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人流] 유아인 데커레이터 장호석 "섞어라, 마치 하나처럼"

중앙일보

입력 2019.06.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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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수동의 평범한 2층짜리 건물. 낡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신세계가 펼쳐진다. 헤링본 패턴 바닥에 우아한 몰딩, 아름다운 벽난로, 호사스러운 소품들이 빼곡한 이곳은 성수동 속 작은 뉴욕을 표방하는 ‘호스팅하우스’ 쇼룸이다. 1년 전 이 공간을 만들고 리빙 전시, 브랜드 협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해 온 장호석 디자이너를 만났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6월 17일 성수동 호스팅하우스 쇼룸에서 장호석 공간 디자이너를 만났다. 벽에 있는 손 그림 액자 속에 냉장고가 감춰져 있다.                                  [프리랜서 김남헌]

6월 17일 성수동 호스팅하우스 쇼룸에서 장호석 공간 디자이너를 만났다. 벽에 있는 손 그림 액자 속에 냉장고가 감춰져 있다. [프리랜서 김남헌]

‘우와!’ 한 마디가 제일 기분 좋아요.  

자신이 만든 공간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자연스레 내뱉는 이 한마디의 감탄사가 가장 기분 좋다고 말하는 장호석(38) 디자이너는 뉴욕에서 그래픽을 전공한 학생이었다. 학창 시절부터 집 꾸미기를 좋아하고 집에 놓을 가구나 커튼을 물어오는 지인들에게 제품을 추천하는 등 공간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감각이 소문나면서 인테리어 스타일링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외국에서는 인테리어 디자인과 별개로 인테리어 스타일링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데커레이터, 스타일리스트라고도 불리는 보다 세분된 공간 디자인 영역이다. 정식 공부 없이 감각 하나 믿고 시작했지만, 점차 입소문이 났다. 3년 전 서울에 돌아와서는 배우 유아인을 주축으로 한 창작 그룹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활동했다. 한남동 스튜디오 콘크리트 카페의 공간을 꾸미고 ‘하우스 워밍’ 등 라이프스타일 전시를 열었다.

2019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타운하우스’를 주제로 전시를 열었다.

2019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타운하우스’를 주제로 전시를 열었다.

리빙 페어 등에서 공간 전시를 열면서 점차 이름을 알려가다 지난해 6월 성수동에 보금자리를 열었다. 바로 호스팅하우스다. 문을 연 지 1년 정도지만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성수동의 참새 방앗간 같은 곳으로 자리 잡았다. 쇼룸을 보기 위해서도 오지만 감각적인 소품이나 가구를 찾는 이들이 주로 찾는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의 협업으로 쇼룸을 재단장했다. 나만의 맞춤 냉장고를 표방하는 ‘비스포크 냉장고’를 호스팅하우스 식으로 전시했다. 냉장고지만 가전제품이 아닌 오브제처럼 보이도록 액자를 걸고 비밀스러운 문 안에 감췄다.

 지난해 3월 진행했 던‘하우스워밍’ 전시. 장 디자이너의 취향이 담긴 집이다.

지난해 3월 진행했 던‘하우스워밍’ 전시. 장 디자이너의 취향이 담긴 집이다.

- 호스팅하우스는 뉴욕 스타일을 표방한다.
“가구나 공간 모두 예전에 좋은 디자인이 거의 나왔다. 지금은 과거의 좋은 디자인을 비틀고 섞어 새롭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른바 ‘믹스 앤 매치(mix&match)’인데, 이걸 제일 잘하는 도시가 뉴욕이라고 봤다. 호스팅하우스 쇼룸도 동양과 서양, 빈티지와 현대적인 것이 섞여 있다. 여러 요소를 섞되 하나처럼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

- 2019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선보인 ‘타운하우스’도 흥행했다.
“리빙 페어에서 흘러가듯 공간을 쑥 보고 가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아예 집을 만들어버렸다. 문을 통과해야 볼 수 있게 사방을 막았다. 한 번에 5명 정도만 들여보내 지인의 집에 놀러 온것처럼 볼 수 있게 했다. 내부는 철저히 호스팅하우스가 잘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장식적이고 호화스러운 타운하우스다.”

- 하지만 타운하우스는 한국의 아파트와는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다.
“맞다. 하지만 이렇게 꾸미고 살라는 제안이 아니라 경험을 주고 싶었다. 여행지가 아닌 서울에서도 일상적이지 않은 공간을 마주할 기회를 주고 싶다. 이 중 한 요소를 살려 자신의 집에 매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요즘 공간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정말 그렇다. 최근 3~5년간 서울의 공간 비즈니스가 흥하고 있다. 이미지 기반의 SNS가 인기를 끈 영향이 컸다. 다들 공간에 투자해야 비즈니스가 잘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동네 세탁소도 컨셉트를 잡고 공간에 투자한다.”

-‘비스포크 냉장고’처럼 이제 냉장고도 예뻐야 하는 시대다.
“공간을 만들 때 냉장고처럼 부피가 큰 가전이 애물단지다. 꼭 필요하니 안 놓을 수는 없는데 놓으면 튄다. 커스터 마이징 냉장고의 컨셉트를 살려 냉장고처럼 보이지 않고 작품처럼 보이도록 세팅했다. 손 그림 액자를 걸고 액자를 비추는 조명을 달았다. 비스포크 수트 매장의 비밀스러운 문처럼 아무도 냉장고인지 모르게 재미도 줬다.”

- 서울에 좋은 공간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SNS를 의식한다는 아쉬움도 있다.
“요즘에는 공간을 볼 때 몇 개월짜리일까 생각하게 된다. 정말 좋은 공간은 따라 할 수 없는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그 독창성은 좋은 소품이나 디자인이 아니라 상당 부분 시간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여행에서 사 온 그림 하나, 지인이 준 소품 하나가 한 데 모여 시간이 지날수록 주인의 감성이 묻어나온다. 그때 공간의 멋과 정체성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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