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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 보면 文이 웃는다, 주목받는 '스마일 3인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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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리포트 

문재인 정부에서 장하성 초대 대통령 정책실장은 주중 대사가 됐고, 노영민 전 주중 대사는 비서실장이 돼 돌아왔다. 또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정책실장으로 명함을 바꿨고, 이호승 경제수석은 청와대 비서관으로 시작해 정부(기획재정부 차관)에 나갔다가 다시 수석으로 컴백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 관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가운데)으로부터 차기 검찰총장 임명제청 건에 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왼쪽은 조국 민정수석.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 관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가운데)으로부터 차기 검찰총장 임명제청 건에 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왼쪽은 조국 민정수석. 청와대 제공

여기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장관 발탁이 유력시되면서 또다시 ‘회전문 인사’ 논란에 불이 붙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6일 “경질이 돼도 몇 번 돼야 했을 조 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되는 건 대한민국 헌법 질서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 핵심 참모들은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아무 기준없이 한 번 쓴 사람을 또 쓰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취임후 드러난 문 대통령의 용인술에는 패턴이 있다.

◇문전박대 당한 김상곤과 격려받은 송영무

지난해 8월 김상곤 초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송영무 당시 국방부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각각 면담을 요청했다고 한다. 두 사람 다 교체설에 휘말린 시점이었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곤 혁신위원장, 조국 혁신위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곤 혁신위원장, 조국 혁신위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당시 교육부에선 대입제도 개편에 따른 혼선과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 자사고ㆍ특목고 폐지, 수능 전과목 절대 평가 강행 등을 놓고 여러가지 혼선이 벌어졌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까지 김 부총리를 경질하라는 요구가 터져나왔다. 국방부에서는 기무사 계엄령 문건 처리 과정에서 항명사태가 발생했다. 여기에 송 장관이 “치마는 짧은 수록 좋다”는 등의 부적절 발언을 이어가면서  ‘장관 리스크’라는 말까지 나온 상황이었다.

두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에 깊숙이 관여한 ‘개국공신’이다. 특히 김 전 부총리는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비주류의 공세를 받자 ‘혁신위원장’ 자리를 맡겨 사실상 당의 운영권을 넘겨줬을 정도로 신뢰가 깊다.

두 사람의 면담 요청은 경질 직전 마지막 소명을 하겠다는 요청에 가까웠다.

2018년 10월 2일 오전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임식을 마친 뒤 정부세종청사 교육부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10월 2일 오전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임식을 마친 뒤 정부세종청사 교육부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송 전 장관은 만나서 격려했지만, 김 전 부총리의 면담 요청은 거절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6일 “문 대통령이 당시 김 부총리 면담을 거절한 배경은 명확했다”며 “송 전 장관은 여러 구설수에도 대통령이 요청했던 국방개혁의 과제를 완수했지만, 김 전 부총리는 엄청난 성원과 기대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야당에선 회전문 인사니, 정실(情實) 인사니 하면서 비판을 하지만 문 대통령은 오로지 성과만으로 평가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격려를 받은 송 전 장관은 대통령 면담 이후 자신의 경질 여론에 대해 “국방개혁을 좌초시키려는 시도”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내가 혹시 물러나더라도 곧 국정원장이나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2018년 7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기무사 계엄령 문건 사태’와 관련한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2018년 7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기무사 계엄령 문건 사태’와 관련한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결국 두 사람은 동시에 경질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송 전 장관의 복귀설도 나오지 않고 있다.

◇약진 예고된 ‘스마일 3인방’

최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표정을 숨기지 못할 정도로 애정을 표시하는 국무위원이 3명이 있다”며 “그들은 강경화 외교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그리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현 정책실장)”이라고 전했다.

2019년 첫 출근일인 1얼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2019년 정부 시무식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2019년 첫 출근일인 1얼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2019년 정부 시무식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 관계자는 “이들 3인의 공통점은 야권의 집중공세 속에서도 문 대통령이 요청한 업무를 똑부러지게 수행한다는 점”이라며 “김상조 위원장이 대통령 정책실장으로 발탁돼 경제정책을 이끄는 중책을 맡게된 것도 시기가 좀 빨라졌을뿐 사실 알만한 사람들은 예상했던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에선 문 대통령이 이들을 언제나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본다는 뜻에서 ‘스마일 3인방’이란 말도 나온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헝가리 유람선 사고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헝가리 유람선 사고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강경화 장관는 각종 의전 논란과 외교수장 존재감 부족 등의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강 장관에게 요청한 것 중 큰 부분이 외교부 개혁”이라며 “지금까지 발생했던 많은 논란 중 상당수가 개혁 대상의 반발인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논란이 많은 것은 아직 개혁을 이뤄야 할 지점이 많고 강 장관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킨 김현미 장관에 대한 신뢰도 깊다고 한다. 김 장관은 내년 총선 출마 준비때문에 당초 교체 대상이었지만 지난 3월 개각에서 후임자가 낙마하면서 유임됐다. 공교롭게 최근 3기 신도시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지역구(경기 고양정)인 일산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힌 상태다.

브루나이를 국빈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3월 11일 오후(현지시간) 브루나이 템브롱 대교 건설 현장에 도착해 쓴 안전모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만져주고 있다. 연합뉴스

브루나이를 국빈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3월 11일 오후(현지시간) 브루나이 템브롱 대교 건설 현장에 도착해 쓴 안전모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만져주고 있다. 연합뉴스

김 장관은 이날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국회의원 선거를 떠돌아가면서 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일산 출마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여권의 한 인사는 “만약 김 장관이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경우 곧장 차기 총리 후보군이 될 수 있고, 총선에서 낙선하더라도 최초의 여성 대통령 비서실장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장관은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에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던 적이 있다.

◇“반 걸음만 앞서 나가야 한다”

경제 관련 부처의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원칙론자 또는 이상주의자라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1기 청와대와 내각의 상당수가 진보진영으로 채워지면서 진보진영에만 소구하는 정책을 제시했다”며 “그러나 문 대통령의 생각은 국민적 동의와 실현 가능성을 전제로 한 현실적 변화인데 결과적으로 대통령 혼자 외롭게 국정을 운영하는 모양새를 만들어버렸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에 입장하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악수하며 미소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월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에 입장하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악수하며 미소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이어 “문 대통령이 임종석 초대 비서실장의 후임에 산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노영민 실장을 임명한 배경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문 대통령의 한 측근도 “대통령과 여러 사안을 놓고 논의해본 결과 문 대통령의 뜻은 ‘과감하게 앞서가자’가 절대 아니라 ‘국민보다 반 걸음만 앞서가자’는 것이었다”며 “집권 3년차가 되면서 참모들도 대통령의 뜻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선 김상조 정책실장의 임명과 관련해서도 “김 실장 체제는 ‘현실감을 갖춘 장하성 2기’의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실장은 장 전 실장에 비해 현실감각이 뛰어나다”며 “장 전 실장은 큰 그림을 제시했지만 자영업자 대책이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현실적 고려가 부족했다. 대통령이 김 실장에게 요청한 것은 현실에 기반한 방향제시”라고 강조했다. 김수현 전 정책실장에 대해서는 “국민적 비전제시를 하지 못하고 현안에 대응하기에만 급급하면서 문 대통령의 질책성 발언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왼쪽)과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춘추관에서 취재진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왼쪽)과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춘추관에서 취재진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실제로 김상조 실장은 25일 청와대 기자들과 만나 “공정경제 정책만으로 한국 경제가 필요로 하는 성과를 다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지시한 것이 정책고객과 이해관계자와 만나는 자리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유연성과 소통을 부각하려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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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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