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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선엔 북한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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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효식 기자 중앙일보 사회부장
정효식 워싱턴특파원

정효식 워싱턴특파원

이란의 미국 무인정찰기 격추 당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복 공격 10분 전 중단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21일 저녁 배리 파벨 애틀랜틱 카운슬 수석 부소장과 한 행사에서 만났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이어 버락 오바마 행정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국방전략을 담당했던 파벨 부소장은 “이란도 북한처럼 군사적 대치와 거친 수사가 오간 뒤에 협상을 추구하는 같은 패턴으로 갈 것”이라며 “올가을 또는 연말쯤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보다 이란 주변엔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유럽연합(EU) 등 적국 및 이해관계가 훨씬 복잡하고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른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게 근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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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사실 보잉 등 방위산업체 출신을 많이 발탁한 겉보기와 달리 1961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퇴임 연설 이래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의 위험을 공개 경고한 대통령이다. 그는 지난달 19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동에서 19년 전쟁을 하고 있지만, 워싱턴의 군산복합체는 정말 전쟁을 좋아한다. 그들은 절대 철군은 반대하고 계속 싸우기를 원한다”며 “나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공격 중단 결정 이후 측근들에게 “강경파들이 우리를 전쟁으로 몰아가려 한다. 정말 역겹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 리즈 체니 하원의원 같은 기존 공화당 주류는 “오바마의 길을 따라가선 안 된다” “이란에 나약함을 보였다”고 비난했지만 2020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의 본능은 반대 방향을 선택한 셈이다. 지난 18일 올랜도 재선 출정식에서도 “우리는 중동이 평화와 안정으로 가는 길을 구상하고 있다. 위대한 국가는 끝없는 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많은 군대를 철수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마침내 미국 우선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2만여 청중은 ‘세계경찰 미국’이 아니라 강한 경제와 무역, 반(反)이민 같은 트럼프의 자국 우선 정책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90분 재선 연설에선 하노이 이후 지지부진한 북한도 완전히 사라졌다. 이번 이란에 대한 대응처럼 앞으로 지지층과 거꾸로 가는 모험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전 합의 없이 3차 정상회담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보낸 친서 답장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한 건 다행이지만 북·미 외교 궤도를 빨리 정상화하지 못하면 16개월 남은 미 대선 기간까지 북한 실종은 계속될 수 있다.

정효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