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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에게 바칩니다"…'덕후' 작가의 특별한 개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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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효훈, ' 'MOONWORK-MOONWALK' , 장지에 혼합재료, 213x149cm, 2019. [사진 갤러리도스]

백효훈, ' 'MOONWORK-MOONWALK' , 장지에 혼합재료, 213x149cm, 2019. [사진 갤러리도스]

백효훈의 개인전 'MOONWORK-MOONWALK'가 열리고 있는 전시장 전경. [사진 갤러리 도스]

백효훈의 개인전 'MOONWORK-MOONWALK'가 열리고 있는 전시장 전경. [사진 갤러리 도스]

 어두운 밤하늘을 담은 듯한 커다란 화면에 달처럼 얼굴이 하나 떠 있다. 10대 초반의 앳된 소년의 얼굴부터 20대, 30대 후반, 40대 후반까지 세월의 흔적에 따라 달라진 한 사람의 얼굴이 어두운 하늘을 말갛게 밝히고 있다.  이 얼굴의 주인공은 '팝의 황제'라 불리던 마이클 잭슨(1958~2009)이다.

백효훈, 마이클 잭슨 10주기 추모전 #서울 갤러리 도스 신관, 7월 2일까지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내한공연이 열린 것은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 1999년 6월 25의 일이다. 그리고 10년 후인 2009년 6월 25일 그는 프로포폴 과다 투여로 미국 자택에서 숨졌다. 그의 나이 50세였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벌써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서울 삼청로 갤러리 도스 신관에서 마이클 잭슨 10주기를 추모하는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백효훈 (44) 작가의 'MOONWORK-MOONWALK' 전이다. 지금껏 인물의 얼굴을 달의 형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해온 작가가 이번엔 마이클 잭슨을 자신의 화폭 위로 초대했다. 어릴 때부터 오랜 기간 교감해온 뮤지션에게 바치는 헌사인 셈이다.

 23일 전시장에서 기자와 만난 작가는 "여덟살 때부터 마이클 잭슨의 매력에 끌려 카세트테이프가 닳도록 그의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며 "네 번째 개인전을 준비하며 전시 기간이 자연스럽게 그의 10주기와 겹쳐 그를 기념하는 전시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나는 내 꿈을 그린다"

 백효훈, 'MOONWORK-MOONWALK' , 장지에 혼합재료, 213x149cm,2019. [사진 갤러리 도스]

백효훈, 'MOONWORK-MOONWALK' , 장지에 혼합재료, 213x149cm,2019. [사진 갤러리 도스]

 본래 꿈(Dream)에 관한 작업을 해왔다고. 
 "신기한 꿈을 많이 꾸는 편이라서 1996년부터 '꿈 일기장'을 써왔다. 기록하지 않으면 모두 연기처럼 사라져 아쉬우니까 자연스럽게 글과 드로잉으로 기록해왔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대학원(서울대 서양화과)을 졸업하면서 꿈을 소재로 작업하기 시작했다. 꿈을 꾸고 있는 내 자화상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해,  꿈에서 본 얼굴을 달로 표현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런데 이번 전시작에 보이는 얼굴은 모두 마이클 잭슨이다. 
"내가 해오던 '문워크(MOONWORK)'에 주인공으로 마이클 잭슨을 본격적으로 끌어들인 거다. 10년 전 마이클 잭슨이 사망했을 때 막연히 10주기에는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올해 개인전 기간에 꼭 10주기 되는 날(6월 25일)이 들어가 있어 자연스럽게 준비하게 됐다."
왜 마이클 잭슨인가.
"어려서부터 내게 특별했던 인물이니까. 친구들이 E.T나 그랜다이저를 좋아하듯이 나는 그의 모습과 노래, 그리고 그의 춤을 좋아했다. 어린 마음에도 그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고 느꼈다. 특히 그의 눈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고 생각했다. 그와 친구가 되지는 못했지만, 대신에 초등학교 때부터 카세트테이프가 닳도록 그의 노래를 들으며 자랐다." 
공연도 직접 봤나.
"물론이다. 그가 1996년 10월 11일 첫 내한 무대에 섰을 때 난 대학생이었다.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첫 내한 때 2회의 공연을 포함해 1999년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내한공연을 했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의 내한공연에 대해 내가 예지몽을 꿨다(웃음).  꿈을 통해 나는 그가 첫 내한(2회 공연) 이후  세 번 더 올 것이며,  그가 네 번째 왔을 때 그를 가까이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정말 현실이 됐다." (마이클 잭슨은 총 네 번 한국을 방문했으며, 공연은 1996년 '히스토리 투어' 때 10월 11일과 13일 등 2회, 1999년 6월 25일 공연 등 3회 공연을 했다.)
요즘 말로 '마이클 잭슨 덕후'였네. 
"그렇다(웃음). 그의 네 번째 내한 때 공연이 1999년 6월 25일 열렸다. 이 공연을 앞둔 22일, 당시 대학을 휴학하고 애니메이션 작업에 꽂혀 있던 나는 당시 내가 쓴 시나리오 콘티를 그에게 직접 전해줄 수 있었다. 마이클 잭슨이 등장하고, 음악도 그가 했으면 좋겠다고 상상하며 쓴 작품이었다. 그가 머물던 호텔에 몰려든 수많은 팬 가운데 서 있던 내게 그가 손을 내밀었던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

