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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늘리자더니…엇박자 규제로 시드는 태양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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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영농 태양광을 활용하면 벼를 키우며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다. 수확량이 일반 논의 80%에 달한다. 그러나 전기를 팔 수 있는 선로가 마련돼야 확대될 수 있다. [중앙포토]

영농 태양광을 활용하면 벼를 키우며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다. 수확량이 일반 논의 80%에 달한다. 그러나 전기를 팔 수 있는 선로가 마련돼야 확대될 수 있다. [중앙포토]

재생에너지 확대는 문재인 정부 핵심 정책이다.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0~35%로 늘리는 게 지난 4일 발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골자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사업도 규제와 엇박자 나는 정책에 가로막혀 지지부진하다. 탈원전 구호가 높아 반사이익을 누릴 것 같지만 정작 태양광 업계에서는 “규제가 심해져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도 사업하기 힘들다”는 아우성마저 터져 나온다.

태양광 설치 이격거리 규제 강화 #도로·주거지와 거리 최대 1㎞ #중앙정부·지자체 지침 따로 놀아 #꼭 필요한 것만 묶는 핀셋규제를

대표적인 게 임야 태양광에 대한 규제 강화다. 정부는 지난해 6월 평균 경사도 25도 이하에서 15도 이하로 임야 태양광 발전 허가 조건을 강화했다.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에 대한 지원금 가중치는 1.0에서 0.7로 30% 삭감했다. 지목 변경을 금지했고, 최대 20년인 사용허가 기간이 끝나면 산림을 복구해야 한다. 이에 덧붙여 대체산림조성비를 부과한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 에너지스페셜리스트는 “경사도 허가 기준 강화로 사실상 임야 태양광의 설치가 골프장 짓기보다 어려워졌다”며 “보호할 곳은 철저히 지키면서도 효율적으로 국토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세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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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은 30~35년 정도 활용할 수 있는데 최대 허가 기간을 20년으로 묶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20년 후에도 태양광 패널은 10년 이상 쓸 수 있다. 사회·경제적 손실이 크다. 산림 회복과 더불어 대체산림조성비까지 부과하는 것은 이중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야 태양광 규제가 강화되면 대안이 필요하지만, 태양광 설치 이격거리 규제도 강화됐다. 도로나 주거 지역으로부터 100~1000m의 이격거리를 둬야 한다고 제한한 지방자치단체가 54개(2017년 3월)에서 91개(2018년 3월)로 1년 새 70% 늘었다.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따로 노는 모양새다. 중앙 정부가 합리적 기준을 세우고 상위법에 따라 제도를 정비해야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농사를 지으며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농가형 태양광은 지역 주민과 상생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매전(賣電) 할 수 있는 선로가 턱없이 부족해 농어촌 상생기금을 받기로 해놓고도 실행을 못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전문가는 영농 태양광 확대라는 정책만 앞서갈 뿐 구체적 실행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재생에너지로 전환 속도가 우려스러울 정도로 늦다”며 “정부가 앞장서서 갈등을 조정하고 정책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같은 추세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달성하기 힘들다.

또 “탈원전이라는 정치적 구호 때문에 재생에너지 사업도 역풍을 맞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재생에너지 전문가 집단에서도 커지고 있다. 양오봉 태양광발전학회장(전북대 교수)은 “원자력과 태양광은 대립하는 게 아니라 서로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에너지”라며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탄소 에너지를 줄이는데 태양광 발전과 원자력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해준·이소아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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