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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봤지만 잘 모르는 '레이더의 진실'…NLL 북한 목선부터 자율주행차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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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인사이드

2017년 4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에 사용되는 레이더 장비가 성주 기지로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7년 4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에 사용되는 레이더 장비가 성주 기지로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레이더라는 단어는 많은 사람이 들어본 단어일 것이다. 최근 NLL을 넘어 온 북한 목선을 탐지 못 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많이 들은 것과 아는 것은 차이가 있다. 대표적으로 성주에 배치된 종말고고도방어시스템(THAAD)용 X밴드 레이더에 대한 일부에서 퍼트린 잘못된 정보가 있었다. 또한, 기상청이 서울지역 정밀한 기상관측을 위해 설치하려던 기상레이더까지 기피 대상으로 만들기도 했다.

제2차세계대전 본격적으로 사용 #기상 관측부터 전투기 탐지까지 #'기계식'에서 '전자식' 세대 교체 #한국은 성능 테스트 장비도 없어

전파의 반사를 이용하는 레이더는 일상에 널리 퍼져있다. 수많은 이들이 오가는 공항과 항만에서 관제용으로 사용되고, 구름 등 기상관측을 위해서도 레이더가 사용된다. 많은 이들이 타고 다니는 여객기, 여객선에도 레이더는 달려 있다. 물론 이를 탐지하는 레이더도 다양하다.

NLL을 통과해 해안까지 접근한 북한 목선

NLL을 통과해 해안까지 접근한 북한 목선

자동차에도 차간 거리 확인이나 충돌 경보용으로 레이더가 쓰인다. 요즘 이슈인 자율주행 자동차도 센서에 레이더가 들어간다. 그만큼 우리 생활 주변에서 레이더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레이더는 무선 탐지 및 거리측정 Radio Detection And Ranging의 약자로, 전파를 이동하는 물체에 발사하고 반사되어 돌아온 세기, 크기, 형태를 시차를 두고 파악하여 방향과 속도를 계산하는 장치다.

방위사업청이 국내 기술로 개발한 정밀접근레이더(PAR)를 지난 3월 말 공군 제1전투비행단에 첫 실전 배치했다. 정밀접근레이더는 공항 관제구역 내 운항항공기에 대한 착륙관제 임무를 수행한다. [방위사업청 제공]

방위사업청이 국내 기술로 개발한 정밀접근레이더(PAR)를 지난 3월 말 공군 제1전투비행단에 첫 실전 배치했다. 정밀접근레이더는 공항 관제구역 내 운항항공기에 대한 착륙관제 임무를 수행한다. [방위사업청 제공]

1887년 독일의 하인리히 헤르츠가 실험실에서 전파를 만들어내고 이것이 굴절과 반사되는 것을 알아냈다. 전파의 이런 원리를 사용한 레이더는 영국의 기상학자 로버트 왓슨와트가 1935년에 처음 만들었다. 영국 정부는 독일과의 전쟁이 임박했다는 판단에 독일 폭격기들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왓슨 와트가 개발한 레이더는 1940년부터 영국이 독일의 공습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미 해군은 태평양 전쟁 말기에 일본의 가미카제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뇌격기에 레이더를 탑재한 공중조기경보기를 개발하여 운용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을 지키는데 공헌한 레이더. 독일 공군이 영국으로 접근하는 움직임을 탐지했다. [사진 임페리얼 전쟁 박물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을 지키는데 공헌한 레이더. 독일 공군이 영국으로 접근하는 움직임을 탐지했다. [사진 임페리얼 전쟁 박물관]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외에도 독일, 미국 그리고 일본도 레이더를 개발했다. 다만 독일과 일본은 영국과 미국만큼 레이더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냉전이 시작되면서 레이더는 양 진영을 막론하고 중요한 군사 장비가 되었다. 빨리 보면 빨리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레이더 개발은 전투기용에서 공중조기경보기, 대륙간탄도미사일 경보용 등으로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기계식'에서 '전자식' 세대 변환

과거의 레이더는 전파를 사용하지만, 작동 방식이 전파의 방향을 레이더 안테나를 상하좌우로 움직여 조절하기에 기계식 레이더로 불린다. 현대의 레이더는 기계적으로 안테나의 방향을 바꾸지 않고 전자적으로 바꾸는 전자주사레이더(ESA)로 불리는 전자식 레이더로 진화했다.

이는 다시 전파를 만드는 송수신기가 하나씩인 수동식(PESA), 빔의 송수신을 위한 송수신 모듈(TRM)이 대량으로 배열된 능동식(AESA)으로 나뉜다. PESA 레이더로는 이지스 구축함에 사용되는 SPY-1 레이더가 유명하다. 현재 주목받는 레이더는 AESA 레이더로, 레이더 있는 각 송수신 모듈이 하나의 작은 레이더의 역할을 한다.

F-35 전투기에 장착되는 AN/APG-81 AESA 레이더 [사진 노드롭그루만]

F-35 전투기에 장착되는 AN/APG-81 AESA 레이더 [사진 노드롭그루만]

AESA 레이더는 방사 소자 모듈 몇 개가 고장이 나더라도 레이더의 운용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기계적인 구동부가 없어 고장이 적다. 이 밖에 적이 레이더를 교란하기 위해 실시하는 재밍에도 강하다. 하지만, 360도 전방위 탐색을 위해서는 레이더를 회전시키던가, 아니면 4면으로 설치해야 한다.

