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 스님 마음치유학교 교장
여러분은 혹시 종이와 펜을 꺼내 내 스스로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이 무엇인지 적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 사회로부터, 내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성공에 대한 정의가 아닌, 내가 정하는 인생 성공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우리의 성공에 대한 담론은 천편일률적으로 뻔하고도 재미가 없었습니다. 연봉 높은 직장에 다니는가,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갔는가, 집값이 오르는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가, 질병 없이 몸은 건강한가. 즉, 돈과 일, 자녀 교육, 부동산과 건강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다 비슷비슷한 기준으로 살다 보니 남들과 경쟁하게 되고, 그 경쟁에서 도태되면 왠지 내가 패배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사회가 정한 성공의 기준보다 #내게 맞는 내 기준을 세울 때 #인생이 재미있고 행복해진다
하지만 성공의 기준을 개개인이 자기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정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별생각 없이 따르기보다는 나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기준을 잘 세우면 현실 가능성이 높고 재미있는 삶을 살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돈이나 일, 건강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 기준 외에도 좀 더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성공에 대해 생각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기준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마음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세 명 이상 있으면 인생은 성공입니다. 현대인들이 겪는 큰 정신적 고통 중의 하나는 바로 외로움입니다. 아무리 경제적인 조건이 좋아도 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가 없다면 그렇게 성공한 인생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비밀이 많거나, 타인을 믿지 못하거나, 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해 친구에게조차도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삶을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좋은 친구들과 주기적으로 만나서 식사나 운동, 취미 활동이나 종교 생활을 하고 있다면 그 인생은 꽤 괜찮은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삶에서 아름다움을 자주 느낀다면 성공한 인생입니다. 사람의 내면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비싼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거나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이나 예술이 주는 아름다움, 건축이나 문학의 미를 자주 느끼지 못하고 산다면 그건 너무도 각박한 인생입니다. 봄이 오면 대지에 핀 꽃을 보고 좋아하고, 가을이 오면 단풍의 장관에 감탄하고, 좋아하는 음악이나 미술, 문화유산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 영감을 얻고 마음을 쉬는 것은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큰돈이 들지 않습니다. 더불어 일상의 작은 변화에도 아름다움을 종종 느낀다면 그 또한 아름다운 인생이 아닐까요?
세 번째는, 내가 나를 좋아하고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한다면 큰 성공입니다. 아이가 있는 분이라면 아이가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의 특별함을 인지하고 당당하다면 그 또한 큰 성공입니다. 의외로 학벌도 좋고 사회적 위치도 높은데 자기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왜 그런가 보니 부모가 어렸을 때 너무 엄격했거나 자녀에 대한 기대가 과하게 높았던 경우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자신을 싫어하고 늘 만족이 안 되는 경우였습니다. 심하면 내면에 수치심을 안고 살 거나 일 중독에 빠지는 경우도 봅니다. 남들이 알아주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대기업에 취직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고 자부심을 갖는다면 이 또한 성공이 아닐까요?
네 번째는, 내 인생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산다면 성공입니다. 사람은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고 만들면서 성장할 때 행복을 느낍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버는 일이라 해도 그 일을 변화 없이 매일 똑같이 반복한다면 우울증에 빠지거나 분노로 가득 차기 쉽습니다. 만약 자기 일 안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다면 그림을 그리거나 춤을 추거나 노래를 하거나 글을 쓰면서 자기 자신을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보세요.
이 외에도 하루 한 끼 온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한다거나, 죽기 전에 가고 싶은 여행을 떠난다거나, 자기뿐만이 아니고 남도 잘되도록 도와준다거나 등등, 성공한 인생에 대한 기준을 다양하게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무엇이 성공이고 성공이 아닌지는 개개인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굳이 사회나 부모가 알려준 것들이 아니더라도, 아니면 지금 제가 말씀드린 예가 아니더라도 내 가치관과 상황에 맞는 나만의 맞춤 리스트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여행 장소 목록을 만들어서 한곳 한곳 가본다던가.
혜민 스님 마음치유학교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