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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교과서 무단 수정, 김상곤 작년 국회에선 "적법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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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초등학교 사회교과서 무단 수정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시 교육부의 수장이었던 김상곤 전 장관의 과거 발언이 조명되고 있다. 당시 김 전 장관은 수정 과정에 대해 “적법했다. 교육부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검찰 수사 결과와는 차이가 있는 내용이다.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의 불법 수정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집필 책임자인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가 해당 사실을 폭로하면서다. 박 교수는 교육부가 본인 도장을 날조해 교과서를 수정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검찰의 공소장에도 교육부 A과장이 연구사를 통해 박 교수에게 교과서 수정을 요청했다 거절당한 것으로 기술돼 있다. 이후 교육부는 부산교대 B교수가 대신 수정작업을 진행토록 하고 박 교수의 도장을 본인 동의 없이 날인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현 교육위) 회의에서 김 전 장관은 “법률자문 결과 수정·보완은 사회적 요구 등을 반영해 적법하게 진행됐으므로 수정 내용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특히 “교육부가 대표 집필자도 모르게 고쳤다”는 지적에 대해선 “참여를 거부한 것은 진주교대 교수인데 사회과 대표 집필자는 부산교대 교수”라고 반박했다.

2018년 3월1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록.

2018년 3월1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록.

 이에 대해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사실과 다르다, 교육부와 계약 관계상 대표 집필자는 진주교대 박 교수가 맞다”고 맞받았다. 실제 해당 교과서의 집필 책임자는 전 의원의 지적대로 박 교수가 맞다. 검찰 수사의 초점도 집필 책임자인 박 교수의 도장을 본인 동의 없이 날인한 혐의(사문서위조교사)에 맞춰져 있다.

 김 전 장관은 또 교육부의 교과서 수정 요청 사실에 대해 “교과서와 관련해 제안 채널이 있는데, 그동안 교육부로 들어온 여러 의견사항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교육부 A과장은 연구사에게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교과서를 수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민원이 있으면 교과서 수정이 수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사는 동료 교사에게 국민신문고에 이 같은 민원을 올려달라고 부탁했고 해당 내용을 A과장에게 보고했다. 교육부는 이를 바탕으로 교과서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당시 국회 회의에서도 야당은 이 부분을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의견 수렴한 내용을 정리해 보내줬을 뿐”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당시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의견 수렴한 내용을 보내준 것은 교육부가 직접 수정 요청을 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김 전 장관은 “거기에는 여러 의견이 있기 때문에 한 쪽으로 고쳐달라고 그렇게 까지 명시하진 않는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검찰의 공소장에는 교육부가 박 교수에게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고쳐줄 것을 직접 요청한 대목이 나온다. 이에 대해 당시 김 전 장관은 “교육부는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이고 실제로 그것은 편찬기관과 발행사와의 관계 속에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처음 이 문제를 폭로한 박용조 교수는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문서 위조까지 해가며 교과서를 수정한 것은 윗선이 개입하지 않고는 불가능 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본지는 김 전 장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편 당시 교문위 소속 의원이었던 유은혜 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김 전 장관을 옹호하기도 했다. 그는 “(교과서는) 규정에 따라 적법한 절차와 과정을 거쳐 수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뭔가 굉장히 커다란 이념적 해석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과도하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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