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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대가 김석진옹 “올해 대한민국 국운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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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당대 제일의 주역가’로 꼽히는 대산 김석진옹은 ’매일 저녁 8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2시에 일어난다. 가장 먼저 물을 마시고 주역 기체조를 한 뒤 하루의 주역 괘를 짓는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당대 제일의 주역가’로 꼽히는 대산 김석진옹은 ’매일 저녁 8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2시에 일어난다. 가장 먼저 물을 마시고 주역 기체조를 한 뒤 하루의 주역 괘를 짓는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70대, 80대만 해도 목소리가 카랑카랑했는데, 90이 넘어가니까 한참 말하면 목이 쉰다”

2019년은 한마디로 ‘어려울 둔(屯)’ #사슴 쫓는데 몰이꾼이 없는 모양 #구성원 협력하면 운 돌릴 수 있어 #보수와 진보 서로 조금씩 양보를 #주역 연구 70년, 제자 8000여 명 #미·중 관계도 우리 외교력에 달려

24일 ‘당대 제일의 주역가’로 꼽히는 대산(大山) 김석진(92)옹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어릴 적 사서삼경을 뗀 김 옹은 19세 때 대둔산으로 야산(也山) 이달(李達·1889~1958) 선생을 찾아갔다. 야산은 주역을 통달해 당시 사람들이 아예 ‘이주역’으로 부르던 인물이다. 스승 야산에게서 주역을 배운 김 옹이 지금껏 길러낸 제자만 7000~8000명에 달한다. 서울·인천·대전·청주·진천·춘천·제주 등 전국을 돌며 20년 가까이 주역 강의를 했다. 김석진옹에게 경제 문제와 남북관계, 북미 정상회담과 미중무역 전쟁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대한민국 국운’을 물었다.

주역을 통해서 본 올해 국운은.
“정초에 제자들이 세배를 온다. 그럼 함께 신년하례를 한다. 올해도 수십 명이 왔다. 그때 누가 말을 안 해도 묻는다. ‘올해는 어떻습니까?’ 그럼 말을 안 하려고 해도 안 할 수가 없다. 그때 제자들과 함께 괘를 지었다. 그래서 얻은 괘가 ‘수뢰둔(水雷屯)’ 괘다.”
‘수뢰둔(水雷屯)’ 괘는 어떤 운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어렵다’는 뜻이다. ‘둔(屯)’자는 ‘어려울 둔’자로도 쓰이고, 어려울 난(難)자와 통한다.”
어떻게 어렵다는 말인가.
“‘둔(屯)’자는 세 가지로 풀이할 수 있다. 첫째는 ‘시교이난생(始交而難生)’이다. ‘처음 사귀어 어렵다’는 뜻이다. 둘째는 ‘즉녹무우(卽鹿无虞)’다. ‘사슴을 쫓는데 몰이꾼이 없다’는 뜻이다. 사슴 사냥에 몰이꾼이 없으면 어찌 되겠나. 혼자서 산속으로 자꾸 들어가기만 할 뿐이다. 이 말은 청와대나 국회에도 해당한다. 협조가 안 된다. 그래서 협치가 필요하다. 셋째는 ‘승마반여(乘馬班如)’다. ‘말을 탔다가 내린다’는 뜻이다. 말을 탔으면 달려가야 하는데, 그대로 내렸다는 건 중도하차와 같다. 담판을 보지 못하고 결렬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도 이에 해당한다.”
대산 김석진 옹의 스승 야산 이달. 주역에 통달해 사람들은 그를 ‘이주역’으로 불렀다. [중앙포토]

대산 김석진 옹의 스승 야산 이달. 주역에 통달해 사람들은 그를 ‘이주역’으로 불렀다. [중앙포토]

주역은 정해진 운명인가.
“아니다. 바꿀 수 있다. 주역(周易)의 역(易)은 ‘바꿀 역’자다. 대한민국 국운에 ‘어려울 둔(屯)’자가 나왔다고 힘들다며 한탄만 하면 되겠나. 이치에 맞게 변화를 꾀해야 한다. 궁즉변 변즉통(窮卽變 變卽通)이다. 궁하면 변화를 꾀해야 하고, 변화되면 통하게 된다.”
그럼 ‘둔(屯)’을 어떻게 바꿀 수 있나.
“가령 괘를 지어보니 ‘둔(屯)’이 나왔다. 이건 현실의 객관적 형국이다. 그런데 그걸 바꿀 수 있다. 이게 주역의 매력이다. 주역은 정해진 괘를 바탕으로, 정해진 울타리 안에서 그런 변화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수뢰둔(水雷屯)’ 괘의 음이 양이 되고, 양이 음이 되면 ‘화풍정(火風鼎)’괘가 나온다. 이 ‘화풍정’괘를 상하로 뒤집으면 ‘택화혁(澤火革)’괘가 된다. 요약하면 ‘둔(屯)’자를 ‘정(鼎)’자와 ‘혁(革)’자로 바꿀 수 있다.”
그렇게 바꾸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내 운명이라면 나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나라의 운명이라면 구성원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변화에는 축적된 에너지가 필요하다. ‘정(鼎)’은 ‘솥’을 뜻한다. 솥은 밥 짓는 일이다. 국민에게 밥은 생명이다. 그러니 밥을 잘 지으려면 먼저 묵은 솥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솥에 쌀을 넣는데 ‘내 짝에게 병이 있다(我仇有疾)’고 했다. 상대방이 나에게 방해가 된다는 뜻이다. 가령 나라 안에도 보수와 진보가 있어, 서로 방해가 된다. 서로 싫어하고 싸운다. 이럴 때는 서로 조심하고 삼가라고 했다. 상대를 억지로 내 편으로 만들려고 하지 말고 조금씩 양보하며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 밥을 지을 수 있다.”

김석진옹은 “국민이 먹고 싶어하는 건 밥”이라고 강조했다. “솥에서 밥이 나온다. 그런데 보수와 진보가, 여당과 야당이 서로 싸우다가 솥이 엎어지면 어떡할 건가.” 그는 복잡한 국제관계도 솥으로 설명했다. “솥에는 발이 셋 달려 있다. 3국 회담이다. 그걸 남북과 미국으로 본다면 중국은 솥 안에 있을 수도 있고, 솥밖에 있을 수도 있다. 중국을 어떻게 우리를 도와주는 친구로 만들 건가. 그게 우리의 외교 역량에 달렸다. 미중 간 경쟁 관계는 계속 그렇게 간다. 미국이 좀 밀렸다가, 중국이 좀 밀렸다가 하면서 나아간다.”

그럼 ‘둔(屯)’자가 변해서 된 ‘혁(革)’자는 뭔가.
“혁신이다. ‘혁(革)’은 옛것을 버리는 것이기에 새로운 성과를 뜻한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계획 없이 조급하게 나가면 흉하다고 했다. 서로가 신중함의 지극함을 지녀야 한다.”

대산 김석진옹은 “주역은 한 마디로 ‘미래예측학’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미리 대처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그는 29일 토요일 오후 2시 겨레얼살리기(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연수회관 3층 대강당에서 19년 만에 주역 공개 강의를 한다. 참가비 3만원.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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