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하나로 3차원 입체영상을 찍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상식으로는 사람 눈이나 쌍안경처럼 렌즈가 양쪽으로 분리돼 있어야 입체영상을 찍을 수 있다. 양쪽 렌즈로 들어온, 시야각이 다른 두 개의 이미지를 활용해 동영상이나 사진을 만드는 원리다.
2019년 상반기 특허청 특허기술상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이 깨졌다. 올해로 창업 5년차에 불과한 스타트업 연시템즈의 표도연(51)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하나의 렌즈로 들어온 빛을 초점과 화각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분리해 두 개의 이미지 센서(CCD)에 담아내 입체영상을 구현했다. ‘단안식 입체 카메라’라고 이름 지은 그의 기술은 현재 한국은 물론 미국·일본·중국·호주·캐나다 5개국에서 국제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유럽과 인도에도 특허를 출원해 등록을 기다리는 중이다.
표 대표의 카메라로는 곤충이나 꽃뿐 아니라 피부와 같은 초근접 대상까지 실시간으로 촬영할 수 있다. 덕분에 피부암 진단 등 의료기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
표 대표는 26일 특허청과 중앙일보 공동주최로 서울 역삼동 삼정호텔에서 열린 ‘2019년 상반기 특허기술상’시상식에서 ‘홍대용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현구 특허청 특허심사기획국장은 “조그만 스타트업임에도, 기존의 발상을 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 낸 데다 세계 주요국에서 특허등록까지 마쳐 기술을 공인받은 점이 수상 이유”라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대상인 세종대왕상은 ‘새로운 헤테로사이클 유도체 및 그의 용도’를 발명한 호필수 C&C신약연구소 대표가 수상했다. 이 발명은 아토피 피부염과 가려움증, 광범위한 염증성 질환 등의 치료에 유용한 화합물에 관한 것으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가려움을 억제하고 염증을 완화하는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충무공상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이온성 액체를 이용한 유기소재 정제 방법 및 정제 장치’를 발명한 김태원 수석연구원이 받았다. 지석영상은 포스코의 ‘내식성이 우수한 용융아연합금 도금 강판 및 그 제조 방법’을 발명한 오민석 전북대 교수와 ‘소프트웨어 정의 라디오 단말 장치 및 라디오 애플리케이션의 배포 및 설치 방법’을 발명한 한양대 최승원 교수가 수상했다.
홍대용상에는 연시스템즈의 표 대표 외에도 제넥신의 ‘변형된 인터루킨-7 단백질 및 이의 용도’를 발명한 양세환 박사가 받았다. 디자인 분야 상인 정약용상은 네이버의 ‘프렌즈 스피커’를 디자인한 고영인씨에게 돌아갔다.
특허청과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특허기술상은 1992년 제정됐으며, 매년 두 차례 시상한다.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함께 특허청의 발명 장려 사업에 우대 혜택을 준다. 지난해부터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창업 맞춤형 사업과 연계한 우대 혜택도 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