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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없어 옷가지로 해결”…레바논 난민촌 소녀 증언 담은 보고서 공개

중앙일보

입력

플랜인터내셔널이 지난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이해 레바논 난민촌에서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위기의 소녀들:베이루트의 목소리’ 보고서를 발간했다. [사진 플랜코리아]

플랜인터내셔널이 지난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이해 레바논 난민촌에서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위기의 소녀들:베이루트의 목소리’ 보고서를 발간했다. [사진 플랜코리아]

“혼자선 밖에 나가기가 너무 무서워요. 거리의 술 취한 남자들이 우릴 자주 괴롭히죠. 술에 취하지 않은 남자들은 휘파람을 불면서 계속 따라와요.”
“‘넌 시리아 사람이지? 너희 나라로 돌아가’ 학교에 가면 이런 소리를 들어요. 학교가 싫어졌어요."

‘위기의 소녀들’ 베이루트의 목소리 #레바논 난민촌 10~19세 여성 조사 #성폭력?추행 일상적 … 납치 위험도

이는 레바논 난민촌에서 지내는 10대 소녀들의 증언이다. 지난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이해 NGO 플랜인터내셔널이 레바논 난민촌에서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위기의 소녀들:베이루트의 목소리’ 보고서를 발간했다.
현지 협력기관인 EDS가 지난해 10월부터 한 달간 레바논 베이루트와 주변 지역에 거주하는 10~19세 난민 여성 40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설문 조사한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난민촌에서 여성이 느끼는 불안한 치안 상황과 성차별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학교에서 조롱을 당하고,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한다”(팔레스타인 14세 소녀). “어떤 집은 여자아이는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하게 한다”(시리아 17세 소녀). 또 조사 대상자의 87%가 “밤에는 집밖에 나갈 수 없다”고 답했고, 69%는 “낮에도 불안을 느낀다”고 했다.

난민촌의 주거 환경은 열악하다. 깨끗한 물과 전기 등 기반 시설도 부실하다. 그래서 성폭력·성추행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10대 소녀들은 거리에서 모르는 남성이 쫓아오는 등 납치될 위험에 자주 노출된다고 밝혔다.

한편 레바논에는 23만 9000여명의 난민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바논 수도인 베이루트 인구(220만명)의 11%에 이른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후 15만 명이 이주하며 급증했다. 나머지 난민은 팔레스타인 출신이다. 플랜은 아멜 연대(Amel Association), 르네 모와드 재단과 함께 아동 조혼 감소 캠페인과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난민촌 소녀를 대상으로 성적 자기결정권 교육과 직업 훈련 등을 실시하고 있다.

플랜코리아 관계자는 “난민촌에서 사춘기 소녀들이 생리대를 구하지 못해 옷가지로 해결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학교에 다녀야 할 때도 교육의 기회를 잃고 조혼을 강요당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레바논 정부와 국제사회에 난민 여성어린이의 성차별을 막고 교육과 보건 혜택을 볼 수 있게 규정을 만들도록 지속해서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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