한지에 표현한 아련한 꿈

백효훈, ' 'MOONWORK-MOONWALK' , 장지에 혼합재료. [사진 갤러리도스]

백효훈, ' 'MOONWORK-MOONWALK' , 장지에 혼합재료. [사진 갤러리도스]

백효훈, ' 'MOONWORK-MOONWALK' , 장지에 혼합재료. [사진 갤러리도스]

백효훈, ' 'MOONWORK-MOONWALK' , 장지에 혼합재료. [사진 갤러리도스]

백 작가는 장지(한지)에 아크릴과 유화를 섞어 쓰며  'MOONWORK' 연작을 해왔다. "물에 풀어진 닥풀 입자들이 뭉쳐서 종이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흩어지는 꿈을 잡으려는 내 작업이 어딘가 닮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캔버스는 물감을 얹으면 흡수하지 않지만, 장지는 물감을 깊숙이 빨아들인다는 점에서도 내 작업과 잘 맞는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왜 달이라는 소재에 그는 매료됐던 것일까. 그는 "달은 매일 뜨는 것도 아니고, 시시각각 모양도 바뀐다. 보이지 않는 날도 있고, 월식 같은 드문 이벤트도 일어난다"며 "사람에게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진 갤러리도스]

[사진 갤러리도스]

백효훈, Dreamer, sculpt, 30.5x30.7x47cm. [사진 갤러리도스]

백효훈, Dreamer, sculpt, 30.5x30.7x47cm. [사진 갤러리도스]

'Dreamer(꿈꾸는 사람)'이란 제목의 두상도 마이클 잭슨이다.
"2주기 때 만들어 놓았다. 실제로 사람들이 그를 접하는 것은 사진이나 영상 등 주로 평면적인 이미지다. 나는 반대로 반짝거리는 것 다 빼고 자연인으로서의 그를 보여주고 싶었다. 시기 별로 다른 머리카락도 그래서 뺐다. 얼굴은 아주 어렸을 때 사진부터 나이 든 얼굴까지 모두 참고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마이클 잭슨은 어떤 사람인가. 
"어릴 땐 그를 특별한 재능을 가진 '천재'로만 바라봤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자신의 재능을 일찍 발견하고 그것을 세상 사람들과 나눴다는 점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내가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지만, 나중에 그에 대한 안타까운 뉴스를 들으며 많이 가슴 아팠다. 하지만 그의 음악을 들으며 꿈꾸고 위로받으며 자란 한 사람으로서 그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것들을 기억하고 싶었다. " 전시는 7월 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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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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