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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복 많이 들어올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백재권의 안목과 지혜(9)

살아가면서 운을 결정하는데 '이름'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부여받게 되는 '이름'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은 서울의 한 길거리 철학관의 모습. [중앙포토]

살아가면서 운을 결정하는데 '이름'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부여받게 되는 '이름'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은 서울의 한 길거리 철학관의 모습. [중앙포토]

사람은 누구나 이름이 있다. 태어나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부여받는다. 과거에는 대부분 죽을 때까지 개명할 수 없었으나 현대는 원하는 성명(姓名)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인간 사회는 서열과 직급의 차가 있지만 대부분 능력은 비슷하다. 만약 행정고시에 합격한 과장이 10명이라면 그들의 업무 능력은 비슷하고 근무평가도 대동소이할 것이다. 그러면 누가 좀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인지, 누가 먼저 승진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럼 자신의 운을 조금이라도 좋게 하는 데 이름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이름의 영향은 전혀 없는 건지, 1%라도 효과가 있는 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상에 운은 없다고 단정하기에는 무시할 수 없는 사례들이 많다. 50년 동안 변호사로 일했던 일본의 니시나카 쓰토무는 1만 명이 넘는 민형사 사건 의뢰자를 접하고 쓴 저서에서 "아무리 출중해도 운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사람이 하는 일의 성패는 역량과 재능보다 운이 더 크다는 말도 있다. 이름을 개명하고 운명이 바뀐 실제 사례들도 종종 들린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력과 열정 말고도 보이지 않는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사진 pixabay]

사람이 하는 일의 성패는 역량과 재능보다 운이 더 크다는 말도 있다. 이름을 개명하고 운명이 바뀐 실제 사례들도 종종 들린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력과 열정 말고도 보이지 않는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사진 pixabay]

박빙의 승부를 겨뤄본 사람들은 이해한다. 그래서 사업가, 운동선수, 연예인 등이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사람이 하는 일의 성패는 역량과 재능보다 운이 더 크다"는 말이다. 부자 되고, 쉽게 성공하는 인생이 되기 위한 조건은 노력과 열정 외에도 많다. 작용이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인 이름도 영향을 미친다.

개명하고 운명이 바뀐 실제 사례를 소개한다. 6년 전, 지방공무원교육원에서 강의를 들었던 도청 공무원 가족이 찾아와 상담한 적이 있다. 어머니와 중학교 2학년이던 둘째 아들의 이름이 안 좋았다. 아들은 관상과 사주는 무난했으나 자기 이름이 자신의 재능을 누르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때가 2학기 말이었는데 둘째만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이미 많은 것을 포기한 어머니의 당시 소원은 소탈하고 명확했다. 1. 게임을 하더라도 밥은 먹으면서 하면 좋겠다. 2. 성적은 중간이라도 가면 좋겠다. 3. 집안 형편이 어려워 사립대는 못 보낸다. 4. 집과 가까운 대학에 가야 몸이 약한 아들의 먹는 걸 챙겨줄 수 있다는 것 등이다. 애정 어린 엄마의 작은 바람이었다.

게임만 하던 아이가 이름을 바꾼 후부터 새벽까지 공부만 했다고 한다. 매번 꼴찌만 했었는데 중간고사에서 1등을 하더니 국립대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이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게임만 하던 아이가 이름을 바꾼 후부터 새벽까지 공부만 했다고 한다. 매번 꼴찌만 했었는데 중간고사에서 1등을 하더니 국립대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이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6개월쯤 지나 봄이 됐을 때 어머니가 다시 찾아왔다. 만나자마자 "우리 아들이 이번 중간고사에서 1등을 했다"며 좋아했다. "아무것도 바뀐 게 없이 이름만 바꿨을 뿐인데 신기한 일"이라고 고마워했다. 그리고선 "이렇게 공부하면 전교 1등도 가능할 것 같다 말했다.

6개월 전에는 공부는 전혀 안 하고 새벽까지 매일 게임만 한다고 하소연했었다. 반에서 몇 등 하느냐고 물으니 '매번 꼴찌'라는 답을 엄마가 대신해줬던 아이다. 그 아들도 이의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런데 이번엔 앞에서 1등을 했다.

어떻게 행동이 바뀌었냐고 물으니 "새벽까지 게임만 하던 애가 이름을 바꾼 후부터 게임을 일절 안 하고 새벽까지 공부만 한다"고 말했다. 식탁에서도 책을 읽으면서 밥을 먹는다고 대견해 했다. 한 번은 새벽 4시에 깨워달라는 아들 말에 너무 무리해서 공부하는 것 같아 좀 더 자라고 30분 늦은 4시 30분에 깨웠다고 한다.

일어난 아들이 시계를 보더니 "왜 30분 늦게 깨웠냐"고 큰소리치며 "엄마가 내 인생 책임질 거냐"고 따졌다고 한다. 결국 개명한 아들은 집과 가까운 국립대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어머니의 소원대로 다 됐다. 개명한 아들 가족이 처음 상담하러 온 날 엄마도 이름이 안 좋다고 말해주었는데 "이 나이 먹고 무슨 호사를 더 누리겠다고 개명합니까. 공직자가 돈을 벌 것도 아닌데 자식이나 잘되면 됐지" 라고 말했었다. 이건 우답이다.

부모가 1년이라도 더 운이 좋고, 직장에서 좀 더 오래 인정받아야 자식이 그 복을 받는다. 부모가 먼저 잘돼야 자식을 도와줄 수 있고, 부모가 더 건강해야 사랑하는 손주도 지킬 수 있다. 고맙다고 찾아온 날 그 엄마도 자신의 이름을 바꿔 달라고 했다.

남들처럼 노력을 해도 일이 안풀린다면 원인을 빨리 찾아야 한다. 물론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이름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사진 pixabay]

남들처럼 노력을 해도 일이 안풀린다면 원인을 빨리 찾아야 한다. 물론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이름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사진 pixabay]

만약 남들처럼 노력을 하는데도 이상하게 일이 안 풀리면 그 원인을 빨리 찾아야 한다. 자신에게 문제가 없다면 자기 잘못이 아니다. 흉한 이름을 가진 것도 자기 잘못이 아니다. 처음 받은 이름은 자신이 선택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외부의 원인이라면 요소가 다양하기에 쉽게 찾기 어렵다. 다만 이름도 그중 하나기에 참고하는 게 현명하다.

아주 귀하거나 높은 뜻을 가진 이름은 조심해야 한다. 높을고(高), 큰대(大), 복복(福), 하늘천(天), 나라국(國), 임금왕(王), 재상재(宰) 등은 귀하고 높은 뜻을 지녔지만 평범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장애가 따를 수 있다.

초등학생이 아버지 제복을 입고 구두 신고 걸어가는 것과 같다. 福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누구나 복을 받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름에 복이 크게 들어가면 실제로 다가오는 현실의 복은 감소할 수 있다. 천복(天福), 만복(萬福)이란 이름을 지닌 사람 중에서 부자가 없는 이유다. 좋은 이름이란 자신과 잘 어울려야 한다. 또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이름이 제일 좋다.

백재권 풍수지리학 박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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