로 웅진코웨이를 매각해 부채를 정리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재무 리스크로 인한 신용등급 하락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지난해 웅진코웨이 인수 결정 후 태양광 사업을 하던 웅진에너지가 감사의견 거절에 이어 이어 결국 올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웅진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에서 'BBB-'로 하락했다. 회사채 시장은 지난 3월 아시아나항공의 회계감사 이슈로 인해 심각하게 위축된 상태였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떨어지며 차환(기존 채무를 갚기 위해 신규대출을 받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또 "렌털 시장의 원조인 코웨이를 다시 매각한다는 점에 고민이 없을 수 없다”며“하지만 그룹의 피해와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웅진은 지난해 코웨이 지분 22.17%를 사들이며, 1조68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해결했다. 한국투자증권에서 1조1000억원, 웅진씽크빅을 통한 회사채 5000억원이다. 또 추가 지분 매입을 위해 유상증자로 2000원을 조달했다. 무리한 차입경영에 스스로 발목이 잡힌 셈이다.

이런 우려는 지난해 인수 당시에도 있었다. 하지만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기자회견장에서 "렌털은 경기가 안 좋을 때 더 잘 된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성공을 확신했다. 또 "나같이 돈 없고 가난한 사람도 다시 할 수 있다, 실패한 오너도 다시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겠다. 혼신의 힘을 바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결국 코웨이를 두 번 팔게 되는 상황을 맞으며, 다시 한번 '윤석금 신화'에 금이 갔다. 39년 전 출판 판매업으로 일어선 윤 회장은 한때 '샐러리맨 신화'의 상징이었다.

매물로 나왔지만, 웅진코웨이는 건실하다. 지난 1분기 매출 7093억원, 영업이익 1352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렌털 계정도 약 700만(해외 포함) 개를 넘어섰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렌털 계정은 분기마다 10만개씩 늘고 있다"며 "정수기 외에도 공기청정기·비데·매트리스 등으로 확장 중"이라고 말했다. 렌털 시장은 웅진코웨이에 이어 청호나이스·쿠쿠홈시스·SK매직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업계는 아직 인수 후보 기업을 논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앞선 2012년 매각 당시 GS리테일 롯데·CJ 등이 거론된 적은 있다. 일부 사모펀드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렌털 시장의 수요는 여전하지만, 최근 대기업까지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하다. 예전만큼 웅진코웨이가 치고 올라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매각 작업이)조심스럽고 천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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