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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심각한 ‘북한 목선’ 은폐 사건, 국정조사가 마땅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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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15일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의문투성이다. 북한 목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삼척항까지 아무런 제지 없이 들어온 과정은 물론, 국방부의 축소·은폐 발표와 후속 조치는 국가안보의 총체적인 난맥상을 드러냈다. 목선에 탔던 북한 주민이 민간인이 아니라 무장공비였더라면 우리 국민의 희생도 났을 수 있었다. 실제 목선이 입항할 당시 삼척항에는 어류 위판이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국방부 조사단이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있다며 진상을 국민에게 규명·공개하지 않고 있다.

북한 목선은 NLL~해군·해경 경계수역~삼척항 입항까지 3단계 경계망에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 해군과 해경은 NLL 인근에서는 평소 작은 무동력선까지도 찾아낸다. 그런데 이번엔 10m짜리 동력 목선을 탐지하지 못했다. 자체 동력이 있는 배는 어선을 위장한 간첩선일 가능성이 있어서 극도로 민감하게 살핀다. 이 목선이 NLL을 통과해 우리 경계구역에 들어와 52시간이나 휘젓고 다녔지만 몰랐다.

마지막 경계도 실패했다. 목선이 14일 밤 삼척항 인근에서 밤을 새운 뒤 새벽에 입항했는데 육군 해안 레이더가 보지 못한 것이다. 동력이 있는 배는 일정한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세심하게만 보면 찾아낼 수 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당시 레이더 탐지병이 목선의 움직임을 보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중대한 안보 사안을 일개 병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 군의 나태한 경계태세도 문제지만, 책임지지 않으려는 지휘라인의 자세는 더 문제다. 이게 국방과 군의 올바른 태도인가.

더욱 수상한 대목은 목선에 탔던 4명 가운데 2명을 민간인으로 규정해 서둘러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돌려보낸 점이다. 이들은 2차 조사인 중앙 합동심문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에선 동력이 있는 배는 대부분 군에서 관리하고, 운전 요원은 군 소속이다. 따라서 북한으로 돌아간 2명은 민간인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침투경로 정보를 수집했을 수도 있다. 혹시라로 이들이 귀순 의사가 있었는데 북으로 보냈다면 심각한 인권 문제다. ‘윗선’의 지시는 없었는지도 의심된다. 국방부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한 백브리핑 자리에 청와대 행정관이 몰래 참석한 것도 그런 감시 차원은 아닌가.

이번 사건은 지극히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도 군 당국의 첫 브리핑부터 ‘삼척항 인근’ ‘경계작전 정상’ 등 축소·은폐 논란이 일었다. 발표문은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이 결정하고, 사안에 따라선 청와대도 관여한다. 그래서 국방부의 셀프 조사는 믿을 수 없다. 더구나 ‘과도한 유화’로 국민의 안보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자유한국당과 야당들은 이 ‘국기 문란’ 사건에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