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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트럼프 만나는 재계 "트럼프 뭐 요구할까" 전전긍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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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보수정치행동회의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보수정치행동회의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9~30일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전 국내 5대 기업 총수들을 포함한 국내 주요 재계 인사들을 시내의 한 호텔에서 만나 회동을 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27일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대략 10여명의 참석자를 추려 백악관에 전달했고, 백악관에서 실제 회동에 참여할 기업을 추렸다"고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이 회동에 참석할 거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기업인과 별도 일정을 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첫 방한 땐 국빈 만찬에 참석한 재계 인사를 만난 적은 있지만, 별도의 회동은 없었다. 이중 이재용 부회장은 2016년 12월 당선자 신분인 트럼프 대통령의 테크 서밋 초청을 받았지만, 국정농단 특검 수사로 출국이 금지돼 만나지 못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5월 미국 루이지애나에 3조6000억원을 투자한 롯데케미칼 공장 완공식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백악관에서 40여분간 만난 적이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동 요청을 받은 국내 기업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이나 일본 방문 당시 현지 기업인들을 만나 미국 투자를 강하게 요청한 전례가 있다. 영국서는 지난 4일 기업인 10명과 따로 만났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담판 결과에 따라 중국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라는 압박이 나올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대미 투자를 당부하는 의례적인 발언보다, 구체적인 공장 건설이나 투자 시점을 콕 집어 요청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는 이보다 미·중 무역분쟁의 향방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한 기업 임원은 "G20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미·중 무역 협상이 최대 관심"이라며 "해결되면 다행이지만, 파국으로 치달으면 국내 기업엔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한국이 동참해달라고 공개 석상에서 요구하기도 했지만, 트럼프가 직접 총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동참해 달라고 하면 국내 기업이 느끼게 될 압박은 상상을 초월한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우리 수출 비중이 대략 중국 25%, 미국 15% 정도 되지 않냐"며 "이런 상황서 미 대통령이 화웨이 등 중국과의 거래를 중단하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하면 기업은 대책이 없다"고 했다. 특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경우 각각 연간 5조~8조원의 메모리 반도체를 화웨이에 수출 중이고, LG그룹의 계열사인 LG유플러스는 화웨이의 5G 기지국 장비를 사용 중이다.

구정모 CTBT 비즈니스 스쿨 석좌교수는 "미·중 무역 분쟁이 합의점을 찾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중국과 미국 중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난처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중국에 대한 수출을 계속하며 중국을 경유하는 밸류 체인을 선택할 것이냐, 혹은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을 배제하는 교역 질서에 합류할 것이냐는 선택을 강요받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정훈·오원석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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