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 엘스(50·남아프리카공화국)는 물 흐르는 듯한 스윙의 대명사다. 큰 체구(1m91㎝)에도 부드러운 스윙을 한다고 해서 ‘빅 이지(Big Easy)’라는 별명이 붙었다.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데뷔한 새내기 임성재(21)도 부드러운 스윙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키는 엘스보다 10㎝ 작은 1m81㎝이지만 부드러운 스윙 자세는 엘스를 연상시킨다.
올해 PGA투어 신인왕 유력 #물 흐르는 듯한 스윙 돋보여
지난해 PGA 웹닷컴 투어(2부)에서 상금왕을 차지한 뒤 1부 투어에 뛰어든 그는 올 시즌 27개 대회에 출전, 톱10에 6차례나 입상했다. 컷을 통과한 건 19차례다. 화려하진 않아도 꾸준함이 돋보인다. 임성재는 부드러운 스윙과 꾸준한 성적 덕분에 동료 선수들이 투표로 선정하는 신인왕 후보 0순위로 꼽힌다.
미국의 골프닷컴은 26일 임성재의 활약상을 조명했다. 어니 엘스도 스윙을 칭찬했다. 엘스는 “임성재는 모든 플레이를 골고루 다 잘한다. 드라이브샷을 멀리 치고, 칩샷도 좋다. 견고한 퍼트 능력도 갖췄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PGA 투어 신인상을 받았던 애런 와이즈(23·미국)도 “임성재와 함께 플레이하는 걸 즐긴다. 그는 부드러운 스윙을 한다. 나도 한 번 따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PGA 투어 각종 기록 부문에서 임성재는 중위권에 머물러 있다. 드라이브샷 비거리는 97위(293.1야드), 드라이브샷 정확도는 60위(65.12%), 그린 적중률은 55위(67.55%)다. 그러나 임성재의 스윙은 유난히 안정감이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단 테이크 어웨이 동작부터 부드럽다. 백스윙을 천천히 한 뒤 다운스윙과 임팩트를 마칠 때까지 2초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백스윙을 하는 동작은 마치 슬로비디오를 보는 것 같다. 다운스윙 동작은 간결하고 컴팩트하다. 고교 2학년 때부터 그를 지도한 최현(43) 코치는 “임성재는 매번 똑같은 자세로 샷을 하려고 노력한다. 미스 샷 없이 늘 똑같이 치는 게 그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미국 무대 경험이 쌓이면서 샷이 더 견고해졌다”고 칭찬했다.
임성재는 스윙 리듬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편이다. 백스윙의 톱에서는 클럽이 지면과 평행을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그가 견고하면서도 콤팩트한 스윙을 할 수 있는 건 꾸준한 노력의 산물이다. 골프장마다 기후와 환경이 각기 다른데도 임성재는 PGA 투어에서 살아남기 위해 샷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틈틈이 자신의 샷을 찍어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최현 코치에게 보낸 뒤 자세를 점검한다. 최 코치는 “예전에는 팔로 공을 치는 느낌이 강했다. 힘을 실어 똑바로 멀리 가게 하려면 팔이 아닌 몸으로 쳐야 한다. 그러다 보니 백스윙을 좀 더 천천히 하도록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백스윙은 천천히 하되 자세는 더 간결해졌다.
오는 12월 열리는 프레지던츠컵(미국 대 세계연합팀 대결)을 앞두고 세계연합팀 단장을 맡은 어니 엘스는 임성재를 눈여겨보고 있다. 엘스는 “임성재가 있으면 연말 프레지던츠컵이 훨씬 재미있어질 것이다. 우리 팀에는 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해 프레지던츠컵은 오는 12월 9~15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다. 골프닷컴은 “엘스의 마음속에 임성재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임성재는…
체격 1m81㎝, 82㎏
출신교 한라초-계광중-천안고-한국체대(재학 중)
프로 입문 2016년
주요 성적 2018 PGA 웹닷컴투어(2부) 상금왕,
올해의 선수, 신인왕
시즌 성적 27개 대회 출전 톱10 6회,
페덱스컵 포인트 26위
(902점·26일 기준)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