AESA 레이더는 순항미사일이나 드론과 같은 작은 레이더 반사면적(RCS)을 가진 표적에 대해서도 높은 탐지능력을 지니고 있어 지상의 대포병레이더, 지대공 미사일 레이더, 함정용 레이더, 그리고 전투기용 레이더까지 다양하게 확산하고 있다.

빠르게 발전했지만 갈 길 먼 우리나라

우리나라의 레이더 개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81년 당시 금성정밀이 민수용인 어선용 항해 레이더를 개발했다. 1984년부터는 해안감시 레이더 개발을 시작하면서 군사용 레이더 개발을 시작했고, TPS-830K 저고도 감시 레이더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레이더를 개발하여 자주국방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 개발이 완료되거나 운용을 시작한 것으로 철매-II용 다기능레이더, 대포병탐지레이더-Ⅱ, 국지방공레이더, 울산-I급 탐색레이더, 유도탄 고속함용 탐색레이더,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다기능레이더, 저고도 탐지레이더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레이더 개발 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오르지는 못했다. 2019년 4월 국방기술품질원이 발간한 국가별 국방과학기술 수준조사서에서 우리나라의 국방과학기술 수준은 종합적으로는 세계 9위권이지만, 레이더가 포함되는 감시정찰 분야는 선진권으로 보는 세계 10위 밖인 11위로 평가했다. 감시정찰 분야에서 우리보다 앞선 국가로는 우리보다 높은 국가로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영국, 중국, 이스라엘,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가 있었다.

2017년 7월 한화시스템 용인 레이더연구소에서 열린 '한국형전투기사업(KF-X)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입증시제 공개행사'에서 연구원들이 AESA 레이더 근접전계 챔버에 설치된 레이더를 살펴보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2017년 7월 한화시스템 용인 레이더연구소에서 열린 '한국형전투기사업(KF-X)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입증시제 공개행사'에서 연구원들이 AESA 레이더 근접전계 챔버에 설치된 레이더를 살펴보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이런 격차에도 우리나라 기업과 연구소들은 선진권 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레이더도 반도체화되면서 소자 기술이 중요해 지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개발국이 손에 꼽히는 첨단 AESA 레이더용 질화갈륨(GaN) 소재 고출력 반도체 전력증폭기(SSPA)를 개발했다. 그동안 다양한 레이더 개발 경험과 첨단 소자 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2020년대 중반 모습을 드러낼 국산 전투기 KFX용 레이더를 국내에서 개발하고 있다.

연구 개발을 위한 장기적 투자와 지원

KFX용 AESA 레이더는 국내 업체에서 개발 시험을 끝냈고, 내년 3월 이스라엘로 건너가 시험을 받게 된다. 2016년 12월 KFX 레이더 개발 관련 해외 협력업체로 선정된 이스라엘의 엘타는 우리 군이 운용하고 있는 그린파인 조기경보레이더 등을 개발한 업체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하는 AESA 레이더는 한국형 전투기(KF_X)의 핵심기술이다.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국내에서 개발하는 AESA 레이더는 한국형 전투기(KF_X)의 핵심기술이다.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우리나라는 지상과 함정용 레이더 개발에 필요한 시설은 어느 정도 갖춘 상황이다. 하지만, 항공기용 특히 전투기용 레이더는 하늘에서 시험해야 하므로 레이더를 탑재하고 하늘에서 시험을 진행할 테스트베드(testbed)가 필수적이다.

세계 선진 레이더 개발국이나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테스트베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스라엘 엘타도 보잉 737 여객기를 개조한 테스트베트라는 나는 실험실을 운용하고 있다. 스텔스 전투기 J-20을 개발한 중국도 러시아제 여객기를 테스트베드로 개조했다. 미국은 나사 외에도 노드롭그루만과 레이티언 등이 자체적인 테스트베드를 운용하고 있다.

테스트베드 항공기는 단순히 레이더를 탑재하는 시험 장비가 아니다. 기수에 레이더 앞에 달릴 레이돔을 달고 함께 비행하기 때문에 기체 형상에 대한 개조가 필요하다. 이렇게 개조된 항공기는 비행에 문제가 없다는 항공기 인증을 담당하는 기관에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

미국이 F-35용 레이더 개발을 위해 사용한 BAC 1-11 기반 테스트베드 [사진 미 공군]

미국이 F-35용 레이더 개발을 위해 사용한 BAC 1-11 기반 테스트베드 [사진 미 공군]

테스트베드 항공기는 어쩌다 한번 쓸 시험 장비일 수도 있다. 하지만, KFX 전투기를 만들고 개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다양한 시험과 평가, KFX 레이더에서 파생될 레이더들의 시험을 위해서도 장기적인 투자로 보고 우리도 보유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는 공들여 개발한 무기들이 부족한 시험 평가 예산 탓에 미국 등에 비해서 훨씬 적은 횟수의 시험 평가만 하고 실전했다가 문제를 겪은 적이 있다. 레이더와 같은 장비도 지속적인 시험과 평가를 위해서 핵심분야 R&D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함께 테스트베드와 같은 시험 시설 확충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최현호 군사 칼럼니스트·밀리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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