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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의 비극 한 달…바이킹 크루즈선, 또 폭우 속 고속추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침몰 사고 한달 만에 다뉴브강 다리 아래에서 당시 가해 선박인 바이킹시긴호와 소속이 같은 바이킹 노르호(오른쪽)가 고속으로 작은 유람선을 추월하고 있다. 벼락이 치고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리포스트 캡처]

침몰 사고 한달 만에 다뉴브강 다리 아래에서 당시 가해 선박인 바이킹시긴호와 소속이 같은 바이킹 노르호(오른쪽)가 고속으로 작은 유람선을 추월하고 있다. 벼락이 치고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리포스트 캡처]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에 들이받혀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가량이 지났다. 허블레아니호에 한국인 33명과 헝가리 승무원 2명이 타고 있었는데, 25명이 숨졌다. 지난 22일 침몰 현장에서 30㎞가량 떨어진 체펠섬 지역에서 낚시하던 주민이 여성 시신 1구를 발견해 신원 확인을 위한 유전자 감식이 진행 중이다.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 관계자는 27일 통화에서 “소지품 등을 봤을 때 한국인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한국인 탑승객으로 확인되면 한국인 실종자는 2명이 된다.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 33명이 탑승한 유람선이 침몰하는 사고 당시 영상. 대형 크루즈 바이킹 시긴호'(오른쪽)가 작은 유람선 '허블레아니'를 추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 33명이 탑승한 유람선이 침몰하는 사고 당시 영상. 대형 크루즈 바이킹 시긴호'(오른쪽)가 작은 유람선 '허블레아니'를 추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를 낸 바이킹 시긴호는 한 달 만에 승객을 싣고 다시 부다페스트를 찾는 등 영업을 재개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킹사 소속 크루즈선이 벼락이 치고 비가 내리는 야간에 다뉴브강에서 작은 배를 고속 추월하는 모습이 또 포착됐다. 헝가리 매체 리포스트(ripost)가 공개한 영상에는 바이킹 시긴호가 허블레아니호를 들이받을 당시와 비슷한 장면이 담겼다.

벼락에 비오는 야간에 작은배 추월 영상 공개 #"빡빡한 일정으로 바이킹 선박들 위험 운항" #사고 때 시긴호 선장이 몰지 않았다는 의혹 #"비숙련 동료에 맡기기도" 새 용의자 나올까 #최근 발견 실종자, 소지품으로 한국인 추정

 현지 매체 로칼은 “국가적 비극이 한 달 전에 있었는데, 또 다른 바이킹 선박이 다뉴브강에서 폭풍 속에 충격적인 기동을 했다"고 전했다. 지난 22일 밤 페트피 다리 아래에서 바이킹 시긴호와 비슷한 규모의 바이킹 노르호가 고속으로 작은 배를 추월하면서 무책임한 운항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다뉴브강에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를 들이받아 침몰시킨 크루즈 바이킹 시긴호(가운데)가 24일 부다페스트로 돌아와 선착장에 정박해 있다. 왼쪽에 22일 밤 고속 추월을 한 바이킹 노르호가 보인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다뉴브강에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를 들이받아 침몰시킨 크루즈 바이킹 시긴호(가운데)가 24일 부다페스트로 돌아와 선착장에 정박해 있다. 왼쪽에 22일 밤 고속 추월을 한 바이킹 노르호가 보인다. [연합뉴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다뉴브강 지역은 벼락이 치고 비가 내려 시계가 좋지 않았다. 바이킹 노르호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운항하며 규모가 훨씬 작은 유람선으로 보이는 선박의 왼편으로 추월을 시도했다. 허블레아니호도 악천후 속 야간에 머르기트 다리 아래서 고속으로 뒤따라온 바이킹 시긴호에 들이받혀 7초 만에 가라앉았다.

 선박 전문가인 바라즈 포크만은 리포스트에 “어두운데다 폭풍이 닥친 상황이라 훨씬 조심스럽게 운항해야 한다"며 “(바이킹 노르호의) 속도를 줄였어야 할뿐 아니라 추월하려면 30m의 안전거리를 유지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바이킹 노르호 측은 그러나 적당한 거리를 뒀고, 여러 차례 다른 선박과 교신해 위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헝가리 수사 당국이 허블레아니호 침몰 사고의 원인을 조사 중인 가운데 현지 언론에선 바이킹 시긴호의 우크라이나 출신 64세 유리 C. 선장이 사고 당시 시긴호를 몰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치치 쇼머 부다페스트 경찰청 대변인(왼쪽)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치치 쇼머 부다페스트 경찰청 대변인(왼쪽)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치치 쇼머 부다페스트 경찰청 대변인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사고 당시 누가 시긴호를 몰았는지도 조사하고 있다"면서도 유리 선장이 조사를 받으면서 어떻게 진술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현지 매체 머저르 넘제트는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킹 시긴호의 승객이 선장에게 사고가 발생했다고 외쳤지만, 선장이 승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고 전했다.

인양 후 옮겨진 허블레아니호 [AP=연합뉴스]

인양 후 옮겨진 허블레아니호 [AP=연합뉴스]

 다뉴브강에서 오랫동안 배를 운항해온 선박 전문가들도 현지 매체 MTI에 “다뉴브강은 수위가 높아지면 물살을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강에 크루즈가 들어오면 숙련된 ‘퍼스트 선장'이 운항 경험이 부족한 동료에게 조타실을 맡기고 손님을 응대하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박 전문가는 “운항 경력이 40년가량인 유리 선장이라면 사고 당시와 같은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형사 책임은 모르겠지만, 선박업계의 룰은 선장이 모든 일에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했다.

 다뉴브강을 운항하는 다른 선박 관계자는 “바이킹 크루즈선의 일정이 너무 빡빡해 항상 다뉴브강을 미끄러지듯 다닌다”고 MTI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헝가리 경찰은 일단 유리 선장을 용의자로 놓고 조사 중이다. 부주의한 운항으로 대형 사고를 낸 혐의다. 보석 중인 유리 선장은 부다페스트에 머물며 2주마다 신고하고 있다고 한다. 헝가리 당국이 추가 용의자를 조사 중인지는 기소 때 수사 결과를 봐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인양 된 허블레아니호 [AP=연합뉴스]

인양 된 허블레아니호 [AP=연합뉴스]

 한국에서 교체 파견된 수색대원들은 육로로 다뉴브강 하류 강변을 이동하며 실종자를 찾고 있다. 가장 최근에 강변 숲 등에서 주민에 의해 실종자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헝가리 당국은 헬기 등으로 200㎞ 이상 떨어진 하류까지 수색하고 있다고 신속대응팀은 밝혔다. 헝가리 현지에는 실종자 가족 10명가량이 남아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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