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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서삼릉’ 비공개구역 올해 3차례 열린다…태실 등 공개

중앙일보

입력

서삼릉. [사진 서삼릉태실연구소]

서삼릉. [사진 서삼릉태실연구소]

경기도 고양시 ‘서삼릉(사적 제200호)’. 이곳 비공개구역이 올해 3차례 열린다. ‘서삼릉 태(胎) 생명의 시작’ 프로그램에 따른 답사 행사를 위해서다. 서삼릉은 대표적인 조선 왕릉 가운데 하나다. 예릉(철종과 왕비 능)과 희릉(중종의 계비 장경왕후 윤씨 능), 효릉(인종과 왕비 능) 등이 있다. 능 주위 곳곳에는 붉은색 껍질의 아름드리 적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왕릉은 세계문화유산에 걸맞게 광활한 잔디 구릉지 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태실, 효릉, 왕자와 공주의 묘, 귀인의 묘, 연산군 생모 폐비 윤씨의 묘(회묘) 등은 비공개 구역이다.

태실(胎室)은 일제에 의한 민족정기 유린의 현장이다. 왕족의 태를 항아리에 담아 보관했던 집장지였던 곳이다. 태실에는 조선 시대 왕의 태실비(胎室碑) 22위와 왕자, 공주의 태실비 32위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태실비에는 주인공과 건립 시기, 원래 위치 등이 기록돼 있다. 김득환(61) 서삼릉태실연구소 소장은 “전국 각지 명산에 조성됐던 태실은 조선왕실에서 관리를 임명, 엄격히 보관해왔는데 1929년 조선총독부가 민족정기 말살을 위해 이곳으로 모아 서양식 공동묘지처럼 만들어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삼릉 태실. [사진 서삼릉태실연구소]

서삼릉 태실. [사진 서삼릉태실연구소]

태실(胎室)은 일제에 의한 민족정기 유린의 현장  

당시 조선총독부는 ‘태실이 파괴될 염려가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흩어져 보관돼 있던 왕과 왕손의 태실 54위를 파내 이곳에 옮겨와 서삼릉 태실을 조성했다. 일제는 당시 화강석 재질의 관으로 태 항아리를 보관하던 우리의 전통적 조성방식인 태함(胎函)을 무시한 채 시멘트 관으로 바꾸고, 태실 주변을 날 일자(日)형으로 담을 둘러 민족정기를 말살하려 했다.

그나마 1996년 문화재연구소가 철제 담을 없애는 등 왜색이 짙은 태실을 정비했지만, 아직 태실의 규모나 내부시설 등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당시 발굴된 태 항아리 등은 현재 국립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김 소장은 “현재 원 상태로 보존된 태실은 전국 10여 곳 정도지만 조선 후기까지 전국 130여 곳에 태실이 있었다”며 “장기적으로는 국가 차원에서 태실에 대한 역사적 고증을 거쳐 태실을 원래 조성된 곳에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삼릉 태실 중앙 블록이 철거되기 이전의 모습. ‘일’(日) 자 형태의 블록 담장은 일제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사진 서삼릉태실연구소]

서삼릉 태실 중앙 블록이 철거되기 이전의 모습. ‘일’(日) 자 형태의 블록 담장은 일제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사진 서삼릉태실연구소]

서삼릉 태실의 철문도 왜색이 짙은 구조물이었다. [사진 서삼릉태실연구소]

서삼릉 태실의 철문도 왜색이 짙은 구조물이었다. [사진 서삼릉태실연구소]

오는 29일 ‘서삼릉 태(胎) 생명의 시작’ 프로그램    

문화재청 조선왕릉서부지구관리소는 오는 29일을 시작으로 9월 28일, 10월 26일 등 3차례에 걸쳐 오전 10시부터 오전 11시 30분까지 서삼릉 비공개구역을 답사하는 ‘서삼릉 태(胎) 생명의 시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고양시와 서삼릉태실연구소가 후원하는 이 프로그램은 왕실의 출산의식과 생명존중 사상의 핵심인 조선 시대의 안태 문화를 소개한다. 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서삼릉의 비공개구역을 답사할 때는 전문해설사의 설명도 곁들여진다. 매회 행사의 참가 인원은 선착순 30명이다.

참가자들은 고양시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태실 등 서삼릉 비공개구역 답사, 서삼릉 태실 동영상 시청, 서삼릉 출토 태 항아리 재현품 감상 등을 하게 된다. 자세한 내용은 문화재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참가 희망자들은 서삼릉태실연구소로 사전에 신청하면 된다.

서삼릉 비공개구역과 공개구역. 박춘환 기자

서삼릉 비공개구역과 공개구역. 박춘환 기자

서삼릉 위치도. 박춘환 기자

서삼릉 위치도. 박춘환 기자

김득환 서삼릉태실연구소장은 “3·1운동 100주년 및 일제에 의해 강제 이봉된 서삼릉 태실 90주년을 맞아 이번 행사가 열리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삼릉 태실은 일제강점기에 이뤄진 역사 파괴의 현장인 만큼 역사교육현장으로 활용돼야 바람직하다”며 “역사교육을 위해서도 태실이 복원돼 일반에 상시 개방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공공기관이 위치해 훼손된 세계문화유산인 서삼릉 일대의 복원이 절실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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