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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세자 특수…수소차·유화에 10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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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참석 전 한국을 방문한 빈 살만 왕세자는 국방장관 겸 제1부총리로 경제와 안보를 총괄하는 사우디의 실권자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참석 전 한국을 방문한 빈 살만 왕세자는 국방장관 겸 제1부총리로 경제와 안보를 총괄하는 사우디의 실권자다.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34) 왕세자가 26일 한국 기업에 83억 달러(약 9조6000억원) 규모의 경제협력을 약속했다.

방한 빈 살만, 문 대통령과 회담 #아람코 앞세워 8개 기업과 협약 #승지원선 5대그룹 총수와 회동 #이재용 부회장과는 단독면담도

1박2일 일정으로 이날 방한한 빈 살만 왕세자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회담을 갖고 경제협력과 인적·문화 교류 협력, 역내 평화를 위한 파트너십 구축 등에 합의했다. 문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공식 오찬 뒤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에쓰오일 복합석유화학시설 준공 기념식에 참석했다. 저녁에는 친교 만찬도 함께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청와대 만찬 직후 삼성그룹 영빈관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을 찾아 5대 그룹 총수와 ‘깜짝 회동’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주)LG 대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참석해 양국 경제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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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제협력은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과 함께 속전속결로 가시화됐다. 기대 이상의 ‘선물 보따리’에 경제계에선 신(新)중동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방한에서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를 앞세워 8개 기업과 12개 사업협약을 체결했다. 아람코는 사우디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2017년 매출 기준)하는 거대 기업이다. 그는 이른바 ‘비전 2030’의 핵심 산업 분야 협력을 약속했다.

‘비전 2030’은 석유의존적인 사우디 경제구조를 개편해 2030년까지 정보통신기술(ICT)·신재생에너지 등 비(非)석유 분야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석유 분야에서도 기존 원유 탐사·생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으로 산업 구조를 바꾸려 하고 있다.

개별 기업과의 협력도 이어졌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승지원 총수 회동을 주관한 데 이어 빈 살만 왕세자와 단독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선 사우디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스마트시티 사업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사우디는 서울 면적의 44배에 달하는 스마트시티 ‘네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자율주행차와 5G, 인공지능(AI) 기술이 대거 사용될 미래형 도시 프로젝트여서 삼성전자의 첨단 기술이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2012년 사우디 통신기업에 4세대 이동통신(LTE) 장비를 납품하기도 했다.

현대차와는 수소에너지 MOU … 에쓰오일엔 7조원 추가 투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빈 살만 왕세자와의 만남에 앞서 25일 아민 나세르 아람코 CEO와 수소에너지·탄소섬유 개발 등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수소전기차 등 수소생태계를 차세대 먹거리로 삼고 있는 현대차그룹과 비석유 재생에너지 분야를 강화하려는 아람코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석유화학 분야에선 구체적인 선물 보따리가 공개됐다. 아람코는 대주주로 있는 에쓰오일에 7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약속했다. 이 밖에 현대오일뱅크·현대중공업, GS그룹, 한국석유공사, 효성그룹, 대림그룹 등이 아람코와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 기업과 손잡은 건 여러 의미가 있다. 우선 1970년대 중동 건설 과정에서 쌓은 한-사우디 관계를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 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수소경제·ICT 분야 협력이 가시화됐다는 점도 중요하다. 양국은 원자력 기술·안전 분야에서도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재계에선 빈 살만 왕세자의 대규모 경제협력 약속이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 영업이익 규모만 285조원(2018년 기준)인 ‘큰손’ 아람코의 직접투자뿐 아니라 중동 등 신시장 개척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아람코와 협력하기로 한 대기업 관계자는 “미국의 이란 봉쇄로 사우디에 대한 원유 의존도가 높아졌고, ‘비전 2030’을 통해 사우디가 국가적 투자계획을 내놓고 있어 다양한 사업이 가능한 기회”라고 말했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중동 비즈니스엔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며 “사우디 안팎의 정치적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실질적 상호 이득을 끌어낼 수 있도록 지속해서 관리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현·김영민·위문희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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